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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존재와 시간/ 마르틴 하이데거

금동원(琴東媛) 2019. 5. 11. 09:19

 

 

『존재와 시간』

 마르틴 하이데거  | 동서문화사

 

 

 인간은 무엇으로서 존재하는가?

 철학의 혁명 『존재와 시간』!

 독일 실존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 그는 『존재와 시간』을 통해, 기존 전통서양철학의 잘못된 이해를 비판하며 ‘존재’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이 거작은 서론 〈존재 의미에 대한 물음의 설명〉에 이어 〈현존재에 대한 준비적인 기초분석〉과 〈현존재와 시간성〉이라는 2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해 “과연 그것이 있는가, 혹은 없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어떨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철학자들은 ‘존재’ 자체를 문제 삼지 않고 오직 그것이 무엇인가를 논의해 왔다. ‘존재’란 너무나 자명한 것이어서 논의할 이유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 하이데거는 그때까지의 서양 철학사를 ‘존재망각의 역사’라 정의하며, 독단적 철학이라 비판했다. 인간마저 사물로 여기게 되어 인간소외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대신 ‘현존재’를 내세우는 새로운 개념으로 전통철학을 바로잡고 재구성했다. 특히 언어는 인간의 현존재를 대표하며, 존재이해의 원천이 된다고 했다. 『존재와 시간』은 서양철학사 혁명적 업적으로 높이 평가받으며, 그의 사상은 O. 베커?T. 발라우프?W. 슐츠 등의 철학자와 특히 새로운 수정주의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작가 소개

 

  하이데거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이성 일변도로 치닫던 서구의 전통 철학을 뒤흔든 20세기 사상계의 거장이며, 현대 철학 및 문학, 예술론, 언어학, 인간학, 생태학 등 정신문화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철학자이다. 그는 1889년 독일의 작은 마을 메스키르히 에서 태어나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한 후, 1923년부터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1928년부터는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프라이부르크 대학 시절 하이데거의 사상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준 것은 에드문트 후설의『논리연구』였다. 박사학위 논문인「심리주의의 판단론」과 교수자격 취득논문인「둔스 스코투스의 범주론과 의미론」은 물론, 초기의 대표작인『존재와 시간』및『칸트와 형이상학의 문제』는 ‘현상학적인 봄’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었다. 특히 1927년에 출판된『존재와 시간』은 그를 단숨에 세계적인 철학자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정작『존재와 시간』을 헌정받은 후설이 이 책에 대해 놀라움을 넘어선 실망감을 토로할 정도로 하이데거는 후설의 추종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젊은 시절의 하이데거는 이미 자신만의 독특하고 다양한 언어로 새로운 사유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하이데거의 사유는 존재로의 도정이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하이데거의 존재사유는 하나의 별을 향해 다가서는 것, 단지 이것뿐이다. 현대철학의 과제는 하이데거 철학의 재해석이라 할 정도로, 지금도 우리는 하이데거와 더불어 숲길을 따라 존재의 이정표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인간 삶의 원초적 세계는 욕망과 지성에 의해 물든 소유의 세계가 아니라 존재의 무구한 세계라는 것을 현대인에게 조용히 일깨워주었다. 그가 말했던 "존재의 세계"란, 하늘과 땅을 포함하여 지상에 존재하는 일체의 것이 우리에게 말없이 다가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면서 서로 상보적인 관계 속에 조화롭게 펼쳐지는 그런 진리의 세계를 가리킨다. 그는 인간이 지상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지배하여 무제한적으로 이용하는 이 땅의 주인이 아니라, 오히려 존재의 세계 안에 거주하는 존재의 이웃으로서 만물을 아낌없이 보살펴야 할 삶의 과제를 떠안고 있다고 강조했다.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한때 정치적 오점을 남긴 바도 있지만, 1976년 고향 메스키르히에 조용히 잠든 이후에도 계속 발간되고 있는 80여 권의 작품을 보면, 우리는 그의 존재사유가 오늘의 우리에게 미치고 있는 막강한 영향력의 자취를 실감할 수 있다.

  주요 저서로는 주요 저서로는 『존재와 시간』, 『숲길』, 『사물에 관한 물음』, 『횔덜린 시의 해명』, 『이정표』, 『동일성과 차이』, 『사유란 무엇인가? 』, 『언어로의 도상에서』, 『니체 I, II』, 『초연한 내맡김』, 『사유의 경험으로부터』, 『사유의 사태로』 ,『현상학의 근본문제들』, 『논리학 : 진리란 무엇인가?』, 『진리의 본질에 관하여』 등이 있으며, 1973년부터 그의 강의록이 전집으로 간행되어 현재까지 약 100권이 출간되었다.

