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란 무엇인가』
움베르토 에코, 어니스트 헤밍웨이,오르한 파묵, 필립 로스,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
이언 매큐언 ,밀란 쿤데라,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윌리엄 포크너/ 다른
『파리 리뷰』는 뉴욕에서 출판되는 문학잡지로, 1953년 창간된 이후 60년간 노벨 문학상, 퓰리처상, 부커상을 수상한 이미 더는 유명해질 수 없을 만큼 명성을 얻은 세계적 작가들과 인터뷰해왔다. 『작가란 무엇인가』는 열두 명의 세계적인 작가가 이 문학 잡지 『파리 리뷰』와 가진 인터뷰 모음집이다.
우리가 즐겨 읽고 익히 들어본 20, 21세기 대표 소설가들인 에코, 파묵, 하루키, 오스터, 매큐언, 로스, 쿤데라, 카버, 마르케스, 헤밍웨이, 포크너, 포스터. 대가의 반열에 오른 이들은 언제 어떻게 글을 쓰고 자신의 열정을 이어가는지. 또 어떤 이유로 작품에 성공하고 실패하는지. 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둔 이들이라면 모두가 궁금해하지만 좀처럼 답을 듣기 어려운 이 질문들에 작가들은 60년 동안 세계 유수의 작가들을 만나온 저명한 문학잡지 『파리 리뷰』와 만나 한 인간이자 작가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이 책은 인터뷰를 통해 만든 새로운 형태의 ‘작가론’이자 ‘창작론’이다. 가장 힘든 순간을 이겨내려는 평범한 인간의 이야기이면서 명예와 성공, 위대한 지성이 보여주는 통찰과 극기까지 드러내는 멘토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들은 인터뷰에서 소재를 찾는 과정과 플롯과 서사를 구성하고 시점과 어조를 선택하는 노하우는 물론 창작과 퇴고에 쓰는 시간의 양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내밀한 자기 성찰이 들어있음은 물론이다. 취미나 습관, 기벽, 인간적인 속내 같은 아주 사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있다. 작가의 회한과 고백,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 진지한 작가적 성찰의 뒤편으로 우리는 스스로 ‘소설’과 ‘소설가’ 그리고 ‘예술’이 무엇이고 누구에 대한 것인지에 관하여 답한다.
○목차
01 이론화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움베르토 에코
라일라 아잠 잔가네, 2008
02 전통으로부터의 해방
오르한 파묵
앙헬 귀리아-퀸타나, 2005
03 가짜 세계에서 찾는 실제
무라카미 하루키
존 레이, 2004
04 지식의 형태로서의 일화
폴 오스터
마이클 우드, 2003
05 광기와 상상력의 시험장
이언 매큐언
애덤 베글리, 2002
06 존재하며 부재하는 정교한 가면
필립 로스
허마이오니 리, 1984
07 피할 수 없는 형식적인 원형
밀란 쿤데라
크리스티앙 살몽, 1983
08 지속적으로 타오르는 강렬한 즐거움
레이먼드 카버
모나 심슨 & 루이스 버즈비, 1983
09 환상적인 리얼리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피터 H. 스톤, 1981
10 어떤 것보다 진실한 새로운 것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지 플림턴, 1958
11 완전한 자유의 증명
윌리엄 포크너
진 스타인, 1956
12 견고하고 단단한 덩어리를 넘어서
E.M. 포스터
P. N. 퍼뱅크 & F. J.H. 해스캘, 1953
○책 속으로
움베르토 에코_사실 저는 기호학에 대해서 수없이 많은 에세이를 썼지만 이들 에세이보다 『푸코의 진자』가 훨씬 기호학의 개념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언제나 우리보다 먼저 어떤 생각을 해냈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 자체는 독창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창적이지 않은 생각에서 소설을 만들어냄으로써 그 생각을 독창적인 것으로 만들 수가 있습니다. 남자는 여자를 사랑한다, 이건 전혀 독창적인 사고가 아니지요. 하지만 문학적인 솜씨를 발휘해서 남녀의 사랑에 대해서 멋진 소설을 쓴다면, 그것을 절대적으로 독창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고려해볼 때 이야기가 언제나 훨씬 풍부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사건으로 만들어지고, 등장인물에 의해서 풍요로워지고, 잘 다듬어진 언어에 의해서 반짝이게 됩니다. 그래서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생각이 살아 있는 유기체로 변할 때 그것은 완전히 다르고 훨씬 더 표현력이 풍부한 것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p.036∼037
오르한 파묵_서사시에서 분리된 현대의 소설은 본질적으로 비동양적인 것입니다. 소설가들은 공동체에 속하지 않고 공동체의 기본적인 본능을 공유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있는 문화와는 다른 문화를 가지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사람입니다. 일단 그의 의식이 속한 공동체의 의식과 달라지면 그는 국외자, 외로운 사람이 됩니다. 텍스트의 풍요로움은 국외자의 관음증적 시선으로부터 옵니다. 일단 세상을 그런 식으로 보는 바라보는 습관을 들이고 이런 식으로 세상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하면 공동체로부터 떨어져 나오려는 욕망이 생깁니다. 이것이 제가 『눈』에서 생각하는 모델이죠.
