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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럴드

금동원(琴東媛) 2019. 1. 12. 23:09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럴드 저/김욱동 역  | 민음사

 

 

 미국의 1920년대를 대표하는 문학으로 꼽히는 위대한 개츠비는 제 1차 세계대전 직후의 미국의 사회상을 실감나게 묘사한 수작이다.

 미국 중서부 노스다코다 주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개츠비는 대단한 야심가로 입신 출세를 꿈꾼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그는 대위로 임관되어 참전하였고, 테일러 기지에 주둔하던 중 교양 있는 상류층 여인 데이지 페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그는 해외로 파병되었고, 종전 후 한시라도 빨리 귀향하려고 했으나 무슨 착오가 있었는지 옥스퍼드로 파견된다. 개츠비가 돌아오지 않아 초조해하던 데이지는 한시바삐 생활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시카고 출신의 부호와 결혼하는데.

 기존의 소설에서 위대한 개츠비가 단순히 '낭만적 러브 스토리'에 그치지 않고 세대와 지역을 뛰어넘은 고전이 된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으며 작품의 배경과 저자의 의도를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자세한 해설과 다양한 주석을 덧붙여 60여년간 반복된 수많은 오류들을 바로 잡고 있다.

 

 

 

○작가 소개

 스콧 피츠제럴드(Francis Scott Key Fitzgerald,F.)1896년 9월 24일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했으나 성적 부진으로 자퇴 후, 군에 입대하여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 1919년 장편소설 『낙원의 이쪽』을 발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고, 1925년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를 발표하여 문단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1940년 12월 21일 4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장편소설로 『밤은 부드러워』, 『마지막 거물의 사랑(미완)』 등을 비롯해 중단편 160여 편을 남겼다.

 

 ○역자: 김욱동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미시시피 대학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뉴욕 주립대학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세계의 문학』에 [언어와 이데올로기-바흐친의 언어이론]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하버드와 듀크 대학 등에서 교환교수를 역임하였다. 이후 교수이자 저술가, 번역가, 평론가로서 빛나는 성과를 남기며 주목받았다

 

 

 ○책 속으로

 

 군대에서 그는 꽤 성공한 편이었다. 전선에 배치되기 전에 이미 대위로 진급했고 아르곤 전투 뒤에는 소령으로 진급하면서 사단 기관총 부대의 지휘관이 되었으니 말이다. 휴전 후 그는 빨리 귀국하려고 미친 듯이 서둘렀지만 무슨 업무 착오나 오해가 있었는지 옥스퍼드로 파견되고 말았다. 그는 이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데이지의 편지에 신경질적인 절망 같은 것이 담겨 있덨던 것이다. 그가 어째서 귀국을 못하는지 그녀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주위에서 압력을 받고 있던 그녀는 그를 만나고 싶었고 그가 옆에 있어주기를 원했으며 결국은 그녀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확인받고 싶었던 것이다.

 데이지는 나이가 어렸고, 그녀의 부자연스러운 세계는 난초 향기와 쾌활하고 명랑한 속물근성과 오케스트라의 냄새를 풍겼으며, 이런 것들이 슬픔과 암시로 가득 찬 인생을 새로운 곡조에 담아 그해의 리듬을 결정했다. 밤이 새도록 색소폰이 「빌 스트리트 블루스」의 절망적인 넋두리를 울부짖는 동안 금빛과 은빛의 화려한 구두 수백 켤레는 반짝이는 먼지를 일으켰다.
---pp. 212~213

 

 

 

 ○출판사 리뷰

 

