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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아동 6명 중 1명, 어른들의 전쟁에 고통받아

금동원(琴東媛) 2018. 3. 27. 20:42

  전 세계 아동 6명 중 1명, 어른들의 전쟁에 고통받아

  - 20년 자료 분석 <아동을 향한 전쟁> 보고서 발간



  지난 20년, 아이들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됐을까요?


  ▲ 시리아 북부, 세 살 모하나드(Mohanad, 가명)가 폭격으로 부서진 학교 앞에 서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분쟁 지역에서 고통받고 있는 아동의 수는 20년간 무려 75%나 늘었습니다. 3억 5,700만 명 2016년, 전 세계 아동 여섯 가운데 한 명 꼴입니다. 이 가운데 절반인 1억 6,600만 명은 매년 무력충돌로 1,000여 명 이상이 사망하는 ‘심각한 분쟁 지역’에 묶여 있습니다. 전쟁으로 다쳐 장애를 입은 아동수는 2010년 이래 무려 3배나 껑충 뛰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 20년간 분쟁 지역 아동의 상황을 분석해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 <아동을 향한 전쟁 (The war on Children: Time to End Violations Against Children in Armed Conflict)>에 담긴 내용입니다.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유엔이 규정한 죽음, 상해로 인한 장애, 성폭력, 납치, 학교·병원 폭격, 구호 차단 등 ‘6대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아동 7만 3,023명 어른들의 분쟁에 숨져


  “21세기 대학살.” 시리아 동구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의사의 말입니다. 지난 2월 18일 시작된 정부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사흘만에 300명이 숨졌습니다. “미사일이 비처럼 떨어진다.”고 한 주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민가, 학교, 병원 가리지 않습니다. 시리아 정부군은 이게 “시작”일 뿐이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3월이면 시리아 내전이 8년째로 접어들지만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 기간 어린이 1만 9,00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출처: 시리아 인권관측소) 3시간마다 아동 한 명이 숨진 겁니다.



  ▲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에 사는 일곱 살 소년 칼리드(Khalid 가명)는 학교에 떨어진 미사일에 오른손을 잃었습니다.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Idlib)에 사는 일곱 살 소년 칼리드(Khalid, 가명)는 2년 전 오른손을 잃었습니다. 3월 어느 날 오전 9시, 시험날이었습니다. 종이 울리고 시험을 마친 아이들은 학교 운동장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미사일 두 발이 떨어졌습니다. 하나는 교무실, 또 하나는 학교 정문을 박살냈습니다. 칼리드는 그래도 살았습니다. 그날 선생님 3명, 아이들 5명이 숨졌습니다. 다친 아이들도 50명입니다.



  ▲ 예멘 수도 사나에 사는 노란(13, Noran, 가명)은 폭격 충격파로 척추를 다쳐 더 이상 좋아하는 글쓰기를 할 수 없습니다.


  시리아뿐 아닙니다. 천일 동안 1만 5,000번 폭격이 떨어진 예멘, 그곳 수도 사나에 사는 노란(13, Noran, 가명)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소녀입니다만, 이제 더 이상 글을 쓸 수도 걸을 수도 없습니다. 폭격이 떨어지면 충격파가 이는데 이것만으로도 소녀의 척추가 꺾였습니다. 휠체어에 묶이지 않으면 앉지 못하는 노란은 연필을 쥐지 못합니다. 여덟 자매를 둔 노란 아버지의 걱정은 이뿐이 아닙니다.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아라비아 연합군의 봉쇄가 계속되면서 구호물품을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공무원인 그는 벌써 일년 넘도록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동을 향한 전쟁> 보고서를 보면, 유엔 등에서 확인한 건수만 따져도 2005년~2016년 최소 7만 3,023명 아동이 무력충돌로 숨지거나 장애를 입었습니다. 2016년 한 해에만 그 수가 1만 68명에 달합니다. 폭탄은 학교, 난민캠프, 병원, 민간 거주 지역을 가리지 않습니다. 2005년~2016년 학교와 병원을 겨냥한 공격은 1만 5,375건 보고됐습니다. 폭탄에 맞지 않으면 생계가 목줄을 조릅니다. 2016년 한 해만 구호단체 접근이 1,014건 차단됐으며 이는 2010년 이래 무려 15배 오른 수치입니다.



