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끝
박남희
사랑의 말은 지상에 있고
이별의 말은 공중에 있다
지상이 뜨겁게 밀어올린 말이 구름이 될 때
구름이 식어져서 비가 내린다
그대여
이별을 생각할 때 처마 끝을 보라
마른 처마 끝으로 물이 고이고
이내 글썽해질 때
물이 아득하게 지나온 공중을 보라
이별의 말은 공중에 있다
공중은 어디도 길이고
어느 곳도 절벽이다
공중은 글썽해질 때 뛰어내린다
무언가 다 말을 하지 못한 공중은
지상에 닿지 않고 처마 끝에 매달린다
그리곤 한 방울 씩 아프게
수직의 말을 한다
수직의 말은 글썽이며 처마 끝에 있고
그 아래
지느러미를 단
수평의 말이 멀리 허방을 보고 있다
구리빛 지느러미는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문학과 사람』, (2018,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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