 이처럼 누구나 믿고 읽을 수 있는 텍스트의 출간은 분명 높이 평가받아야 하는 일이지만 다른 언어로 번역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그 의의가 퇴색하기 쉽다. 그러나 그동안 출판된 우리나라의 번역본들은 단순히 부정확한 텍스트를 저본으로 삼은 문제를 넘어 판본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원 텍스트가 총 9장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을 임의로 나누어 총 10장으로 만들어버린 책이 있는가 하면, 작품의 흐름을 끊는 잘못된 단락 구분과 지문을 대사 처리하여 원문을 훼손한 경우는 일일이 지적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리고 “You look so cool.”(“당신 너무 멋져 보여요.”(민음사, 169쪽 16줄))을 문맥과 어울리지 않게 “당신, 너무 냉정하군요.”로 해석하거나 “But they knew then, I firmly believe.”(“그러나 그때 이미 그들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나는 지금도 굳게 믿고 있다.”(민음사, 228쪽 12~13줄))를 “그러나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로 단순하게 처리해 버려 독자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오역도 적지 않게 발견된다. 또한 작품을 시작하는 토머스 파크 딘빌리어스의 시(피츠제럴드가 자신의 다른 작품 『낙원의 이쪽?의 등장인물의 이름을 빌려 쓴 가상의 시이다.)는 그 자체가 텍스트의 일부일 뿐만 아니라 『위대한 개츠비』의 주제라 할 수 있는 이룰 수 없는 꿈과 낭만적 이상주의를 잘 형상화하고 있어 작품의 이해에 꼭 필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번역본에서는 누락되어 있다.

 이 책의 출간을 통해 민음사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하고 작가의 의도에 가장 가깝게 재구성된 결정판 텍스트를 완역하여 한국의 독자들에게 가장 정확한 『위대한 개츠비』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다.

 

 


 작품의 이해를 돕는 상세한 주석과 풍부한 해설

 미국의 1920년대를 대표하는 문학으로 꼽히는 『위대한 개츠비』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의 미국의 사회상을 실감나게 묘사한다. 그러나 기존에 나와 있는 국내의 『위대한 개츠비』 판본 대부분은 이러한 설명을 생략하거나 아니면 아예 잘못 이해한 채 작품을 의역해 버리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작품의 배경과 저자의 의도를 보다 악하기 쉽도록 자세한 해설과 다양한 주석을 덧붙였다.

 예를 들어 “……‘캐나다로 연결되어 있는 지하 파이프라인’ 같은 소문들이 그와 관련지어졌고…….”(141쪽 2~3줄)와 같은 표현에는 금주법이 시행되던 당시 지하 파이프를 통해 캐나다로부터 술을 밀수한다는 소문이 나돌던 시대상을 반영한 것임을 설명하였으며, 마이어 울프심이 개입했다고 언급하는 1919년 월드 시리즈 조작 사건(106쪽 11줄)이 ‘블랙삭스 부정 사건’으로 알려진 실제 사건이며 모델이 된 인물 역시 실존했던 유명한 도박사이자 갱 두목인 아널드 로스스타인이라는 설명을 추가하였다. 그리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잡지와 실존하는 책에 대해서도 작가의 의도에 대한 설명을 달아주었다. 예를 들어 로버트 키블의 『베드로라 하는 시몬』을 읽는 주인공 닉은 “내용이 형편없어서였는지 아니면 위스키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얘기인지 통 알 수가 없었다.”(47쪽 21줄~48쪽 1줄)라고 언급하는데, 실제로 피츠제럴드가 이 책의 부족함을 꼬집었다고 하는 주석은 독서를 보다 흥미롭게 해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개츠비의 후견인 격이었던 댄 코디가 항해 여행을 할 때 바르바리 해안을 향해 떠났다고 서술하는 부분(144쪽 16줄)에서는 이 해안이 북아프리카 지역에 있는 것을 지적하며 넌지시 작가의 실수를 꼬집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당시 실제로 유행하던 재즈곡을 실제로 작품에 등장시킨 작가의 의도에 맞게 곡마다 해당하는 설명을 달아주었다.