지역별 분쟁으로 고통받는 아동의 비율
분쟁/무력충돌은 국가 또는 무장 조직이 쌍방 간 또는 민간을 대상으로 무력을 써 25명 이상 사망자를 낸 경우를, 분쟁 지역은 일 년 안에 무력충돌이 한 번 이상 일어난 곳에서 50km 이내 지역을 말합니다.
* 도표에 쓰인 원의 크기는 대륙별 인구 규모를 반영합니다.




  아동 성폭력 최소 1만 7,515건


  분쟁 지역 아동들을 향한 성폭력 또한 만연했습니다. 미얀마 군인들의 탄압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피난 온 16살 샤디바비란(Shadibabiran, 가명)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군인들이 마을로 쳐들어오더니 총을 쏴 대기 시작했어요. 엄마는 발목에 총을 맞았어요. 10대 소녀들은 다 일어서라고 했어요. 군인들은 저랑 다른 소녀 2명을 어떤 집으로 끌고 갔어요. 얼굴을 총으로 때리고 가슴과 팔, 다리를 짓밟았어요. 군인 3명이 절 강간했습니다. 저는 기절했어요. 갈비뼈 하나가 부러졌어요. 숨을 쉬기 힘들었는데 의사에게는 갈 수 없었어요. 수치심이 들었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이 이번 보고서에서 확인한 2005년~2016년 아동 성폭력 건수는 무려 1만 7,515건, 그런데 이는 극히 일부분만 집계된 결과라고 합니다. 연구진은 “가장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실제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며 “아동 희생자 수는 집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료에 한계가 있고 특히 성폭력은 피해자에게 붙는 낙인 탓에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른들의 전쟁에 징집된 아동 4만 9,640명


  콩고민주공화국에 사는 17살 카발라(Kabala, 가명), 2년 전 15살 때 학비를 벌 수 있다는 말에 소년병이 됐습니다. “(무장세력은) 어릴수록 더 좋아해요. 죄책감이 적다는 거죠.” 군인들은 카발라에게 약물과 술을 가르치며 천하무적이라고 추켜세우더니 작대기 하나 들려 전방으로 보냈습니다. “많이 죽였어요. 저도 즐겁게 죽였어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버렸어요. 죽이는 게 나쁘다는 느낌도 없었어요. 무감각해졌어요. 천하무적이란 건 거짓말이었어요. 친구들이 죽어가는 걸 봤거든요.” 카발라는 집으로 도망쳐 왔지만, 여전히 그때 기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악몽을 꿔요. 전쟁 꿈. 제가 계속 싸워요. 죽이고 또 죽여요.” 카발라는 학교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학업을 마치고 변호사가 돼 자기처럼 징집된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합니다.


  나이지리아에 사는 할리마(Halima, 16, 가명)는 13살 때 무장세력에 납치됐습니다. “그들이 가족을 다 죽이고 저를 데려갔어요. 그들 중 한 명과 결혼하게 될 거라고 했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이틀 뒤 저는 결혼하게 됐고 갇혀 지냈어요. 일주일 내내 음식을 전혀 못 먹는 날도 있었어요. 임신 중에 남편이 전쟁터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어요. 여전히 남자들을 보거나 큰 소리를 들으면 무서워요. 제 아이들만큼은 교육도 받고 이런 삶을 살지 않도록 보호해주고 싶어요.”



  ▲ 소말리아 푼틀란드 난민캠프. 소말리아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아이들이 살기 위험한 분쟁국입니다.