--- p.090∼091
무라카미 하루키_제 주인공들은 뭔가를 잃었어요. 그래서 그 잃어버린 부분을 계속 찾아다닙니다. 마치 성배나 필립 말로처럼요. …제 주인공이 뭔가를 잃어서 그리워할 때 그는 그걸 찾아다녀요. 오디세우스처럼요. 이런 탐색의 과정에서 아주 이상한 일을 많이 겪지요. 집으로 귀환하는 과정에서요. …이런 경험을 뚫고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찾는 것을 발견하지요. 하지만 그것이 자기가 찾던 바로 그것인지는 확신할 수가 없어요. 저는 이 점이야말로 제 책의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주제의 기원은 뭘까요? 저 자신도 모르겠어요. 그냥 그 주제는 저와 잘 들어맞아요. 그 주제가 제 이야기들의 추동력입니다. 잃어버리고 찾아다니고, 발견하기. 그러고 나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인 실망이 기다리고 있지요.
--- p.128∼129
폴 오스터_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실의 역학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며,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증거를 모으는 것이며, 가능한 한 충실하게 그것을 기록하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저는 제 소설에서 이러한 접근법을 써왔습니다. 이것은 방법이 아니라 신념에 따른 행위입니다.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 대로가 아니라, 또는 이렇게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대로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일을 그대로 제시하는 것 말입니다. 물론 소설은 허구입니다. 따라서 (그 용어의 엄밀한 의미에서 보자면) 소설은 거짓을 말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소설가는 거짓을 통해 세상에 관한 진실을 말하려고 애를 씁니다. 『빨간 공책』에 모아놓은 짧은 이야기들은 제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일종의 해명서가 됩니다. 세상에서 무엇을 경험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 즉 있는 그대로의 진실 말입니다.
--- p.165
이언 매큐언_저는 여전히 인간 경험의 극단에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인물을 더 중시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위기의 순간들은 인물들을 탐구하고 시험하는 방법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극한 경험을 견디어내는지 또는 견디어내지 못하는지, 어떤 도덕적 특성과 의문이 제기되는지, 어떻게 우리들이 우리가 결정한 것의 결과를 받아들이는지, 어떻게 기억이 고통을 주는지, 시간이 무엇을 하는지, 어떤 내적인 힘에 우리가 의존해야 하는지 등등입니다. …아마도 우리는 우리 자신의 도덕성을 측정하기 위해 이런 가장 나쁜 경우들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우리들은 공포심을 상상력이라는 안전한 범위 내에서 끝까지 시험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희망을 띤 액막이의 형식으로.
--- p.210∼211
필립 로스_작가가 등장인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작가는 그가 만들어내는 예술로부터 아무런 즐거움도 얻지 못할 것입니다. 그의 예술은 존재하면서 부재하는 것으로 이루어지지요. 동시에 서로 다른 사람일 때 그는 가장 자기 자신인 거지요. 소설이 끝나면, 사실 그는 앞에서 언급한 누구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작가로서 다른 사람으로 분장하는 역할에 참여하기 위하여, 작가는 꼭 자신의 전기를 완전히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작가가 그렇게 하지 못할 때 더 흥미로워질 수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전기적 삶을 왜곡하고, 희화화하고, 패러디하고, 고문하고, 전복하고, 이용하는데, 이 모든 것이 전기에 자신의 언어로 만들어낸 삶을 흥미진진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차원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 p.245∼246
밀란 쿤데라_각 장들은 음악 악보의 소절이나 마찬가지거든요. 소절(장)이 긴 부분도 있고 짧은 부분도 있고 길이가 일정치 않은 부분들도 있답니다. 각각의 부분들에 음악에서 사용하는 빠르기를 표시하는 말을 넣을 수도 있어요. 적당한 속도로, 빠르게, 느리게 등으로요. 『삶은 다른 곳에』의 6장은 느리게입니다. 이 부분은 차분하고, 약간 우울한 분위기로 중년 남성과 막 감옥에서 나온 젊은 여자의 짧은 만남을 그립니다. 마지막 부분은 최대한 빠르게입니다. 그 부분은 아주 짧은 장들로 쓰였고, 죽어가는 야로밀에게서 랭보, 레르몬토프, 푸시킨으로 빠르게 움직여 다닙니다.
