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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금동원(琴東媛) 2018. 5. 19. 23:56

  ■돈키호테 ( Don Quixote)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의 풍자 소설. 근대소설의 선구가 되었으며 문장은 스페인의 사실적 문체의 최고로 평가된다.단순한 풍자소설이 아니라 진정으로 '인간’을 그린 최초·최고의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본 뜻

  세르반테스의 장편소설이면서 그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다. 1605년에 간행되고 속편은 1615년에 간행되었다. 주인공 돈키호테가 기사(騎士) 이야기책을 탐독하다가 망상에 빠져, 여윈 말 로시난테를 타고 산초 판자와 더불어 기사 수업(騎士修業)을 다니면서 기지와 풍자를 곁들인 여러 가지 일과 모험을 한다는 줄거리이다.

 

  *바뀐 뜻

  오늘날 ‘돈키호테’라는 말은 소설의 주인공 돈키호테에 빗대어 현실을 무시한 공상적 이상가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시대가 바뀌면서 주위의 시선과 반복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상을 향해 뜻을 굽히지 않고 다가서는 인물로 재탄생되고 있다. 또한 그런 인물의 유형을 돈키호테형이라고 부르며, 반대되는 유형을 햄릿형이라고 부른다

 

  ■ 투르게네프가 얘기하는 [햄릿형 인간], [돈키호테형 인간]

  1860년 1월10일, 어려운 처지에 있는 문학인과 학자들을 돕기 위한 모임에서 소설가 이반 투르게네프가 행한 연설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세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이 최초로 간행되고,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출현한 것은 17세기초 같은 해에 있었던 일입니다. 이 우연의 일치는 우리에게 뜻깊은 일로 생각됩니다. 우리가 제기한 이 두 작품의 친근성은 우리를 일련의 사상으로 이끌어 줍니다.

  이 사상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며, 미리부터 여러분의 관용에 기대를 걸어 볼까 합니다. "시인을 이해하려면, 시인의 영역으로 들어서야 한다"고 괴테는 말했습니다. 그러나 산문가는 그의 편력이나 탐구에서 독자나 청취자들이 함께 동반되기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돈키호테와 햄릿 - 이 두 타입의 인물 속에서 인간 본성에 내재되어 있는 두 개의 근본적으로 대립된 특성이 체현되는 듯싶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다소의 차이가 있을 뿐 이 두 타입 가운데 하나에 속할 것입니다.

  돈키호테는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요? 피상적이고 하찮은 것에 눈길을 멈추는 그런 성급한 시선으로 그를 관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기사 소설의 조소를 위해 창조된 인물로서 한낱 슬픈 기사의 모습으로만 그를 보아서도 안 될 것입니다.

  그는 이상에 대하여 철저하게 몸을 내 맡기고 있습니다. 그는 자기의 이웃과 형제들을 위해서 살며 악을 근절시키고 비록 환상 속의 마법사와 거인들이기는 하지만 압제자인 적의 군사들을 물리치기 위해 사는 것입니다. 이러한 그의 모습에서는 에고이즘이란 그 흔적조차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는 이처럼 확고부동한 신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결코 주저하는 법이란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그는 겁을 모르고 참을성이 많으며 형편없는 음식과 허름한 옷차림으로도 만족해합니다. 그는 겸허한 마음과 위대한 영혼을 지닌 용감한 인물입니다.

 

 

 

  돈키호테는 완전히 미쳐버린 광인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엄연히 바로 눈앞에 존재하는 사물도 자신의 신념에 열렬히 몰입해 있는 그의 눈에는 마치 초가 불에 녹아 버리듯 사려져 버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가 끊임없이 희극적이고도 굴욕적인 상황에 처하곤 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모든 판단력과 말씨 그리고 그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마다 특별한 힘과 위엄성이 나타나 보이는 것은 다름아닌 그가 지니고 있는 이 확고부동한 도덕성 때문입니다.

 

  그럼 햄릿은 과연 어떠한 인물입니까? 그는 다만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살며 따라서 그는 에고이스트입니다. 고귀한 햄릿에게 있어서 자아란, 자기 자신조차도 믿지 않는 자아인 것입니다. 햄릿의 사색이 그 해답을 얻지 못한 채 언제나 끊임없이 그 출발점으로 되돌아오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은 바로 그가 자기 영혼의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야 할 이 세상에서 그 어떤 삶의 의의도 발견하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기인합니다.