 또한 작품 해설에서는 『위대한 개츠비』가 단순히 ‘낭만적 러브 스토리’에 그치지 않고 세대와 지역을 뛰어넘은 고전이 된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1920년대 미국―'현대판 바빌론' 혹은 '뜨지 않는 달'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은 전후 복구에 매달려 있던 유럽과 달리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주식의 수익 증가율은 108퍼센트에 달했고 기업의 이익은 76%, 개인 수입은 33%나 늘어났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 성장의 그늘에는 도덕적 타락과 부패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었다. 밀주업자와 갱단이 판을 치고, 온갖 사치와 향락이 난무하던 이 시기를 배경으로 『위대한 개츠비』에는 다양한 인물 군상이 등장한다. 폴로 경기를 하려고 다른 도시에서 말을 한 떼나 끌고 오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톰 뷰캐넌과 남편의 부정을 알면서도 눈앞의 안락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는 데이지 뷰캐넌, 그리고 골프 시합에서 부정을 저질러 우승하고도 태연한 조던 베이커 등은 당시 미국 사회의 현실이 투영된 인물들이다. 화자인 닉 캐러웨이의 시선 앞에 놓인 이들은 한결같이 도덕적으로 타락한 부르주아로 혐오감을 자아내지만 개츠비만은 다르다. 비록 그의 외양은 허식으로 치장되어 있지만 꿈과 환상을 간직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 온갖 희생을 무릅쓴다는 점에서 개츠비는 ‘위대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가난에 시달리고, 연인으로부터 적은 수입 때문에 파혼당한 경험이 있는 피츠제럴드 역시 평생 부와 명예에 허기진 채 쾌락을 좇는 삶을 추구했다. 그에게 있어 ‘삶은 인간에게 너무 거세고 무자비한 것’이었다. 이처럼 비극적인 삶의 의미를 비록 금방 깨어질 것이라도 낭만적 환상을 통해 극복해 보려고 한 피츠제럴드의 태도는 『위대한 개츠비』에 고스란히 형상화되어 있다.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고 믿고 자신의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지는 개츠비가 보여주는 낭만적 환상이나 이상주의는 미국 사람의 의식에 깊은 흔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상상력이나 문화의 일부가 되다시피 하였다. 오죽하면 ‘개츠비적(Gatsbyesque)’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을까. 이제 여러 사전에 정식 등재된 이 형용사는 낭만적 경이감에 대한 능력이나 일상적 경험을 초월적 가능성으로 바꾸는 탁월한 재능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가장 정확한 『위대한 개츠비』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다

 

 

 

『위대한 개츠비』
 60년 간 계속되어 온 수많은 오류를 바로잡은 결정판 텍스트 번역

 20세기 가장 뛰어난 미국 소설로 꼽히는 『위대한 개츠비』가 (주)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위대한 개츠비』는 수십 권에 달하며 현재 팔리고 있는 판본만 27종에 이른다. 이처럼 세대를 거듭하여 번역되고 읽히는 고전은 보통 텍스트가 정확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러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위대한 개츠비』 역시 출간 이래 계속 텍스트가 문젯거리가 되어왔으나 1991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에서 ‘결정판’ 텍스트를 출간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였다. 민음사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위대한 개츠비』를 완역, 출간하였다.

 출간된 지 불과 백 년도 되지 않은 『위대한 개츠비』를 두고 텍스트 문제가 제기된 데에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다. 작품을 쓰고 출간할 당시 피츠제럴드가 미국에 살지 않고 유럽에 머물러 있었고(당시는 항공 우편이 개발되기 전이다), 작가의 필체를 알아보기 쉽지 않았으며, 교정쇄에서 여러 번 수정을 가하였고 스크리브너스(Scribner’s) 출판사에서 제작을 서둘렀던 탓에 『위대한 개츠비』의 초판본에서는 여러 오류가 발견되었다.

