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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금동원(琴東媛) 2018. 1. 20. 21:11

  ■수학으로 만든 화폐 -비트코인

 

 

  화폐는 약 1만 년 전 고대인들이 물물교환을 위해 곡식이나 가축을 사용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화폐는 금과 은 같은 금속을 거쳐 종이에 가치를 적어 사용하는 형태로 진화해 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트코인이라는 전자 화폐까지 등장했다.

 

 

  ○세계에 불어 닥친 비트코인 열풍

 

  전자 화폐 비트코인은 게임 머니나, 카카오톡 등에서 사용하는 가상 화폐와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가장 큰 차이는 사용 범위가 매우 넓다는 점이다. 지난 2009년 비트코인이 등장한 이후, 세계의 수많은 상품 판매자들이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과 미국의 온라인 음식 주문 사이트인 푸들러를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비트코인으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최근에는 캐나다에서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꿔서 인출할 수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가 등장해 오프라인에서도 비트코인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또 자동차와 부동산 판매 대금을 비트코인으로 받는 곳도 있다. 아직 세계 모든 곳에서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음식에서부터 자동차와 집까지 비트코인으로 못하는 게 없는 셈이다.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대표적인 전자 화폐로, 사용 범위가 매우 넓다.

 

  현재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 나라의 화폐와 비트코인을 교환하는 거래소가 운영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환전 가격은 마치 금처럼 수요에 따라 매일 달라진다. 지난 2009년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했을 무렵 24달러(약 2만5000원)를 주고 5000비트코인을 산 노르웨이 청년 크리스토프 코흐 씨는 4년 동안 비트코인의 가치가 상승해 85만 달러(약 9억원)이나 되는 돈을 손에 쥐기도 했다.

 

 

 

  ○최초의 수학적인 화폐

 

  비트코인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화폐 시스템이 수학을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거래소에서 돈을 주고 환전할 수도 있지만, 돈을 들이지 않고도 수학 문제만 풀면 얻을 수 있게 설계돼 있다. 바로 이점이 비트코인 운영체계의 핵심이다.

 

  보통 인터넷 거래를 할 때는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 은행이나 신용카드 회사 등의 금융기관이 매개체로 존재한다. 금융기관은 상품을 사는 소비자의 계좌에서 돈을 빼낸 뒤 판매자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통장 같은 공식적인 장부에 기록한다. 금융기관은 이처럼 거래를 중계하고 보증하는 역할을 하면서 거래 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런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은행 없이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모든 비트코인 사용자가 거래의 증인이 되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은 그 과정의 일부다.

 

 

수학적인 화폐, 비트코인

 

  예를 들어 비트코인 시스템에서는 A가 물건을 구입하면서 B에게 비트코인을 보낼 때, 마치 이메일을 보내는 것처럼 받는 사람의 전자 지갑 주소와 보내는 돈의 액수만 적으면 된다. 거래 내용은 자동으로 암호로 바뀐다. 비트코인 시스템은 이같은 거래 내용을 10분 단위로 한데 모아 전체 사용자가 공유하는 장부에 기록한다. 이때 장부를 기록하는 권리와 일정 금액의 비트코인을 사용자 중 한 사람에게 주는데, 상금으로 주는 비트코인은 새로 발행되는 돈이다. 사용자들은 상금으로 걸린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 경쟁하면서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런데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사람들이 풀어야 하는 수학 문제란 바로 암호화된 거래 내용을 푸는 것이다. 비트코인 시스템은 ‘공개키 암호’라는 방식으로 거래 내용을 암호화 하는데, 공개키 암호란 한마디로 암호를 만드는 방식과 푸는 방식이 다른 암호 체계다.

 

  예를 들어 다양한 공개키 암호화 방식 중에서 ‘RSA’라고 부르는 방식은 자연수로 이루어진 ‘공개키’를 이용해서 메시지를 암호화 한다. 그리고 이 메시지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곱했을 때 공개키가 되는 두 소인수인 ‘비밀키’를 알아야 한다. 이 소인수를 찾기 위해서는 특별한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개키의 소인수 조합을 하나씩 검토해 봐야 한다. 만약 공개키의 자리수가 100자리만 넘어가도 슈퍼컴퓨터로 몇 만 년이나 계산해야 할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안전한 암호가 된다.

