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전시집』- 니체 철학의 핵심
핵심프리드리히 니체 저 / 아키야마 히데오, 도미오카 치카오 공편 / 시라토리 하루히코 해설 / 이민영 역 / 강영계 감수/ 시그마 북스
○책 소개
니체를 단순히 ‘사상가’, ‘철학자’로서 보는 것은 그의 ‘최후의 실체’를 지나치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설사 그의 사상의 ‘주의’를 알았다고 해도 그의 궁극이었던 노래의 ‘주의’를 체감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니체’는 달아나버릴 것이다. 시인 니체를 피부로 느끼는 것이야말로 철학자 니체를 파악하는 전제조건이고 시인 니체를 실감하지 않는 니체론은 싫든 좋든 표면적인, 너무도 표면적인 것으로 끝나버릴 것이다. 따라서 니체의 핵심ㆍ실체에 다가가려면 반드시 그의 시를 읽어야 한다.
니체 시의 전개 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초기의 시들(1859~1864년), 청년기의 시들(1869~1877년), ‘인간적인 것 너무나도 인간적인 것’에 바치는 시(1878~1884년), ‘즐거운 학문’을 위하여(1881~1882년), 포겔프라이 왕자의 노래(1882~1884년), 잠언시(1882년부터 1886년까지의 저술들과 원고들로부터), 시들(1882~1888년의 저술들과 원고들에서), 차라투스트라의 노래(1883~1885년), 디오니소스의 찬가(1884~1888년), 디오니소스 찬가의 단편들(1882~1888년). 이상과 같이 니체의 시들이 전개되는데 니체 시의 전개 과정은 바로 니체 철학의 전개 과정과 맥을 같이 하면서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작가 소개
독일의 사상가이자 철학자이자 시인인 프리드리히 니체는 20세기를 연 문제적인 철학자이다. 1844년 독일 레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니체의 조상은 폴란드 계라고 알려져 있다. 5세 때 목사인 아버지를 사별하고 어머니와 누이동생과 함께 할머니의 집에서 자랐다. 14세에 슐포르타 기숙학교에서 엄격한 고전 교육을 받고 1864년 본 대학에 진학하여 신학과 고전 문헌학을 공부했다. 1865년 스승인 리츨을 따라 라이프치히 대학으로 옮겨갔으며, 그곳에서 바그너를 알게 되어 그의 음악에 심취하였다. 이 두 대학에서 신학과 고전문헌학을 공부했다. 25세의 젊은 나이로 스위스 바젤 대학의 고전문헌학 교수로 임명되었고,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심취함으로써 철학적 사유에 입문했다.
28세 때 최초의 저작『비극의 탄생』을 펴냈으며 이 저작에서 니체는 아폴론적인 가치와 디오니소스적인 가치의 구분을 통해 유럽 문명 전반을 꿰뚫는 통찰을 제시한다. 1873년부터 1876년까지는 독일과 독일민족, 유럽 문화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가하며, 위대한 창조자인 '천재'를 새로운 인간형으로 제시한 『반시대적 고찰』을 집필했다. 1879년 건강이 악화되면서 재직중이던 바젤 대학을 퇴직하고, 이후 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요양지에 머물며 저술 활동에만 전념했다. 1888년 말부터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 니체는 이후 병마에 시달리다 1900년 8월 25일 바이마르에서 생을 마감했다. 니체의 정신병을 두고 원인이 분분하지만 젊었을 적 얻었던 매독이 발전되어 정신분열로 이어졌다는 설이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까지도 그의 유고들이 발굴되고 있으며 이 유고들은 니체연구 학자들에 의해 현재 독일에서 니체전집으로 출간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나올 예정이다.