 당초 피츠제럴드는 7만 5천 부 이상의 판매를 기대했으나 1925년 4월 1쇄로 2만 부를 인쇄한 뒤 8월에 3천 부를 추가로 찍는 것에서 그쳤다. (1940년 피츠제럴드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받은 1/4분기 인세는 단 7부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나마 이 2쇄도 매진되었다던 세간의 소문과는 달리 피츠제럴드가 죽은 뒤 스크리브너스의 창고에서 많은 권수가 발견되었다. 이처럼 실망스러운 판매 결과를 두고 피츠제럴드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지금에 와서는 터무니없지만, 밋밋한 제목과 중요한 여성 캐릭터의 부재를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1934년 하드커버로 재출간한 적이 있으나 이때 역시 피츠제럴드는 신작 『밤은 부드러워』의 출간과 맞물려 『위대한 개츠비』에는 거의 신경 쓰지 못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세간에서 잊혀져가던 『위대한 개츠비』는 1941년 작가의 유작 『마지막 거물』의 출간과 맞추어 재출간된 후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중과 비평계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된다. 이후 『위대한 개츠비』는 해마다 스크리브너스의 판본만 미국에서 30만 부 이상이 팔려 나가는 부동의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게 되었으며, 이 시점부터 부정확한 판본의 문제 또한 제기되었다.

 가장 권위 있는 피츠제럴드 학자 중의 한 사람인 매슈 J. 브루콜리 교수(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미국문학과)는 다양한 저작 활동을 통해 바로 이러한 텍스트의 문제 해결에 힘써 왔다. 브루콜리 교수는 수십 년간 작가의 자필 원고와 교정쇄 등을 기초로 철저한 텍스트 비평 작업을 거쳐 작가의 의도에 가장 가까운 텍스트를 재구성하였다. 이는 최종적으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에서 기획한 피츠제럴드 전집 1권 『위대한 개츠비』(1991)의 ‘결정판’ 텍스트로 출간되었다. 흔히 ‘비평판’이라고도 일컫는 결정판 텍스트는 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독자들도 마음 놓고 읽을 수 있는 믿을 만한 텍스트를 말한다. 브루콜리 교수는 놀랍게도 초판본에서 75개에 달하는 잘못된 낱말을 찾아내어 바로잡았다. 시간적 추이를 이해하는 데 지표가 되는 여백을 4개나 찾아내었고, 의미나 리듬에 영향을 줄 만한 구두점도 1,100개가량 바로잡았다. 그 예는 다음과 같다.

 ⑴ I was him too 라는 문장이 식자공의 실수로 I saw him too로 잘못 표기된 곳이 있었다.
 誤: 나도 그 사람들이 창을 올려다보며 궁금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正: 나 역시 위쪽을 올려다보며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민음사, 56쪽 5줄)
 ⑵ orgastic이라는 단어는 orgiastic으로 오기되었다.
 誤: 광란의 미래를 개츠비는 믿고 있었다.
 正: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게 되었다. (민음사, 255쪽 12줄)
 ⑶ 이 외에도 Vladmir→Vladimir, rythmic→rhythmic으로 오자가 바르게 수정되었다.

 이러한 브루콜리 교수의 작업은 그 권위를 널리 인정받아 『위대한 개츠비』를 첫 출간한 스크리브너스에서도 그간 있었던 텍스트의 문제를 인정하고 1995년부터 그의 판본을 받아들여 출판해 왔다. 또한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에서도 Oxford World Classics로 『위대한 개츠비』를 출간하면서 브루콜리 교수의 연구 결과를 반영하였으나 결정판 텍스트가 출간되기 전인 1987년 피츠버그 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 F. Scott Fitzgerald: A Descriptive Bibliography」 만을 참고하였기 때문에 6가지 수정 사항을 반영하는 데 그쳤다. 옥스퍼드 판에 누락되어 있거나 잘못 표기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⑴ unmoved가 shocking으로 잘못 교정된 곳이 있었다.
 誤: 그들은 시트를 제치고 놀란 토끼 눈으로 개츠비를 바라보았고
 正: 그들이 시트를 걷고 무감각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는 동안에도 (민음사, 233쪽 3줄)
 ⑵ or rigid sitting이라는 문구가 누락되었다.
 誤: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려 본 적이 없거나 카드놀이처럼 신경을 많이 쓰는
 正: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 있어본 적이 없는 데다가 (민음사, 93쪽 12줄)
 ⑶ 제3사단, 제9기관총 대대, 제7보병대가 각각 제1사단, 제28기관총 대대, 제16보병대로 오기되었다. (민음사, 72쪽 3~6줄) 문맥을 살펴보면 닉 캐러웨이가 속했던 제9기관총 대대와 개츠비가 속했던 제7보병대 모두 제3사단 소속이었기 때문에 서로 낯이 익다.

