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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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시인의 詩를 읽다

강설/ 허연

금동원(琴東媛) 2018. 9. 8. 16:37

  강설

 

   허연

 

 어떻게 검은 내가 하얀 너를 만나서 함께 울 수 있겠니

 

 죄는 검은데

 네 슬픔은 왜 그렇게 하얗지

 

드물다는 남녘 강설의 밤, 천천히 지나치는 창밖에 네가 서

있다. 모든 게 흘러가는데 너는 이탈한 별처럼 서 있다. 선명해지

는 너를 지우지 못하고 고장 난 채로 교차로에 섰다. 비상등은 부

정맥처럼 깜빡이고 시간은 우리가 살아 낸 모든 것들을 도적처럼

빼앗아 갔는데, 너는 왜 자꾸만 강설 내리는 창밖에 하얗게 서 있

는지, 너는 왜 하얗기만 한지

 

  아프지 말라고

  아프지 말고 살아서

  말해 달라고?

 

   이미 늦었지

   어떻게 검은 내가 하얀 너를 만나서 함께 울 수 있겠니

 

   재림한 자에게 바쳐졌다는 종탑에 불이 켜졌다

 

   피할 수 없는 날들이여

   아무 일 없는 새들이여

 

   이곳에 다시 눈이 내리려면 이십 년이 걸린다

 

-시인수첩,(2018 , 가을호 통권 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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