니체가 사망한 해인 1900년은 특별한 상징을 지닌다. 19세기를 마감했다는 의미가 될 수도, 20세기를 새롭게 연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 후자일 것이다. 실제로 니체는 '사후, 나는 신화가 될 것이다'는 예언을 했는데, 이 말이 사실이 되었다. 헤르만 헤세, 앙드레 지드, 프란츠 카프카 등 니체를 선망하는 일련의 작가들이 니체의 사상을 문학으로 형상화하였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시초라고 여겨지는 카프카가 니체를 엄청나게 존경했다는 사실과 카프카의 작품 세계는 결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매듭이다. 또한 하이데거와 야스퍼스 등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니체를 실존철학의 시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프랑스의 포스트 구조주의자들, 그러니까 푸코와 들뢰즈 그리고 데리다 역시 니체를 위대한 사상가로 평하며 저마다 계승 의식을 발현했다. 한편, 한국에서도 니체에 대한 열광은 대단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신을 죽인 자의 행로는 쓸쓸했도다』라는 박상륭 작가의 소설이 출간되기도 했다. 한국에서 니체 전문가로 꼽히는 사람으로는 고병권이 있다. 마지막으로 파시즘에 의한 니체 사상의 오용이 있다. '권력', '힘', '미학', '귀족주의' 등 니체가 중시한 가치를 파시즘이 차용함으로써 모순적이게도 니체의 사상은 파시즘과 나치즘에 의해 선전된 바 있다.
저서로는『니체 최후의 고백』『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인간적인 것, 너무나도 인간적인 것』『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선악의 피안』『도덕의 계보』『이 사람을 보라』『권력에의 의지』등이 있다.
니체의 작품 세계에서 대표작인『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위치는 각별하다. 이 작품은 그의 집필 활동의 정점에 씌여진 것으로, 그의 활동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고리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잠언 형식의 아포리즘이 니체 저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아포리즘의 절정이다. 반대로 영미철학이 자주 구사하는 식의 논지 전개를 니체도 시도한 적이 있는데, 대표적인 저서가 『도덕의 계보』이다.
그의 사상적 특징은 한 마디로 요약하기가 불가능하다. 특히 니체 이후, 니체 계승자라고 자처한 학자들이 제각각의 니체를 창조함으로써 니체 사상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시도되었다. 하이데거는 니체를 적극적 니힐리스트로 규정하였고, 푸코는 권력-지식 담론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니체는 고정된 가치에 회의적이었고, 특히 기독교적 덕목을 혐오하였다. 니체 사후 10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니체에 대한 숭배는 끊이지 않는다.
○목차
초기의 시(1859~1864년)
청년기의 시(1869~1877년)
‘인간적인 것 너무나 인간적인 것’에 바치는 시(1878년 초부터 1884년 가을까지)
‘즐거운 학문’을 위하여
포겔프라이 왕자의 노래(1882~1884년)
잠언시(1882년부터 1886년까지의 저술들과 원고들로부터)
시들(1882년부터 1888년까지의 저술들과 원고에서)
차라투스트라의 노래(1883~1885년)
디오니소스 찬가(1884~1888년)
부록-디오니소스 찬가의 단편(1882~1888년)
○책 속으로
‘높은 곳으로 가라, 골짜기로 가라!’
한밤중 깊은 전나무 숲 속에
퇴색한 달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두려움에 떨며 미소 지을 때
나는 홀로 쓸쓸히 서 있는 너를 보았네.
아무 소리도 없다. 가벼운 바람이 골짜기에서
살금살금 불어와 머무네.
맑게 부딪히는 갈대 소리는 오싹할 정도로 부드러워
마치 늪지에서 솟아난 망령의 속삭임처럼 울린다.
굳게 쥔 두 주먹과 타오르는 눈동자
거친 바위벽에 속박당한 채
네 마음은 거센 파도처럼 고동치며
해변을 향해 끊임없이 물결을 토해낸다.
부서진 성벽의 흔적, 돌기둥의 화려함
환한 달빛 아래 성벽은
움푹 팬 눈동자로 그를 경멸하며
일그러진 입술로 고개 숙여 절하며 말한다.
‘높은 곳으로 가라, 골짜기로 가라!
태양은 살육 당하고 달은 생명을 얻었다.
너는 빛바랜 창백한 얼굴로 왜 위를 보는가?
위를 향해 가라, 만물이 빛을 향해 가려고 하는 것처럼’!
그는 기어 올라갔네. 그는 올라가 귀를 기울이네.