 이 외에도 주인공 데이지 뷰캐넌의 딸의 나이가 초판에는 3살로 표기되어 있으나 결혼식을 올린 해를 근거로 논리적인 추론에 따라 2살로 수정하고, 역시 같은 근거에서 데이지의 결혼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수정하는 등의 작업이 결정판 텍스트에서 이루어졌다.

 

 

F.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 [출처: 위키피디아]

 

 ■ [리뷰]

 

 꿈은 있지만 꿈에 이르는 길을 몰라 불안할 때 읽는 책 '위대한 개츠비'

 -정혜윤 (CBS PD)

 

 

 전국이 일찍 온 초여름 더위에 들끓었다는 6월 초의 일요일 오후, 나는 침대 속에 있었다. 금요일부터 1박 2일 동안 퍼마신 술 때문에 숙취로 머리가 아팠다. 쏟아지는 햇살 아래 무방비 상태로 누워 있다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조금 울었다. 『고독한 글쓰기』에 나오는 뒤라스의 문장이 떠오른다.

“나는 잠잘 때 얼굴을 가리는 버릇이 있다. 나는 나 나 자신이 무섭다. 내가 잠자리에 들기 전, 술을 마시는 것은 나 자신을 잊기 위해서다. 나 자신을 잊기 위해. 알코올성의 고독을 몰아넣는 것이다.”

고독, 그것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고, 고독이야말로 생각하고 추론하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뒤라스는 400평방미터의 큰 집에서 혼자 잠들며 종종 수백 헥타르 되는 마을처럼 큰 카페테리아로 밤 외출을 한다.

“그곳은 새벽 3시에도 대만원이었다.”

난 그 문장이 맘에 든다. 새벽 3시에도 대만원인 곳, 우리들이 잃어버린 장소.

 “내 침실은 침대도 아니고 그곳은 어떤 창이고 검은색 잉크로 쓰는 습관과 희미한 잉크의 흔적들이 있는 그런 탁자이고, 그런 의자이다. 그것은 어디에 가든 내가 항상 되찾게 되는 어떤 습관, 예를 들면 호텔방에서처럼 불면증으로 시달릴 때나 갑작스런 절망을 느낄 때를 대비해 여행용 가방 속에 항상 위스키를 가지고 다니는 습관이다. 그럴 때면 언제나 나에게는 연인들이 있었다. 살아오는 동안 연인이 한 명도 없었던 적은 거의 없다. 나는 그 매력적인 연인들에게 차례로 여러 권의 책을 쓰리라고 약속하였다. 나의 사랑은 결코 대체되지 않는다. 나는 살아가면서 매일 그런 사실을 느낀다.”



 

 ‘나의 사랑은 결코 대체되지 않는다!’는 내가 온 평생을 다 바쳐 가장 열렬히 사랑하는 문장이 될 것이다. 하지만 뒤라스에게 글을 쓰는 탁자이고 습관이고 대체 불가능한 그 시절의 연인들이었다던 그 침실은, 오늘 나에겐 무엇인가? 허우적대는 침잠이다. 고통스럽게 묻게 된다. 나는 왜 여기에? 무엇을 보려고? 무엇을 이루려고? 인생에 무엇을 원하려고? 묻는 순간 고통이 되는 질문들. 나는 내가 그날 밤 마셔버린 술 위에 빙빙 떠 있는 매트리스 위에 누워서 노를 젓는 기분이다. 매일 매일 배신당하는 인생의 장밋빛 환상과 꿈 때문에 그 순간 나는, 1929년의 미국 대공황이 일어나기 4년 전에 태어난 위대한 개츠비와 같은 심정이다. 새벽 3시의 왈츠를 듣는 개츠비. 한 점 초록 불빛을 바라보는 개츠비.