--- p.303
레이먼드 카버_말씀드렸듯이 초고를 아주 빨리 씁니다. 대개는 손으로 쓰지요. 가능한 한 빨리 페이지를 채워나갑니다. 어떤 경우에는 저만 아는 속기법을 사용해서 나중에 어떻게 수정할지 메모를 덧붙여놓기도 하지요. 어떤 장면은 미완성으로 남겨놓습니다. 나중에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장면들이지요. 그러니까 모든 부분을 꼼꼼히 다시 봐야 하지만 어떤 장면들은 두 번째나 세 번째 수정본까지 남겨놓는 거예요. 왜냐하면 이 장면을 완성하면서 제대로 해내는 것이 초고에서는 너무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초고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 윤곽을 잡는 것입니다. 즉, 이야기의 뼈대를 잡아놓는 것이죠. 그러고 나서 이어지는 수정 과정에서 나머지 부분을 처리하지요. 초고를 글로 쓴 뒤 그 이야기의 수정본을 타자로 치고 거기에서 출발한답니다.
--- p.333∼33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_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완전히 진실하면서도 사실적인 저널리즘적 작품을 쓰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백년 동안의 고독』처럼 환상적으로 들릴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과거로부터 더 많은 것들을 기억해내면 낼수록, 점점 더 문학과 저널리즘이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족장의 가을』은 완전히 역사책입니다. 실제 사실로부터 개연성을 찾아내는 것은 저널리스트이면서 소설가인 사람의 일입니다. 그리고 예언자의 일이기도 하지요. 사실 저는 매우 사실주의적인 작가이며 진짜 사회주의 사실주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쓰는데, 사람들이 저를 환상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믿는 것이 문제입니다.
--- p.370
어니스트 헤밍웨이_저는 항상 빙산의 원칙에 근거하여 글을 쓰려고 애썼습니다. 빙산은 보이는 것의 8분의 7이 물속에 잠겨 있지요.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안 쓰고 빼버린다 해도, 그것은 빙산의 보이지 않는 잠겨 있는 부분이 되어 빙산을 더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작가가 무엇인가를 알지 못하여 안 쓰는 것이라면 이야기에는 구멍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저는 청새치가 짝짓기하는 것도 봤고 거기에 대해서도 잘 알았어요. 그렇지만 그것을 그냥 내버려두었지요. 저는 50여 마리의 향유고래 떼를 본 적이 있고, 길이가 거의 20미터나 되는 놈에게 작살을 던졌다가 놓친 적도 있습니다. 그것도 그냥 내버려두었지요. 어촌에서 알게 된 모든 이야기들도 그냥 내버려두었어요. 그러나 그 모든 지식이 빙산의 물속에 잠겨 있는 부분이 되었던 것이지요.
--- p.422∼423
윌리엄 포크너_모든 예술가의 목적은 인위적인 방법으로 삶이라는 움직임을 잡아서 다시 고정시켜, 수백 년 후에 이방인이 그것을 보게 되었을 때 그것이 삶이기 때문에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에게 유일하게 가능한 불멸은 언제나 살아 움직여서 불멸인 어떤 것을 뒤에 남겨놓는 것뿐입니다. 그것은 항상 움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예술가들이 언젠가는 통과하게 될 최후이자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죽음이라는 망각의 벽에 “킬로이가 여기 왔었다.”라고 적어놓는 방식입니다.
--- p.461∼462
E. M. 포스터_“…내 생각에 소설가는 소설을 시작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떤 사건이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될지에 대해 항상 답을 갖고 있어야 한다. 소설가는 그 사건에 가까이 갈수록 사건을 바꿀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로 바꾸기도 할 것이며, 정말로 바꾸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소설은 정체되고 꼼짝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어떻게든 진행되기 위해선 산과 같이 견고하고 단단한 덩어리를 둘러서 또는 넘어서 또는 뚫고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내가 쓰려고 했던 소설들에 있어서 가장 본질적인 것이다.”