 

  따라서 그는 회의론자이면서 그의 머릿속은 언제나 자기 자신의 문제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의 이지는 지나칠 정도로 발전하여 그의 내면의 세계를 관찰하기에 충분합니다. 햄릿은 과장될 정도로 자신을 힐책하며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감시하고 자기 내부를 주시하는 것을 큰 만족으로 여깁니다.

 

  또한 그는 자기의 결점 하나하나까지도 잘 알고 있으면 그 결점들을 경멸하며 나아가서는 자기 자신까지도 경멸하는 것입니다. 그는 자기가 무엇을 원하며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삶에 대해서는 강렬한 집착을 갖고 있습니다(...)

 

  압제자로부터 죄없는 사람을 해방시켜 주려는 돈키호테의 시도는 결과적으로 자기가 구해 주려던 이에게 이중의 재난을 가져다 주었을 뿐 실패로 돌아가고 오히려 역효과만을 초래하고 맙니다. 그가 그 자리를 떠나자마자 그 소년의 주인은 소년을 더 심하게 매질하게 됩니다.

 

 

  또한 돈키호테는 일개 풍차를 악한 거인들로 착각하고 공격을 가하는 무모한 행동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우스꽝스럽기만 한 이와 같은 장면은 우리로 하여금 그 속에 감추어진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를 추구하게 해 줍니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자기 자신을 희생하기로 마음먹으면서도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의 행위가 초래할 모든 결과에 대해 이모저모 헤아려보고 또한 그 행위가 자신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줄는지를 거듭 저울질해 본다면 그는 아마도 결코 자기희생에는 적합한 인물이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햄릿과 같은 인물에게는 자기희생과 같은 행위는 결코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햄릿형의 인물은 민중에게 결코 유익한 존재가 되지 못합니다. 그들은 민중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며 민중을 올바른 목표를 향해 이끌어 주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바로 그 자신도 가야 할 방향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햄릿형의 인물은 민중을 경멸합니다. 자기 자신조차 존중하지 않는 자가 어떻게 민중을 존중할 수 있겠습니까?(...)

 

  무릇 대다수의 민중은 산초 판사가 돈키호테를 섬기듯 몇몇 돈키호테와 같은 인물을 헌신적으로 신뢰하며 그들을 위해 봉사하며 한평생을 마치기 마련입니다. 민중은 때로는 이들을 우롱하기도 하고 이들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하며 이들을 박해하기조차 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민중의 박해도 욕설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민중이 던지는 조소조차 잘 감당해 냅니다. 그러나 햄릿형의 인간은 언제나 자기 자신만의 일로써 머리가 꽉 차 있으며 이들은 늘 고립되어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이들은 인류에 대하여 아무런 공헌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출처: 안기영의 공감의 정치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의 배경지인 라만차 평원의 꼰수에그라- 풍차 마을에서 

 

 

 

 

                                  

끼호떼1~2 -기발한 시골 양반 라 만차의 돈 끼호떼

  미겔 데 세르반테스 저/ 민용태| 창비            

 

  에스빠냐어로 쓰인 최고의 소설, 인류의 책이라 불리는 고전 『돈 끼호떼』를 에스빠냐어 원전에서 완역했다. 이야기는 허무맹랑한 중세 기사소설에 심취해 있던 라 만차의 시골 양반 알론소 끼하노가 방랑기사가 되어 영원한 명예와 명성을 얻어야겠다는 망상에 빠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라 만차의 돈 끼호떼’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세상에 없는 귀부인 ‘엘 또보소의 둘시네아’를 연인으로 섬기기로 하고, 삐쩍 마른 농삿말 로신안떼를 타고서 하인 싼초 빤사와 함께 에스빠냐 전역을 돌아다니며 기상천외한 모험을 펼친다. 돈 끼호떼가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하여 돌격하고, 객줏집을 마법에 걸린 성이라고 우긴다거나, 죄를 짓고 끌려가는 죄수들을 풀어주었다가 오히려 강도를 당하는 등 어처구니없고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작가 소개

 

  Miguel de Cervantes Saavedra 스페인이 낳은 가장 위대한 소설가·극작가이자 시인이라 불린다. 1547년 스페인의 가난한 외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정규 교육을 거의 받은 적이 없으나, 천부적인 재능으로 세계가 기억하는 불후의 명작들을 남겼다. 1568년 마드리드에서 로페스 데 오요스의 사숙(私塾)에서 잠시 공부한 것 외에는 학교교육을 거의 받은 적이 없다.