 <19세기와 20세기 초반의 미국작가들의 삶은 이렇게 흘러왔다>

 *나다니엘 호손 - 그의 할아버지는 마녀재판에서 심판관으로 활동한다. 그의 부친이 죽고 그의 가족은 이상한 은둔생활을 했다. 그의 어머니가 음식 접시를 담은 쟁반을 복도에 두면 아이들은 각자 알아서 자기 방으로 가져다 먹곤 했다. 그는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밖으로 산책하러 나가곤 했다. 그런 은둔생활은 12년간 지속되었다. 그는 얼마 후 지독히 청교도적인 『주홍글씨』를 쓴다.

 *애드 거 앨런포 - 가난한 배우의 아들로 태어나 상인인 존 앨런에게 입양된다. 도박에 빠졌다. 나이 어린 신부는 가난과 병마 속에 시달리다 죽는다. 그는 아름다운 여인의 죽음이 시적 주제로는 최고라고 늘 생각했다. 나는 아직도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지상에는 다시없을 듯한 아름다운 용모에 놀란다. 그는 한없는 불행에 대한 지울 수 없는 추억의 느낌으로 우리에게 온다. 그가 죽기 전 48시간에 일어난 일은 언제나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는 술에 절어서 행려병자로 죽는다.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하려 했던 일은 결혼식의 신랑이 되는 일이었다. 그는 자기의 결혼식을 준비하다가 죽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 그는 식욕, 색욕, 명예욕에 물들지 않았다. 소시민의 행복에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1854년에  『월든 혹은 숲 속의 생활』을 쓴다. 그는 간디에게 영향을 준다.

 *휘트먼 - 뉴욕에서 태어났다. 이민자의 아들이었다. 남북전쟁 당시 휘트먼은 병원에서 부상병을 치료했는데 그가 나타나기만 해도 환자들의 고통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휘트먼은 이젠 단 한 명의 영웅을 찬양할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영웅이라 생각했다. 아메리카는 시인들이 마땅히 축복해야 할 새 땅이라고 생각했다.

 *허먼 멜빌 - 가난한 그는 1841년 포경선을 타고 태평양을 항해했다. 남태평양 마르케스 제도에서 원주민에게 붙잡혀 한동안 그들과 살았다.  『모비 딕』을 쓰고 말년의 35년을 세관 직원으로 살았다.

 *이들 모두는 1850년에서 1855년 사이에 미국 문학에 가장 중요한 작품을 썼다. 『주홍글씨』, 『월든』, 『모비 딕』, 『풀잎』

 *마크 트웨인 - 스물한 살에 아마존강의 연원을 탐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뉴올리언스에 도착하고 맘을 바꿔 미시시피강의 수로안내원이 되었다. 그가 태어났을 때 핼리혜성이 하늘에서 빛났는데 그는 핼리혜성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자기 시대는 끝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정말 그랬다. 1910년 핼리혜성이 돌아왔을 때 그는 죽었다. 그는 청교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서부의 작가였다. 그는 재치 있고 활달했다.

  *오 헨리 - 사전의 첫 장에서 마지막 장까지 읽는 습관이 있었다. 1895년경 오스틴 텍사스 은행의 행원으로 일하다가 횡령하고 온두라스로 도망친다. 아내의 사망소식을 듣고 돌아와 3년간 감옥살이를 한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는 와중에 작가인 업튼 싱클레어는 1906년에 사회주의 이상촌을 건설하기도 한다.

