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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티벳 사자의 서/ 파드마삼바바

금동원(琴東媛) 2017. 5. 3. 21:30

 

 

『티벳 사자의 서』

파드마삼바바 저/류시화 역 | 정신세계사

 

 

  <티벳 사자의 서>는 티벳불교의 구도자 파드마삼바바가 깨달은 가르침을 후세 제자들이 찾아내어 남겼다는 전설의 경전 <바르도 퇴돌>의 번역본으로, 경전 전문에 걸친 풍부한 주해, 웬츠와 융의 해설 등 상세한 해제를 덧붙여 시인이자 명상가인 류시화씨가 우리말로 옮겨 놓았다.

 

 

저자 소개

 

  류시화

  본명:안재찬 시인이자 명상가.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바 있다. 1980~1982년까지 박덕규, 이문재, 하재봉 등과 함께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으나 1983~1990년에는 창작 활동을 중단하고 구도의 길을 떠났다. 이 기간 동안 명상서적 번역 작업을 했다. 이때 『성자가 된 청소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티벳 사자의 서』, 『장자, 도를 말하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등 명상과 인간의식 진화에 대한 주요 서적 40여 권을 번역하였다. 1988년 '요가난다 명상센터' 등 미국 캘리포니아의 여러 명상센터를 체험하고, 『성자가 된 청소부』의 저자 바바 하리 다스와 만나게 된다. 1988년부터 열 차례에 걸쳐 인도를 여행하며, 라즈니쉬 명상센터에서 생활해왔다.

  그의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1989년~1998년 동안 21번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시인은 「시로 여는 세상」 2002년 여름호에서 대학생 5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인에 윤동주 김소월. 한용운과 함께 이름을 올렸으며 명지대 김재윤 교수의 논문 설문조사에서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 10위, 21세기 주목해야할 시인 1위, 평소에 좋아하는 시인으로는 윤동주시인 다음으로 지목된다. 저작권 협회의 집계 기준으로 류시화 시인의 시는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낭송되는 시로 손꼽히기도 한다.

  류시화 시인의 작품은 문단과 문예지에도 외면을 당하기도 했는데 안재찬으로 활동했을 당시, 민중적이고 저항적 작품을 지향했던 당대의 문단과는 달리 신비주의적 세계관의 작품세계로 인해 문단으로부터 비판을 받았고 외계인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적극적인 현실참여를 주장하고 있는 민중주의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당시의 문단에서 현실 도피의 소지를 제공한다며 비난을 받았으며 대중의 심리에 부응하고 세속적 욕망에 맞춰 작품이 창작되었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시인 이문재씨는 류시화의 시가 그 때나 지금이나 거의 변하지 않고 초기의 시세계를 유지하고 있음에 주목하고 20여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을 지키며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이 큰 변화 못지 않은 견딤이라 평가하기도 하였다. 류시화의 시는 일상 언어들을 사용해 신비한 세계를 빚어내어, 걸림없이 마음에 걸어들어오면서 결코 쉽고 가볍게 치부할 수 없는 무게로 삶을 잡아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낯익음 속에 감추어져 있는 낯설음의 세계를 재발견하는 시세계를 한껏 선사해왔다.

   대표작인『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에서는 한층 깊어진 눈빛을 지닌 시세계가 곱씹히고 곱씹힌다. 류시화는 가타 명상센터, 제주도 서귀포 등에서 지내며 네팔, 티벳, 스리랑카, 인도 등을 여행하며 그가 꿈꿔왔던 자유의 본질 그리고 꺠달음에 관한 사색과 명상들이 가득한 산문집을 내기도 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실소를 자아내는 일화들 속에서, 그렇지만 그냥 흘려버리기엔 너무 무거운 이야기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르침을 전해준다.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비롯하여,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치유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과 하이쿠 모음집 『한 줄도 너무 길다』,『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를 집필했고, 산문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을 썼다. 또한, 인도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지구별 여행자』와 인디언 추장 연설문 모음집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를 썼으며,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티벳 사자의 서』, 『조화로운 삶』,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용서』, 『인생수업』 등의 명상서적을 우리말로 옮겼다

 

 

  책 속으로

 

 

  티벳 사자의 서 전체에서 얘기되고 있는 만트라의 힘에 대한 하나의 실마리는 고대 그리스 음악 이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떤 특별한 성질을 가진 기본음을 알면, 그 음을 이용해 그 특별한 성질을 분해할 수 있다. 모든 유기체는 자기만의 고유한 진동수를 갖고 있다. 모래알에서부터 산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심지어 행성과 태양까지도 고유한 진동수를 갖고 있다. 이 진동수를 알면 그것을 신비적으로 사용해 그 유기체를 분해할 수 있다.--- p.497~498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의 영혼은 어떤 현상을 경험하게 되며 사후 세계는 어떻게 펼쳐지는가. 환생의 굴레를 벗고 영원한 해탈에 이르는 방법은 무엇이며 환생하는 자는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신비로 가득찬 한 고대의 경전이 그 해답을 던져 준다.--- p.머리말 중에서