갈대를 현혹하는 속삭임에
바위벽을 둘러싼 바람의 웅성거림에
고지를 날아오르는 올빼미의 윙윙거리는 소리에.
그것은 더욱 가까이 다가오네, 마법의 소리.
마치 하프 소리처럼 바람에 실려 와 살랑거리네.
지금은 나즈막히 탄식하며 고통스러운 불안에 ―
조용히 잦아들다가 ― 사라져 ― 세상 속으로 가라앉네.
그것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네, 그는 높이 올라
두 팔을 벌리고 세상을 껴안네.
가라앉고 ― 물에 빠지고 ― 기둥은 무너지고
―울림은 사라지고 ― 소리는 멎고 대지를 향해 산산조각으로 흩어지네.
포르타 1862년 1월 30일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10대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의 니체의 모든 시들!
니체의 핵심ㆍ실체를 정확히 알려면 그의 시를 읽어야 한다!
최근 우리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니체 전집에서 니체의 시들을 모두 특정한 한 권에 모아서 수록한 것을 찾을 수 없다. 니체는 그의 작시를 이른바『시집』이라는 형태로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본은 없다. 우리가 원본으로 선택한 무자리온 판 니체 전집 제20권에는 소년 시절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니체의 시들이 모두 들어 있다. 이 무자리온판 니체 전집은 뷔르츠바하 박사(Dr. Friedrich Wurbach)가 니체의 여동생 엘리자벳 푀르스터 니체의 허락을 받아서 편집한 것이다.
사상사에 있어서 니체와 같은 인물은 매우 특이한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그에게 시인이냐, 철학자냐, 문학자냐 등의 물음을 던지고 어떤 특정한 답을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니체는 시인이지만 철학자-시인이다. 넓게 말하자면 니체는 그 자신이 여러 차례 자신의 유고작『힘에의 의지』에서 기술한 예술가-철학자이다.
니체 시의 전개 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초기의 시들(1859~1864년), 청년기의 시들(1869~1877년), ‘인간적인 것 너무나도 인간적인 것’에 바치는 시(1878~1884년), ‘즐거운 학문’을 위하여(1881~1882년), 포겔프라이 왕자의 노래(1882~1884년), 잠언시(1882년부터 1886년까지의 저술들과 원고들로부터), 시들(1882~1888년의 저술들과 원고들에서), 차라투스트라의 노래(1883~1885년), 디오니소스의 찬가(1884~1888년), 디오니소스 찬가의 단편들(1882~1888년). 이상과 같이 니체의 시들이 전개되는데 니체 시의 전개 과정은 바로 니체 철학의 전개 과정과 맥을 같이 하면서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니체의 예술-철학은 열린 예술과 열린 철학을 암시한다. 니체가 자신의 시-음악-철학을 전개하면서 모든 전통적인 합리주의적 문명을 깡그리 붕괴하고 해체하여야만 긍정적, 창조적인 인간의 전형, 곧 초인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그가 허무주의자로 머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니체는 고대 그리스 비극을 생동하는 시와 음악의 전형으로 삼고 그것들을 근거와 참고로 이용해서 ‘힘에의 의지’를 이끌어내고자 하였다.
니체는 단순한 기계부속으로 타락해버린 인간과 사회를 완전히 붕괴시키고 힘에의 의지로 충만한 인간상을 창출하고자 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이상 합리주의적 이성이 필요 없게 되었고 오직 꿈틀거리는 힘을 소유한 대지와 아이와 차라투스트라가 이글거리는 태양을 노래하면서 시-음악-철학으로 삶을 재구성하여야만 한다는 것이 니체의 예술가-철학자의 사명이다. 물론 니체 자신이 예술과 철학에 대한 광범위한 섭렵이 부족했고 45세 나이에 완전히 미쳐버렸기 때문에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심원한 통찰이 결여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산다는 것은 예술’이라고 니체는 말한다. 삶이 예술이기 때문에 어떤 식의 삶도 허용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야 한다면 아름다우면서도 강하게 살고 싶다. 그 바람을 니체는 자기의 삶 속에서 관철했고 그 삶의 불꽃이 이 시집 안에서 사방을 향해 번져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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