 

*프란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 젊은 시절 용기 있는 자가 되고 싶은 야망이 있었으나 전선에 배치되기도 전에 전쟁은 끝나버렸다. 전 생애를 통해 청춘, 미, 상류층, 부라는 개념을 통해 완벽을 추구했다. 그의 주인공은 금세 알아볼 수 있다. 물질적 성공과 젊음과 아름다움을 얻으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 그의 개인들은 초기에는 환상에 빠지고 말기에는 환멸을 맛본다. 그는 재즈의 시대에 살았고 1차 세계대전의 시대에 살았고 대공황 전의 화려한 부를 맛보았던 미국인들이 ‘새로운 시대’라 부르는 그 시대를 살았다. 그에게 환상의 나라, 청춘의 나라, 풍요의 나라라는 이미지는 같이 가는 이미지들이다.

  *전쟁에 복무했던 흑인들, 수천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종전 후 재즈 밴드를 따라 할렘과 같은 흑인 동네에서 행진한다. 하지만 그들은 미국사회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전쟁 중에 금주법과 여성참정권이 확정된다. 1920년대는 경제적 풍요, 보수주의, 천박한 문화의 시대다. 당대인들은 그 시대를 ‘새로운 시대’라 부른다. 자동차, 전화, 라디오, 비행기, 헨리 포드, 체통을 차릴 필요 없는, 담배 피우고 술 마시고 춤추는 여성. 매혹적인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파티에 가는 여성. 밤이 되면 흥분을 찾아 클럽과 무도회장으로 몰려가는 여성. 세속적이고 낭만적이고 소비적인 나날들. 대공황 직전의 허세. 이 모든 것이 빠짐없이 나오는 책은 『위대한 개츠비』다. 자동차, 전화, 라디오, 비행기, 체통이라곤 없는 매혹적인 여성들, 뻔뻔함, 질리도록 질펀한 소비, 허세, 돈, 몰락. 지금 나는 다른 어떤 위대한 작가들보다 피츠제럴드에게 감정이입한다.

  *위대한 개츠비는 그 시대의 다른 사람들처럼 고향을 떠나야 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네바다 주의 은광으로 돈을 번 ‘댄 코디’의 요트가 슈페리어 호수에 닻을 내리는 순간, 별 볼 일 없는 농사꾼의 아들로 조개를 캐고 연어를 잡던 개츠비는 거친 청년이었지만 마음속엔 화려한 우주를 꿈꾸고 있었다. 그는 그 보트에 동승하고 몇 년 후엔 군인이 되어 근무 중이던 루이빌이란 도시에서 데이지란 아름다운 처녀와 키스를 나누게 된다. 그녀는 그가 난생처음으로 알게 된 멋진 여자였고 그가 꿈꾸던 상류층 사람이었다. 그녀와의 키스에는 한 남자의 꿈이 걸려 있었다.

  “그들은 나뭇잎이 떨어지는 거리를 함께 걷다가 나무가 한 그루도 없고 인도가 달빛으로 하얗게 물든 곳에 이르렀다. 그들은 그곳에 멈춰 서서 서로에게 몸을 기울였다. 일 년 중 두 계절이 변화할 때 오는 신비스러운 흥분을 간직하고 있는 서늘한 밤이었다. 개츠비는 곁눈질로 보도블록이 실제로 사다리가 되어 나무 위 비밀장소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데이지의 하얀 얼굴이 자신의 얼굴에 닿는 순간 그의 가슴은 점점 더 빨리 뛰었다. 이 아가씨와 입을 맞추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신의 꿈을 그녀의 불멸의 숨결과 영원히 결합시키면, 하나님처럼 다시는 마음이 뛰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의 입술에 닿자 그녀는 그를 위해 한 송이 꽃처럼 피어났고 꿈은 실현되었다.”