  죽음, 사후세계, 환생의 과학에 공헌한 가치로 따지면, 원어로 '바르도 퇴돌- 사후세계에서 듣는것으로 영원한 자유에 이르기' 라고 부르는 이 티벳 사자의 서는 세계의 성전들 중에서 그 어떤 것보다 독특하다. 대승불교의 교리를 압축해 놓은 설명서로서도 이 책은 종교적으로, 철학적으로, 역사적으로 더없이 중요하다. 또한 이 경전은 고대 인도의 옥스퍼드 대학이라고 할 만한 나란다 불교대학의 필수과목이었던 요가철학의 신비 과학(탄트라)에 바탕을 둔 것으로, 현대에 전해지는 동양 서적들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문헌이다.--- p. 49


  인간 존재도 이 점에는 다르지 않다. 인간은 자신이 하나의 '나'로서 존재하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그런 생각은 환영에 불과하다. >는 말한다 '그대가 이 환영들이 그대 자신의 생각에서 나온 그림자들임을 아는 것만으로 더 바랄 나위가 없다'--- p.


  아, 자비로운 이여. 지켜 주는 이 없는 아무개를 지켜 주소서. 보호받지 못하는 그를 보호해 주소서. 그의 힘이 되어 주시고 동행자가 되어 주소서. 사후세계의 어둠으로부터 그를 보호해 주소서. 죽음의 왕들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부터 그를 구하소서.

  아. 자비로운 이여. 자비의 힘을 늦추지 마시고 그를 도우소서. 그를 불행한 곳으로 가게 하지 마소서. 당신의 옛 맹세를 잊지 마소서. 당신의 자비의 힘을 늦추지 마소서. 아, 붓다들과 보디사트바들이여. 이 사람을 향한 자비의 힘을 거두지 마소서. 당신의 자비의 밧줄로 그를 붙잡으소서. 악한 카르마의 힘에 이 생명 가진 자가 굴복하게 하지 마소서. 아, 진리와 진리를 깨달은 자와 그를 따르는 구도자들이여. 사후세계의 불행으로부터 이 자를 보호하소서.
--- p.458-459

 

 

 

○  삶도 죽음도 결국은 무의식 세계가 펼쳐내는 환영이다.

      초보 | 2017-04-07

 

 

  나는 종교가 없다. 중학교 때는 천주교계통의 학교를 다녔고 고등학교 때는 기독교계통의 학교를 다닌 까닭에 한 때는 교회에 다녀보기도 했다. 그리고 불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이 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굳이 종교가 뭐냐고 묻는다면 그냥 무교라고 말한다. 사실 내 마음이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 들어 불교에 관한 책을 자주 읽는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 있는 책들을 찾아서 읽는데, 그것은 종교로서가 아니라 마음수행의 한 방법 혹은 고전을 읽는다는 생각으로 찾는다. 주역에 관한 책이나 사주명리학에 관한 책을 즐겨보는 이유도 그러하다. 집사람과 아이들은 신실한 기독교 신자이다. 작은 녀석이 요즘 반항(?)을 하고 있고, 집사람이 그것에 대해 걱정을 하지만 나는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종교문제는 자신이 알아서 결정하게 놔두라고 한다. 내 경우를 보아도 누가 강요한다고 해서 없던 신앙심이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가 사후세계나 귀신의 조화 같은 것들에 대해서 얘기하면 그러려니 한다. 나 자신이야 그런 것들을 믿지 않지만, 알아서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럼에도 죽음에 대해서만큼은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리만큼 담담한 편이다. 두렵다거나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그만큼 수양이 되었다거나, 현실에 충실하게 살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내일 죽는다 생각하고 오늘을 살 생각도 없고, 아직 살 날이 많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누구나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 믿는 까닭에 때가 되면 자연스레 맞이하는 것이란 생각을 한다. 한 때는 죽음에 대해서 골몰하게 생각해 본적도 있지만, 의식하지 않고 사는 편이 정신건강이나 오늘을 살아내는 것에도 더 좋으리란 생각을 한다.

 

  내가 이 책 [티벳 사자의 서]를 읽게 된 동기는 분명하지가 않다. 일전에 [화엄경] '별기(別記)' '()'를 읽고 난 후, 다른 경전도 읽어 보고픈 생각에 이 책, 저 책 고르다가 류시화 작가가 번역한 경전이라기에, 그리고 티벳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비감에 끌려 선택하였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두께와 낯선 티벳어, 그리고 불교용어들이 읽기 전부터 주눅들게 만들기도 했다. 또한 [사자(死者)의 서()]라는 경전과 주해에 앞서 이 책을 읽은 많은 학자들의 해설이 책의 절반 가까이 이어진다. 처음엔 다소 지겹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런 해설이 경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깨달았다.

