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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슈테판 볼만

금동원(琴東媛) 2019. 1. 26. 14:29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슈테판 볼만 저/조이한, 김정근 역  | 웅진지식하우스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 대문호 헤르만 헤세는 “어떤 책도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은밀히 자신의 가운데로 되돌아오게 한다”,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는 “독서는 은밀하게 나홀로 즐길 수 있는 고립의 시간을 준다. 책은 나를 빨아들이고 마음의 먹구름을 지워준다”고 말했다.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책과 나 사이에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 
 

  화려한 고립을 즐기고 책장을 덮고 나면, 나는 책을 읽기 전,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 시대 매력적인 독서가로 꼽히는 정혜윤PD는 추천사를 통해 “책은 기본적으로 전복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진짜 위험한 책 읽기는 전에 하던 일을 하지 않게 되는 것, 전에 하지 않던 일을 하게 되는 것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시대를 주도했던 이들 역시 “한 권의 책으로 자신의 삶에서 새 시대를 본 사람이 너무나 많다(헨리 데이비드 소로)”, “나는 삶을 변화시키는 아이디어를 항상 책에서 얻었다(벨 훅스)”는 말을 통해 책의 효용을 설파했다. 
 

  이 때문에 역사적으로 남성들에게 여성의 책 읽기는 위협적인 행위로 다가왔다. 여성들이 현실을 얽매이고 있던 굴레를 벗어던지고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갈망하게 만들었다. 현실, 꿈속을 아찔하게 넘나드는, 통제 불가능한 위험한 시선은 화가들을 매혹시켰다. 
 

  이 책은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성경을 든 성녀 마리아에서 《율리시스》를 읽고 있는 메릴린 먼로까지 수많은 예술가를 사로잡은 책 읽는 여자들의 그림을 통해 독서의 역사를 추적한다. 동시에 쉽게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게 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독서의 매력을 재발견할 수 있게 한다. 이 아름답고도 도발적인 책으로 위험한 여자가 되어보는 건 어떠한가.


  알베르토 망구엘은 독서는 유쾌한 고립 행위다라는 말을 남겼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예의 바르게 자신을 접근하기 힘든 존재로 만든다. 이런 상태를 화가들은 포착을 했다. 그러나 책을 읽고 있는 여자들의 그림이 화가들의 중요한 모티브였음에도, 여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읽을 수 있는 자유를 갖기까지는 수백 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림 속의 여자들은 무슨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책을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독서의 역사를 추적하는 작업을 따라가보자.(출처;교보문고)

 

 ○작가 소개

 

 저 : 슈테판 볼만

  Stefan Bollmann1958년 독일의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나 독문학, 연극학, 역사, 그리고 철학을 전공했다. 토마스 만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뮌헨에서 강사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2005년에 출간한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가 16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면서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여성과 독서’라는 주제에 천착하여 『글 쓰는 여자는 위험하게 산다Frauen, die schreiben, leben gef?hrlich』 『여성과 책Frauen und B?cher』 『왜 독서가 행복하게 만드는가Warum Lesen glcklich macht』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고 현명하다Frauen, die lesen, sind gefhrlich und klug』 등을 연이어 발표했다.

 

  ○목차

 

  - '책 읽는 여자'와 '화가',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1. 진리가 담긴 그릇 - 은총을 받은 독서가들 
  2. 내밀한 순간 - 책에 매혹된 여자들 
  3. 즐거움이 머무는 곳 - 책 속에서 꿈을 꾸는 여자들 
  4. 열락의 시간 - 책을 읽는 감수성이 예민한 여자들
  5. 자신을 찾아서 - 열광적으로 책을 읽는 여자들 
  6. 짧은 도피 - 책을 읽는 고독한 여자들

  추천의 말(엘케 하이덴라이히)
 - 여자가 책을 지나치게 많이 읽을 때 생기는 위험에 관해서

 