  이듬해 이탈리아에서 아크콰비바 추기경을 섬기고, 이어서 이탈리아 주재 에스파냐 군대에 입대하여 1571년 역사상 유명한 레판토 해전에 참가, 가슴에 두 군데, 왼손엔 평생 사용 불능의 상처를 입었다. 레판토 해전에 참가한 후 이탈리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르네상스 말기의 문화에 심취했으며, 1575년 에스파냐 해군 총사령관이며 왕제(王弟)인 돈 후안의 표창장을 받고 에스파냐로 귀국하던 도중, 당시 지중해에 횡행하던 해적들에게 습격을 당해 1580년까지 5년간 알제리에서 노예생활을 하였다.

  1584년 18년 연하인 카타리나라는 부유한 농가의 딸과 결혼하였고, 1585년 처녀작 『라 갈라테아』를 출판하였다. 이후 1587년까지 20∼30편의 희곡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1605년 출간한 『돈키호테』 1편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대열에 들어섰다.

  불후의 명작 『돈키호테』는 이상주의적 인물 돈키호테와 현실주의적 인물 산초를 통해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내면을 냉철하고 심도 있게 묘사하고 있다. 『돈 키호테』의 정식명칭은 『재치 발랄한 향사(鄕士) 돈 키호테 데 라 만차 El Ingenioso Hidalgo Don Quixote de la Mancha』로, 작가 자신이 “유행하고 있는 기사(騎士)이야기의 인기를 타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와 같이, 당시 에스파냐에서 유행한 기사 이야기의 패러디에서 출발되었다.

  이 작품의 중심은 돈 키호테와 산초 판자의 두 성격의 창조로, 기사의 고매한 이상은 산초 판자의 실제적이고 비속한 물질주의와는 대조적이다. 21세기 먼 타국에서조차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는 돈키호테는 독자들 나름대로의 잣대로 인해 현실감각 없는 인물로 인용되기도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주위의 시선과 반복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상을 향해 뜻을 굽히지 않고 다가서는 인물로 재탄생되고 있다.

  세르반테스는 그 시대까지 독립적으로 존재했던 소설의 다양한 형식을 집결하여 문체뿐만 아니라 작품의 전개방식에서도 참신함이 돋보이는 훌륭한 걸작을 만들어냄으로써 유럽 현대소설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 이후 『돈키호테』 2편, 『모범소설집』(1613), 『파르나소에의 여행』(1614), 『여덟 편의 희극과 여덟 편의 막간극』(1615)을 출간하였다. 만년에는 종교적인 결사에 가담하고, 1611년 프란시스코 데 실바가 창립한 아카데미아 셀바헤라는 작가 단체에 가입하였다. 셰익스피어와 같은 날인 1616년 4월 23일, 마드리드에서 사망하였다.

 

  ○역: 민용태

 

  1943년 1월 1일 전남 화순 청풍 출생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서반아어과를 졸업했고, 서반아 마드리드 대학교에서 문학석사(1972년, 시인 마누엘마차도 문체 연구)와 서반아 국가 문학박사(1975) 학위를 받았다. 1975-1979년 서반아 '메넨데스 펠라요 국제대학' 강사로, 1979-1987년까지 외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 명예교수이며 아시아 서어서문학회 부회장, 스페인라틴아메리카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1968년 『창작과 비평』겨울호 '밤으로의 작업' 외로 데뷔하여 1995년 서반아어 시집 『Rio de viento(바람의 강)』멕시코 출간했으며 2002년 시집 『나무 나비 나라』등 다양한 저작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연구 및 평론으로는 1997년 『성의 문화사』, 1999년 『스페인 문학 탐색』, 2000년 『라틴아메리카 문학 탐색』 등이 있다. 에세이집으로는 1990년『색깔있는 에세이』, 1992년『눈 앞에 보고 있어도 그리운 여자』, 1993년 『사랑과 행복의 하이테크』, 2010년 『행복의 기술』(개정판)등이 있다.

 

  ○책 속으로

 

  이렇게 완전히 정신이 돌아버려서, 마침내 이 세상 그 어떤 미치광이라도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자신의 명예를 세우기 위해서도 자신이 지금 방랑기사가 되는 게 필요하고 또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방랑기사가 되어 칼을 차고 말을 타고서 모험을 찾아 세상 방방곡곡을 순회하며 책에서 읽은 대로 방랑기사가 되기 위한 수련과 수행을 시작해야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위험과 고난을 무릅쓰고 모든 억울한 자를 풀어주고, 세상일을 해결해줌으로써 영원한 명예와 명성을 얻어야겠다는 각오였다.―본문에서

  세상에서 가장 부조리하고 우스꽝스러운 해법으로 자연과 세계가 걸어놓은 불가항력의 마법 풀기에 나선 여정, 그것이 돈 끼호떼의 모험인 것이다.―‘초판 역자후기’에서
--- 본문 중에서