“작가 생활 초반 자신감도 없고 미래에 대한 전망도 희미할 때 용기를 갖게 된 것은 전적으로 이 인터뷰 덕분이다.”_오르한 파묵
“나는 『파리 리뷰』를 한 권도 빼놓지 않고 모두 가지고 있다. 이 작가 인터뷰를 엮는다면 더없이 훌륭한 책이 될 것이다.”_어니스트 헤밍웨이
『작가란 무엇인가』는 열두 명의 세계적인 작가가 미국의 저명한 문학잡지 『파리 리뷰』와 가진 인터뷰 모음집이다. 우리가 즐겨 읽고 익히 들어본 20, 21세기 대표 소설가들인 에코, 파묵, 하루키, 오스터, 매큐언, 로스, 쿤데라, 카버, 마르케스, 헤밍웨이, 포크너, 포스터. 대가의 반열에 오른 이들은 언제 어떻게 글을 쓰고 자신의 열정을 이어가는지. 또 어떤 이유로 작품에 성공하고 실패하는지. 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둔 이들이라면 모두가 궁금해하지만 좀처럼 답을 듣기 어려운 이 질문들에 작가들은 60년 동안 세계 유수의 작가들을 만나온 저명한 문학잡지 『파리 리뷰』와 만나 한 인간이자 작가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작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문학잡지’(타임)라는 격찬을 받은 『파리 리뷰』는 뉴욕에서 출판되는 문학잡지로, 1953년 창간된 이후 60년간 노벨 문학상, 퓰리처상, 부커상을 수상한 이미 더는 유명해질 수 없을 만큼 명성을 얻은 세계적 작가들과 인터뷰해왔다. 이 인터뷰는 신간이나 작가 홍보를 넘어선 소설 기법과 글쓰기 방식, 삶에 관한 진솔한 내용을 다루어 작가 인터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인터뷰를 하나의 문학 장르로 격상시켰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도서출판 다른에서는 국내 문예창작학과 대학생들과의 설문을 통해 『파리 리뷰』에서 인터뷰한 250여 명의 소설가들 중 ‘가장 인터뷰하고 싶은 작가 36인’을 선정했고, 이중 12인의 이야기를 『작가란 무엇인가』로 묶어냈다. 나머지 24인에 포함된 오에 겐자부로, 스티븐 킹, 살만 루시디, 주제 사라마구, 토니 모리슨, 귄터 그라스 등의 작가를 다룬 2권과 3권은 올해 연이어 출간될 예정이다.
인터뷰로 이끌어내는 작가론, ‘작가란 무엇인가’
이 책은 인터뷰를 통해 만든 새로운 형태의 ‘작가론’이자 ‘창작론’이다. 가장 힘든 순간을 이겨내려는 평범한 인간의 이야기이면서 명예와 성공, 위대한 지성이 보여주는 통찰과 극기까지 드러내는 멘토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들은 인터뷰에서 소재를 찾는 과정과 플롯과 서사를 구성하고 시점과 어조를 선택하는 노하우는 물론 창작과 퇴고에 쓰는 시간의 양에 대해 이야기한다. 쿤데라는 소설을 치밀하게 구성하기 위해, 하루키는 소설에 흐름에 강약을 주기 위해 음악적 특성을 빌려온다. 마르케스는 『백년 동안의 고독』의 내용을 이미 구상한 상태에서 알맞은 ‘어조’를 찾으려고 5년을 보냈다. 포크너는 『소리와 분노』의 전체를 화자를 바꾸어 다섯 번 고쳐 썼는데 아직도 이 작품이 미완성이라고 생각한다. 오스터는 한 단락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데 하루나 사흘이 꼬박 걸리기도 한다.