 

  [티벳 사자의 서]는 죽음과 환생 사이의 중간상태에서 일어나는 윤회의 전체과정을 다루고 있으며, 사자(死者)가 영원한 자유를 얻도록 깨닫게 만들기 위한 장례식 절차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장례식절차나 사후세계에 대한 설명서가 아니라, 죽음의 순간에 처했거나 이미 죽음을 맞이한 인간을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기 위해서 쓰여진 것이라고 한다. 원제목은 티벳어로 [바르도 퇴돌]이지만, 이 책을 편집한 이가 [티벳 사자의 서]라 이름 붙였다. '바르도'란 사람이 죽은 다음에 다시 환생하기까지 머무르는 사후의 중간상태를 말하며, 인간이 그 상태에 머무는 기간은 49일이라고 한다. '퇴돌'은 듣는 것으로 영원한 자유에 이르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바르도 퇴돌]이란 사후세계의 중간상태에서 듣는 것 만으로 영원한 자유에 이르는 가르침이란 뜻이다. 그러기에 경전은 사람이 죽고 난 후 49일 동안 언제, 어떻게 사자에게 [사자의 서]를 읽어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다.

 

  사후에 맞이하는 중간상태는 세 단계로 구분된다. '치카이 바르도', '초에니 바르도', '시드파 바르도'가 그것이다. '치카이 바르도'는 처음 죽음의 순간을 가리킨다. 죽음의 순간 투명한 빛이 나타나는데 사자는 이 빛에 인도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최초의 투명한 빛을 깨닫지 못하면 두 번째로 투명한 빛이 나타난다. 사자가 이러한 빛으로 인도되면 어떤 사후세계도 거치지 않고 태어남이 없는 근원의 세계로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기에 사람이 죽고 난 후 생전에 사자에게 영적인 가르침을 베푼 스승이나 혹은 수행을 많이 쌓은 사람이 사자에게 [사자의 서]를 읽어주며 깨달을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두 번째 빛을 알아보지 못하면 세 번째 빛의 단계에 들어선다. 이때를 '초에니 바르도'라고 하는데, 사자가 생전에 쌓은 카르마()가 만들어 내는 환영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평화의 신들이 나타나는가 하면, 분노의 신들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사자의 카르마에 따라 달라진다. 이때라도 가르침을 듣고 깨우친다면 영원한 자유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살아 있을 때의 나쁜 카르마 때문에 깨닫지 못한다면 그는 환생의 길을 찾는 바르도로 떨어진다. 이른바 '시드파 바르도'라 불리는 윤회계이다. 이제 사자는 자궁을 통해 다시 태어남의 시간을 갖게 된다. 이처럼 [사자의 서]는 사자가 사후세계의 중간상태에서 환생의 길을 찾고 있을 때 그를 인도하는 분명한 가르침인 셈이다.

 

  1200년 전, 티벳왕의 초청을 받은 인도의 위대한 구루 '파드마담바바'는 삶과 죽음의 비밀과 인간을 저 너머의 세계로 안내하는 책을 썼다고 한다. 그는 100권이 넘는 책을 티벳 전역의 히말라야 동굴에 숨겨놓고, 후에 제자들이 찾아낼 수 있도록 안배하였다. 그의 제자들이 지금까지 찾아낸 경전이 65권이라고 한다. 그런 제자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인물인 '릭진 카르마 링파'가 티벳 북부지방의 동굴에서 찾아낸 비밀의 경전이 바로 [바르도 퇴돌]이다. 이를 현대어로 번역한 사람은 '라마 카지 다와삼둡'이고, 책으로 엮을 수 있게 편집한 사람은 그의 제자 '에반스 웬츠'이다. 이렇게 해서 [티벳 사자의 서]가 세상에 나왔다. '에반스 웬츠'는 이 책이 경전에 기록된 불교가 아닌 입으로 구전되어 온 또 다른 불교의 가르침이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대에 걸친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티벳 사자의 서]는 우리가 사후에 보게 되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우리의 마음에서 투영된 환영에 불과하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역자는 말한다. 사자가 바르도 상태에서 보는 것은 전적으로 그 사람 자신의 마음속 내용물이 투영되어 나온 것이며, 이것들은 모두 현상계의 경험에서 비롯된 환영들 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실체를 가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무의식 세계가 펼쳐 보이는 환상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삶도 죽음도 우리의 환영이고, 모습도 색깔도 그리고 마음까지도 실체 없는 환영의 세계이니, 이런 환영의 세계를 속히 깨달으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죽음에 대해 담담했던 것이 대단한 것 같으면서도 실은 별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우리는 흔히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거꾸로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해보곤 한다. 모두가 결론은 내가 살고 있는 '지금'에 충실 하라고 한다. 하지만 굳이 죽음이나 삶에 대해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 오늘은 오늘 할 일을 하면서 살고, 내일 할 일이 무엇인지는 내일 가서 생각하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