  에스파냐의 대문호 미겔 데 세르반떼스가 1605년 “기발한 시골 양반 라 만차의 돈 끼호떼”(El ingenioso hidalgo Don Quijote de la Mancha)라는 제목으로 1권을 펴내고, 1615년 “기발한 기사 라 만차의 돈 끼호떼”(El ingenioso hidalgo Don Quijote de la Mancha)라는 제목으로 2권을 펴낸 이래, 『돈 끼호떼』는 “근대 유럽어로 쓰인 최초의 소설 가운데 하나” “에스빠냐어로 쓰인 최고의 소설” “인류의 책”(알베르 띠보데)이라는 평을 받으며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전유럽어권 문호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두권으로 구성된 『돈 끼호떼』 1권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중세 기사소설에 심취한 라 만차의 시골 양반 알론소 끼하노(Alonso Quijano)가 세상의 약자를 구원하고 정의를 드높이고자 하인 싼초 빤사와 함께 출정하여 겪는 모험담이다. 돈 끼호떼는 자신의 말 로신안떼(‘농사용 말’이란 뜻)를 타고 에스빠냐 전역을 유랑하며 모험을 벌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미친 사람으로 비치는 그는 객줏집을 성으로 오해하고 그곳의 농사꾼 처녀들을 아름다운 공주로 착각한다. 풍차를 악의 화신인 거인으로 생각해 결투를 벌이고, 귀부인의 수행원들을 납치범으로 오해하며, 양 떼를 불의의 무리로 여겨 공격한다. 그는 특히 인근 동네에 사는 한 농사꾼 처녀를 자신의 사랑과 충성을 바칠 이상형 여인 “엘 또보소의 둘시네아”로 명명하고 그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세상의 불의와 싸운다. 작품 속에서 둘시네아는 미모와 덕성으로써 돈 끼호떼에게 계속해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이지만, 실제로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은 한군데도 없다는 것도 역설적인 대목이다. 돈 끼호떼와 싼초 빤사는 가지각색의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것이 1권 이야기의 끝이다.

  2권에서 두 사람은 다시 출정해 모험을 벌이는데,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성격은 변모하기 시작한다. 단순하고 어리석은 싼초 빤사는 애초에 자신의 주인이 제정신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진짜 둘시네아”는 세상 어디에도 없음을 알면서도 세상의 부를 거머쥐기 위해 모험을 계속하는 현실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2권에서 돈 끼호떼는 점차 기사소설의 미몽에서 깨어나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한편, 싼초 빤사는 주인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점차 그의 이상주의를 닮아가며 급기야는 임종을 앞둔 돈 끼호떼에게 죽지 말고 네번째 출정에 나설 것을 간청하기까지 한다. 이처럼 소설의 전개과정에서 돈 끼호떼와 싼초의 현실주의는 극적인 반전을 이룬다. 돈 끼호떼의 이상과 싼초의 현실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도 희미해진다. 『돈 끼호떼』의 탁월함은 바로 이러한 인물의 역동적 성격화에 토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역동적 성격화에는 현실은 정적이고 고착화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적인 것이라는 작가의 현실관이 투영되어 있다.

  17세기를 주름잡던 기사소설의 권위를 무너뜨리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는 이 대작은 인간이 지닌 온갖 역설을 한 몸에 구현한 주인공을 창조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한 시대를 넘어선 불후의 고전으로 남았다. 또한 저자 스스로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 아랍 작가 시데 아메떼 베넹헬리(Cide Hamete Benengeli)의 작품을 번역한 것이라는 진술을 작품 곳곳에 남김으로써 다성적 목소리를 지닌 서사라는 측면에서 많은 연구과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문체적 특성이나 유음이의어(類音異義語)를 이용한 말놀이 등 풍부한 수사법을 살린 이 판본은 무엇보다 “원문의 맛을 살리는 번역”에 초점을 맞추었다. 1. 특정 판본을 번역 저본으로 하지 않고 정확한 주석으로 정평 있는 마르띤 데 리께르(Mart?n de Riquer) 역주 Miguel de Cervantes Saavedra: Don Quijote de la Mancha (Editorial Juventud, Barcelona: 1968)를 중심으로 비센떼 가오스(Vicente Gaos) 존 제이 앨런(John Jay Allen) 아메리꼬 까스뜨로(Am?rico Castro) 등 여러 연구서를 종합해 저자의 의도에 가장 근접한 해석이 되도록 했다. 2. 중세소설의 특징인 긴 장제목과 원서 체제를 그대로 따르고, 원문의 오자와 원저자의 실수까지 그대로 옮긴 뒤 옮긴이 주를 달아 원서의 참맛을 느끼도록 했다. 3. 유음이의어를 비롯한 언어유희가 많은 저자의 문체 특성과 수사법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우리말에서 유사한 말들을 찾아 넣고 맥락에 맞는 문장으로 옮겼다. 4. 중세 기사소설과 유럽 고전의 인용 등을 모두 찾아 넣고 상세한 역주를 달았다.

