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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처마 끝/ 박남희

금동원(琴東媛) 2018. 8. 30. 20:33

처마 끝



박남희



사랑의 말은 지상에 있고

이별의 말은 공중에 있다


지상이 뜨겁게 밀어올린 말이 구름이 될 때

구름이 식어져서 비가 내린다


그대여

이별을 생각할 때 처마 끝을 보라

마른 처마 끝으로 물이 고이고

이내 글썽해질 때

물이 아득하게 지나온 공중을 보라


이별의 말은 공중에 있다

공중은 어디도 길이고

어느 곳도 절벽이다

공중은 글썽해질 때 뛰어내린다


무언가 다 말을 하지 못한 공중은

지상에 닿지 않고 처마 끝에 매달린다

그리곤 한 방울 씩 아프게

수직의 말을 한다


수직의 말은 글썽이며 처마 끝에 있고

그 아래

지느러미를 단

수평의 말이 멀리 허방을 보고 있다


구리빛 지느러미는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문학과 사람』, (2018,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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