 

 

슈퍼 컴퓨터

공개키 기반의 RSA 암호를 풀려면 슈퍼컴퓨터로도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금 캐듯이 비트코인 캔다

비트코인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서는 컴퓨터로 암호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처럼 공개키 암호화 방식은 기본적으로 암호를 풀기 위해 수많은 경우의 수 조합을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비트코인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컴퓨터를 이용해서 암호 문제 풀이에 도전해야 한다. 수많은 계산과 검토 끝에 문제를 푸는 사람이 비트코인을 얻게 된다는 점은 마치 광부가 광산에서 곡괭이질을 거듭한 끝에 금을 캐내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얻는 과정을 ‘비트코인 채굴’이라고도 부른다.

 

  이렇게 컴퓨터를 이용한 문제 풀이 경쟁 끝에 암호화된 10분 동안의 거래 기록을 풀어낸 사람은 그 내용을 장부에 기록하고, 모든 비트코인 사용자들에게 발표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새로 발행된 비트코인을 받게 된다. 이때 새로 발행되는 비트코인의 액수 또한 수학적으로 계획돼 있다는 점이 비트코인의 또 다른 특징이다.

 

  비트코인이 처음 만들어진 2009년부터 4년 동안은 매 10분마다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 50비트코인을 발행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4년 단위로 발행량이 절반씩 줄어들도록 했다. 그리고 현재는 10분마다 25비트코인이 발행되고 있는데, 이 금액은 점점 줄어서 2040년이 되면 총 2100만 비트코인을 끝으로 발행이 끝나게 된다. 그 이후부터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비트코인 사용자들이 조금씩 내는 수수료를 통해 비트코인 장부를 기록하는 사람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비트코인의 수학적인 특징 덕분에 모든 사용자가 거래 내용이 기록된 장부를 가지고 있게 되어 장부를 조작할 수도 없고, 비트코인을 이중으로 사용할 수도 없다. 이처럼 비트코인 시스템은 거래와 거래 기록, 그리고 발행량 조절을 모두 수학적으로 연결해 안전한 화폐 구조를 만든 최초의 수학 기반 화폐다

 

  ○글: 최영준

 

  최영준은 서강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사이언스에서 과학기자로 일하고 있다. <어린이과학동아>와 <수학동아>를 거쳐 지금은 ‘동아사이언스’와 동아일보에 과학기사를 쓰고 있다. 사람들의 삶에 도움을 주는 전문성 있는 과학콘텐츠를 제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기자생활 초반에 동일본 대지진 사태를 경험하면서 지진과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에 관심을 많이 갖고 취재했다. 지은 책으로는 <화산이 들썩들썩! 백두산이 폭발한다면?> <지구가 흔들흔들! 해운대에 지진이 일어난다면?> <도시가 깜빡깜빡! 대정전이 일어난다면?> <초등학교 때 꼭 해야 할 재미있는 창의활동 365> 등이 있다

 

 

 

  ■비트코인(Bitcoin )

 

 

  비트코인이란,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란 신원불명의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일종의 ‘사이버 머니(cyber money)’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독점하고 자의적인 통화정책을 펴는 것에 대한 반발로 탄생했다.

 

  비트코인은 일반 컴퓨터로 계산했을 때 약 5년이 걸리는 수준의 난해한 수학문제를 풀면 발행된다. 화폐를 발행하는 기관이 따로 없고, 광산에서 금을 캐듯 ‘채굴자’(miner)로 표현되는 사람들이 공개된 소프트웨어로 ‘비트코인’을 ‘채굴(mining)’하는 것이 특징이다. 거래 또한 중앙기구 없이 ‘지갑’이라는 P2P(다자간 파일공유)’를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자들끼리 직접 이뤄진다. 또한 비트코인은 일반 화폐와 달리 인플레이션 방지차원에서 2120년 2100만 단위가 생성되면 채굴이 중지된다.

 

  2013년을 기준으로 비트코인의 사용 범위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13년 8월 독일정부가 비트코인을 세금 납부에 사용 할 수 있는 공식 화폐로 인정했으며 10월 중국의 최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바이두(www.baidu.com)’도 비트코인을 거래수단으로 받아들였다. 한국은 2013년 4월 거래소 ‘코빗(KORBIT)’이 출범했지만 사용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출처:(매경 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