소설관이나 창작에 대한 완전히 서로 다른 관점과 방식을 피력하는 내용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플롯’에 대해 쿤데라는 ‘소설을 제일 지루한 삶보다도 더 지루하게 만든다’고 말하지만 마르케스는 그러한 기법을 연마하지 않으면 ‘영감이 사라지고 이를 보상할 수 있는 기법이 필요하게 되는 훗날에 곤경에 빠질 것’이라고 충고한다. 작가와 사상가 사이의 관계에 관해 에코는 ‘인기 작가가 되는 일이 사상가로서의 명성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헤밍웨이는 ‘대학 교수로서의 삶은 외적 경험에 종지부를 찍음으로써 세상에 대한 지식의 확장을 제한할 수도 있’고 ‘영원한 가치에 관해 글을 쓰고자 한다면, 작가는 전업 작가가 되어야 한’다고 단정한다.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내밀한 자기 성찰이 들어있음은 물론이다. 작가들은 매일 자신이 정해놓은 만큼의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과의 즐겁고 행복한 교류라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자신과 싸운다. 오스터의 ‘상상력이 작동하게 하려면 외로움이라는 고통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고독하고 외로운 그들은 창작한 작품들이 자기 절제 또는 극기를 통해 태어난 장인 정신의 산물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취미나 습관, 기벽, 인간적인 속내 같은 아주 사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있다. 레이먼드 카버는 도저히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삶에 좌절해 술을 마시고 알코올의존증에 걸렸다. 그동안 그는 2리터들이 술을 병째로 마시고 운전하거나 소설을 계약했다고 고백한다. 한동안 진지하게 자신의 소설관과 명성에 관해 이야기하던 마르케스는 갑자기 평생 동안의 유일한 후회가 딸을 낳지 못한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한다. 『노인과 바다』로만 헤밍웨이를 알고 있던 독자는 그가 ‘진부한 질문을 한다면, 낡고 진부한 대답을 듣기 십상’이라며 인터뷰어에게 성마른 성미를 드러내 보이는 부분에 놀라움을 느낄 것이다. 그 외에도 열네 살의 소풍에서 바로 옆에 앉은 친구가 번개에 맞아 죽는 것을 본 오스터가 ‘세상이 이해 불가능한 것’인지, ‘이러한 기이한 일을 자신만 경험한 것인지’에 관해 계속 탐구하는 과정이나 매큐언이 소설을 쓰기 시작할 무렵 우연히 얻은 굉장한 행운인 작가들의 멘토 맬컴 브래드버리와 만난 과정 등은 소설가의 삶이 소설 그 이상의 흥미진진한 경험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려준다.
소설가들의 소설가, 신진 작가와 문학 초심자들에 대한 가슴 따뜻한 독려
소설가 김연수나 오르한 파묵의 추천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파리 리뷰』의 작가 인터뷰는 오랫동안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신진 작가들을 독려해왔다. 삼십 대 초반, 재능의 소진으로 고민하다가 미국판 『파리 리뷰_인터뷰』를 발견하고 ‘소설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는 소설가 김연수. 작가 생활 초반 자신감도 없고 미래에 대한 전망도 희미할 때 용기를 갖게 된 것은 ‘전적으로 이 인터뷰 덕분’이라고 말한 오르한 파묵.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라는 부제처럼 이 책에는 소설가들이 겪는 문학의 고통과 즐거움 그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기에 소설을 쓰고 있거나 글을 다루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소설가나 습작생이 아니더라도 평소 관심을 둔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작가의 소설관과 작품이 쓰인 뒷이야기, 배경에 대한 이해를 통해 세계문학의 지평을 넓힐 수 있음은 물론이다.
작가의 회한과 고백,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 진지한 작가적 성찰의 뒤편으로 우리는 스스로 ‘소설’과 ‘소설가’ 그리고 ‘예술’이 무엇이고 누구에 대한 것인지에 관하여 답하게 된다. 또 ‘작가란 무엇인가’와 그에 대한 해답을 한 위대한 작가나 평론가의 설명만으로는 추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작가들이 풀어놓는 서로 다른 답을 통해 귀납적으로 유추하고 한발자국 다가설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작가란 무엇인가』의 가장 큰 깨달음은 위대한 작가들도 한 명의 인간이라는 데 있다. 소설을 쓴지 십 년이 지났을 때까지도 인세 한 번 받지 못했던 마르케스의 이야기에서, 계속 출판이 좌절되어 7년을 기다렸지만 막상 유명해진 뒤에는 국내 정치가와 비평가들에게 시달리며 재판을 받게 된 파묵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생의 불완전한 측면과 만난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자신의 인간적인 부분을 극복하고 위대함과 만났음을 깨닫고 위로와 희망, 용기를 얻게 된다. 『작가란 무엇인가』의 열두 명의 작가들은 모두 그렇게 당신의 위대한 멘토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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