  <아동을 향한 전쟁> 보고서를 보면 카발라처럼 무장세력에 징집된 소년소녀의 수는 2005~2016년 확인된 건수만 4만 9,640명, 2005년 4,000여 명 수준이던 것이 2016년엔 7,734명으로 뛰었습니다. 납치는 1만 4,327건입니다.




  마음으로 피 흘리는 아이들


  연구진은 이번 조사에서 “아동을 자살폭탄 테러에 이용하거나 학교와 병원을 겨냥한 직접적 공격, 무차별적 폭탄 사용의 증가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분쟁 지역에 사는 아동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유독성 스트레스(toxic stress)’의 영향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독성 스트레스’는 아이들이 충격적 사건을 겪고 극도의 폭력과 결핍에 일상적으로 시달릴 때 나타내는 심리적 상태로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 유형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으로 손꼽힙니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심리적 상흔을 남깁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해 시리아 14개 주 아동, 청소년, 성인 450여 명을 설문 조사해 낸 보고서 <보이지 않는 상처Invisible Wounds>는 피 흘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증언합니다. 설문에 응한 아동 71%가 야뇨증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40%는 집 바로 옆이라도 밖에서 놀 때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절반은 항상 또는 수시로 극심한 슬픔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더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실어증 등 언어장애를 겪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12살 제이납Zeinab, 가명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무나 끔찍한 상황을 많이 봤고 전쟁 말고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요. 2년 동안 학교에 다니지 못했고 제 동생은 거의 교육이라곤 받아본 적이 없는데 이 상태가 계속돼 미래 전체를 잃어버리게 된다면….”




  전후방 모두 전선…학교, 병원 가리지 않는 포탄


  왜 20년 전보다 더 많은 아이가 분쟁으로 죽어가고 있는 걸까요? 연구진은 도심 전쟁의 증가, 인구 밀집 지역에서 무차별적 폭발성 무기 사용 증가, 최전선과 후방의 구별이 없는 교전, 장기화 되고 복잡해진 전쟁 양상 등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1990년대 국가 간 무력분쟁은 평균 7.8년 지속된 데 비해 지난 10년간 분쟁들은 평균 9.7년 지속됐습니다. 헬레 토르닝슈미트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내셔널 CEO는 “분쟁 영향 지역에 사는 아동수가 충격적으로 증가했고 최악의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며 “아동을 향한 전쟁은 가장 끔찍한 학대이며 국제법에 대한 명백한 위법으로 세계 정상들은 가해자들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내며 국제법과 규범 준수, 범법자 처벌, 아동을 중심에 놓는 재건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예멘, 시리아,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 캠프, 남수단… 분쟁으로 가장 고통받는 아이들 곁엔 세이브더칠드런이 있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정신적 상처를 어루만집니다. 아이들을 지키는 세이브더칠드런 곁을 지켜주세요.



  글 마케팅커뮤니케이션부 김소민






  “아는 것이라곤 전쟁밖에 없어요”


  사진가 크리스 드 보데와 함께 요르단에 있는 일곱 살 난 시리아 난민아동들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끔찍한 전쟁과 난민 경험에도 불구하고 미소짓는 아이들의 모습은 세계 여느 곳에서 찍은 사진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의 삶은 전쟁으로 빚어져 있습니다. 지난 3월 15일, 아이들의 나이만큼이나 오래된 시리아 내전이 7년을 맞았습니다. 분쟁이 시작될 때 태어난 아이들은 시리아에서 보냈던 삶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 아이들에겐 지금 살고 있는 난민 캠프나 피난 장소가 고향이자 집입니다.


  지난 2월 세이브더칠드런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는 아동이 살기에 가장 위험한 곳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전쟁이 시작됐을 때부터 시리아에서 활동해왔고 후원자님의 도움으로 음식, 의약품, 피난처, 교육과 심리·정서지원 등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쟁과 폭격이 없었다면 이 아이들의 삶은 어떠했을까요? 그리고 앞으로 또 어떤 하루를 기대할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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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마케팅커뮤니케이션부 김도화  사진 크리스 드 보데 Chris de B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