  ○책 속으로


   독서에서 자신감이 자라나고, 자신감에서 자신의 생각에 대한 용기가 자라난다. 남자는 생각하는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고트프리트 벤은 한 편지에서 말한다. “남자는 여자를 통해서 두뇌가 아니라, 전혀 다른 곳이 자극받기를 원한다.” 우리 여자는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책을 읽는다. 나이가 들수록 여자에겐 때때로 책이 남자보다 더 중요하다. 우리는 우리의 심장이 감동받기를 원한다. 시인은 우리를 감동시킨다.
  - <추천의 말> 중에서

  젊고, 꿈꾸듯 쳐다보고, 생각에 몰두한, 종종 의심쩍은 생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여자들은 1880년에서 1890년 사이에 피렌체 화가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가 전문으로 그린 소재였다. 젊은 여인의 옆자리에는 그라세 출판사에서 나온 유명한 연속 출판물에 속하는 세 권의 책 더미 <캉디드>가 놓여 있다. (중략)
  여름에 뒤이어 가을이 왔지만, 젊은 여자의 생각은 과연 어떤 대상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일까? 말라버린 나뭇잎 사이에 붉은 꽃잎이 보인다. 꽃잎은 책 더미에 눌려 의자에 매달려 있는 장미에서 떨어진 것이다. 장미, 더구나 붉은 장미는 사랑의 상징이다. 사랑도 시들고 지나가고 사라져버린 것처럼 보인다. (중략)
  막 작별한 여름은 젊은 처녀를 자의식이 강한 여인으로 만들었다. 아마도 독서가 그 일에 일정한 몫을 담당했을 것이다. 장미는 책갈피로 사용된 것처럼 보인다. 어쨌든 책 읽는 여자가 머리를 힘차게, 거의 반항적으로 치켜든 모습은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순진한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동경이 아니다. 그림의 제목이 사람을 헷갈리게 만든다. 책 읽는 이 여자는 결코 꿈꾸는 사람이 아니다.
  -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의 <꿈>

 

 

 ○출판사 리뷰

 책과 나 사이, 당신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조선영(ssct@yes24.com)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 읽기가 주는 즐거움이란 그 어떤 것보다 큰 기쁨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온전히 즐거움만을 위한 독서가 시작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읽고 즐거워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기까지는 수백 년의 세월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들에겐 더욱 그러하였다.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여인들은 가정과 아이들에게서 놓여나,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책과 자신만의 세계에 열중하고 있는 그녀들은 이전과는 다른 도발을 꿈꾼다. 독서로 인해 이들은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 책은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그로 말미암아 태도와 행동까지 변화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 속 변화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녀들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는 그 누구도 섣불리 짐작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책을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그래서일까, 예술가들은 책을 읽는 여인들의 모습을 사랑했다. 오로지, 책과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그녀들의 모습은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때로는 숭고한 아름다움마저 느끼게 한다.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는 바로 이처럼 책을 읽는 여자들의 그림을 통해 추적하는 독서의 역사이다.

  '독서의 역사'라는 주제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 실린 아름다운 그림들은 읽는 이들의 마음을 한껏 잡아끈다. 절제된 텍스트로 그림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어 준 저자와 글에 눌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편집한 책이 더없이 고맙게 느껴진다. 이 책을 집어들게 된다면, 그림에 더욱 오랫동안 눈길을 주게 될 것이다. 틀림없이!

  책 읽는 여인들은 풍부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건넨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게 된 그림은, 177페이지에 실린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의 '꿈'이라는 작품이다. 그림 속의 젊은 여인은 읽던 책을 내려놓고 무언가 결심한 듯 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한다. 이제 다시 예전과 같은 삶으론 돌아가지 않겠다는 듯, 굳게 다문 입술이 인상적이다.

  읽는 동안 나 역시 책 속 그림의 여인들처럼, 책과 나 사이에 그 어떤 존재도 허락하지 않은 채 마음껏 이를 음미하였다. 이 책에게 마음을 허락하게 된다면, 당신 역시 위험한 여자가 될런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