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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숭깊다 -내가 사랑하는 우리말 우리글

금동원(琴東媛) 2017. 12. 9. 23:08

 

[내가 사랑하는 우리말 우리글]

  

 웅숭깊다

 

  금동원(시인)

 

 

  어린 시절 시골 외가에 있던 우물 속을 내려다보며 알 수 없는 두려움과 함께 신비로운 상상을 하곤 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화 속 동물이 살 것도 같고, 들은 적 없는 슬픈 전설의 비밀을 품고 있는 것도 같았다. 그 때 가슴 밑바닥부터 차오르던 묘하게 벅찬 감정이 웅숭깊은 느낌이라는 걸 다 커서 알게 되었다.

  ‘웅숭깊다’라는 말은 본래 우묵하고 깊숙하여 잘 드러나지 않는 장소나 물건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를 나타낼 때 쓰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주로 사람의 성품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만나면 기쁨과 큰 위로가 되는 온화하고, 도량이 넓고, 속이 깊은 사람의 인품을 가리킨다.

 웅숭깊은 사람은 왠지 모를 든든함과 깊은 신뢰감을 갖게 한다. 좀체 속을 안 내보이지만, 그것은 가벼움이나 음험함이 아니라 묵직함으로 길들여진 단단함이다. 깊고 넓은 도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웅숭깊은 사람은 굳이 수선스럽게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아도 배어나오는 묵직한 내면, 은근하게 절제된 겸손함과 기품을 지니고 있다.  웅숭깊은 인품을 지닌 큰 어른을 만나면 그 존재감만으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깊은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만나면 만날수록 웅숭깊은 사람이 되어지기를 나 스스로도 노력해보려고 한다.

 빠르고 일회적이고 타협적인 이 시대에 웅숭깊은 사람을 만나는 기쁨은 크다. 나이가 들수록 만나게 되는 향기롭고 아름다운 인연들은 얼마나 귀하고 웅숭깊은가.

 

 - 『문학의 집 서울』, 2017년 12월호. (통권 제19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