  하지만 예일대 출신의 부유한 스포츠맨 톰 뷰캐넌이 나타나 그녀에게 35만 달러짜리 진주 목걸이를 선물하자 꿈은 사라졌다. 가난뱅이 개츠비는 기차를 타고 루이빌을 떠났다. 그리고 5년 뒤, 데이지가 사는 뉴욕 롱아일랜드 이스트엔드 맞은편 웨스트엔드엔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유하고 불안하고 비밀에 휩싸인 미스터리한 신사 개츠비가 나타난다. 그에 대한 온갖 소문이 돌지만 정작 그는 한군데만 본다.

   

“50피트 떨어진 곳에 또 한 사람의 모습이 이웃집의 그림자 속에서 나타나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찌른 채 서서 은빛 후춧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개츠비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두 팔을 어두운 바다를 향해 뻗었는데,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가 부르르 몸을 떨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저 멀리 조그맣게 반짝이는, 부두의 맨 끝자락에 있는 것이 틀림없는, 단 하나의 초록색 불빛을 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랑하는 여자를 불러놓고 기껏해야 구석구석 집 자랑을 하고 영국제 셔츠를 구경시키고 옥스퍼드 대학을 나왔다고 자랑하고, 금주법을 악용하고 도박꾼과 결탁한 그 시대 속물의 완성판 개츠비를 그래도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문장에 다 나온다. 홀로 완전한 세계를 가졌던 적이 있다는 점에서. 그 완전한 세계를 위해서 어리석은 방법으로 몸부림을 쳤다는 점에서.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그가 내세운 셔츠나 집이나 자동차가 아니라 한 점 불빛이었다는 점에서. 파멸 당함으로써 우리에게 허상이 뭔지 알려줬다는 점에서.

  개츠비는 단 한 명뿐인 그의 연인을 호출하기 위해 매주 눈부시고 황홀한 수많은 파티를 연다, 그 파티에 데이지가 마침내 오던 날, 희미하지만 끊임없는 웃음소리, 차도를 오르내리던 자동차 소리에 섞여 흘렀던 음악이, 바로 슬픈 왈츠 <새벽 3시>였다.

눈부시게 환한 분홍빛 양복을 입고 여름의 마지막 햇볕 아래 하얀 계단을 배경으로 서 있던 개츠비는 일말의 도덕적 양심도 없는 데이지 부부 때문에 허망하게 죽게 된다. 그의 장례식은 지독하게 쓸쓸했고 데이지는 조문조차 보내지 않았고 성대한 집은 순식간에 폐허가 되었다.

  “개츠비가 부두 끝에 있는 데이지의 초록색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 느꼈을 경이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을 향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고 그의 꿈은 너무나 가까이 있어 금방이라도 붙잡을 수 있었을 것 같았으리라. 그 꿈은 이미 도시 저쪽의 광막한 곳에 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던 것이다.”



  나는 왜 개츠비를 읽는가? 세상에 모든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행복했던 과거의 어느 시점을 떠올려 주기 때문에 개츠비를 읽는다. 초록 불빛은 있어도 그 불빛에 이르는 방법을 알 수 없는 날, 개츠비를 읽는다. 모든 순간은 상처를 주고 마지막 순간은 목숨을 앗는다는 것을 알려 주기 때문에 개츠비를 읽는다. 나의 절망 때문에 우는 날은 개츠비를 위해서도 울 수 있다. 뒤라스 식으로 말하면 눈물 흘리는 것이 쓸모없다 할지라도 눈물은 흘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절망은 만져지는 것이 아니므로.

  ‘나는 전 생애를 통해 무엇인가를 찾아 헤맸다. 나는 이마에 새벽의 샛별을 이고 다니는 자였다.’ 이건 미국 인디언들의 문장이다. 나는 이 말을 개츠비에게도 바치고 술에 전 나에게도 바치고 한 점 불빛을 가슴에 품고 있는 탓에 끝없이 불안한 우리 모두에게 바친다. 개츠비는 우리에게 메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