 

  ■ 유럽 최초의 베스트셀러 『돈키호테』

   유럽 현대소설의 새로운 장을

  성경 다음으로 많이 발간된 소설', '유럽 최초의 베스트셀러'란 평가를 받는 『돈키호테』는 2002년, 54개국 100명의 작가를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역사상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다.

 

  글 | 예스24

 

  성경 다음으로 많이 발간된 소설', '유럽 최초의 베스트셀러'란 평가를 받는 『돈키호테』는 2002년, 54개국 100명의 작가를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역사상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다. 『돈키호테』를 집필한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Miguel de Cervantes Saavedra)는 스페인의 소설가이자 시인이자 극작가이다. 스페인이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라 불린다. 1616년 4월 23일, 바로 오늘 세상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당대의 또 다른 위대한 문호 셰익스피어의 사망일과 똑같다.

 

세르반테스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출처 : 위키피디아)

 

 

  1547년 9월 29일 스페인의 가난한 외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정규 교육을 거의 받은 적이 없으나, 천부적인 재능으로 세계가 기억하는 불후의 명작들을 남겼다. 1568년 마드리드에서 잠시 공부한 것 외에는 학교교육을 거의 받은 적이 없다. 이듬해 이탈리아에서 아크콰비바 추기경을 섬기고, 이탈리아 주재 에스파냐 군대에 입대하여 1571년 역사상 유명한 레판토 해전에 참가했다. 여기서 가슴에 두 군데, 왼손엔 평생 사용 불능의 상처를 입었다. 레판토 해전에 참가한 후 이탈리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르네상스 말기의 문화에 심취했다. 1575년 에스파냐 해군 총사령관이며 왕제(王弟)인 돈 후안의 표창장을 받고 에스파냐로 귀국하던 도중, 당시 지중해에 횡행하던 해적들에게 습격을 당해 1580년까지 5년간 알제리에서 노예생활을 하였다.

 

  1584년 18년 연하인 카타리나라는 부유한 농가의 딸과 결혼하였고, 1585년 처녀작 『라 갈라테아』를 출판하였다. 이후 1587년까지 20∼30편의 희곡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1605년 출간한 『돈키호테』1편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대열에 들어섰다. 불후의 명작 『돈키호테』는 이상주의적 인물 돈키호테와 현실주의적 인물 산초를 통해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내면을 냉철하고 심도 있게 묘사하고 있다. 『돈키호테』의 정식명칭은 『재치 발랄한 향사(鄕士) 돈 키호테 데 라 만차 El Ingenioso Hidalgo Don Quixote de la Mancha』이다. 본인 스스로 “유행하고 있는 기사(騎士)이야기의 인기를 타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와 같이, 당시 에스파냐에서 유행한 기사 이야기의 패러디에서 출발했다.

 

 

돈키호테초판표지

『돈키호테』초판 표지 (출처 :위키피디아)

 

  『돈키호테』의 중심은 돈 키호테와 산초 판자의 두 성격의 창조로, 기사의 고매한 이상은 산초 판자의 실제적이고 비속한 물질주의와는 대조적이다. 21세기 먼 타국에서조차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는 돈키호테는 독자들 나름대로의 잣대로 인해 현실감각 없는 인물로 인용되기도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주위의 시선과 반복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상을 향해 뜻을 굽히지 않고 다가서는 인물로 재탄생되고 있다.

 

  세르반테스는 그 시대까지 독립적으로 존재했던 소설의 다양한 형식을 집결하여 문체뿐만 아니라 작품의 전개방식에서도 참신함이 돋보이는 훌륭한 걸작을 만들어냄으로써 유럽 현대소설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 이후  『돈키호테』2편, 『모범소설집』(1613), 『파르나소에의 여행』(1614), 『여덟 편의 희극과 여덟 편의 막간극』(1615)을 출간하였다. 만년에는 종교적인 결사에 가담하고, 1611년 프란시스코 데 실바가 창립한 아카데미아 셀바헤라는 작가 단체에 가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