 

 

  ■존재와 시간 (Sein und Zeit )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91~1976)) 

 

  하이데거는 이 저서에서 고대 그리스로부터 지속적으로 물음이 제기되어 온 존재 일반의 의미를 살아 있는 인간의 실존을 통해 해명하면서, 그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의미를 ‘시간성’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러한 하이데거의 사상은 야스퍼스, 사르트르 등의 실존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존재의 본질적인 실존론 구조를 해명

 

『존재와 시간』이 발표된 것은 1927년이지만 집필은 1923년에 시작되었다. 이는 이 저술이 제1차 세계대전 직후에 일어난 사상계의 격동을 배경으로 탄생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전쟁이 가져온 혼란은 그 무렵의 정신 세계 역시 격동의 시대로 밀어 넣으며 오랫동안 철학계를 지배해 온 신칸트학파의 몰락을 재촉했다.

  이를 대신해 인간 존재의 적나라한 모습을 한 점 남김없이 응시하고자 한 생의 철학과 현상학이 새로이 대두했다. 또한 니체와 키르케고르의 사상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변증법 신학이 등장하며 또 현대 문학의 새로운 동향이 시작된 것도 이 시기였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은 인간 존재의 ‘실존’의 모습을 맨 처음 획기적으로 그리고 신선한 모습으로 비춰 낸 20세기 철학계의 금자탑이 된 저작이었다.

  이 저술은 원래 ‘존재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재고찰하려고 한 ‘존재론’적인 야심에서 의도된 것이었다. 다음과 같이 생각하면 그 의의가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실증과학 면을 살펴보자. 실증과학은 그것이 자연과학이든 역사과학이든 자연과 역사라는 ‘존재자’의 다양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부여된 것으로 간주하고 조사해 그 현실적 모습을 파악하려고 한다. 물론 이때 실증과학 그 자체는 이들 ‘존재자’가 ‘존재한다’는 의미를 당연히 분명한 것으로 여기고 이를 캐물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이 ‘존재자’의 ‘존재한다’는 의미가 명백하게 고찰되지 않을 경우, 이를 다루는 과학의 근본 개념도 올바르게 확립될 수 없게 된다.

  그런 점에서 모든 실증과학은 ‘존재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암암리에 전제로 삼고 있다. 원래 다양한 형태의 존재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의 본질적 의미를 근본적으로 캐물어 인간과 세계의 전체 구조를 고찰하고자 하는 철학상의 시도는 ‘존재론’이다.

  하이데거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의미의 존재론을 철저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존재의 의미에 대한 물음’이 실행될 때 사용하고 있는 방법과 기초를 확실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와 같은 기초는 어디에 있는가. 그 기초는 그 자체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묻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그 같은 물음의 대상이 되는 우리 인간, 곧 다른 존재자와는 다르게 뛰어난 특질을 가지고 있는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자의 존재 구조를 고찰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다양한 존재자가 존재하고 인간과 세계의 모습이 전체로서 성립하고 있는 것에 대해 ‘존재적으로 이해’하면서 살아가며, 아울러 존재하고 있는 우리 자신의 존재 양태의 구조와 의미에 대해 되묻고 그를 해명하고자 하는 점에 존재론의 기초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존재론의 시도에 가장 근본적 기초를 제공하는 ‘기초존재론’이다. 『존재와 시간』은 이러한 기초존재론의 시도로 행해진 것이다.

  하이데거는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자를 ‘현존재(現存在, Da-sein)’라고 부르고 있다. 현존재란 세계 속에 ‘현재’ 존재하고 생활하며, 자기 자신 이외의 존재자와 맺은 관계 속에서 특히 자기 자신의 ‘존재’의 모습을 어떠한 형태로든 스스로 결정하면서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자라는 의미이다. ‘현존재’란 ‘그 존재에서 현재의 자신의 존재에 관련되어 있는 존재자’인 것이다. 그리고 하이데거는 이러한 현존재가 그와 같이 관련되어 있는 현재의 자기 자신의 ‘존재’를 ‘실존’이라고 불렀다. 따라서 ‘기초존재론’은 ‘현존재의 실존론적인 분석론’이라는 형태로 전개된다.

  ‘실존론적’이라는 의미는, 실존의 본질적인 구조를 추출해 낸다는 뜻이다. 곧, 모든 사람이 실제로 실존할 때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내용은 각 개인 자신의 ‘실존적’ 문제이며, 실존적인 분석론이 관여되는 것은 아니다. 『존재와 시간』이 시도한 것은 현존재의 본질적인 실존론 구조의 해명인 것이다.

  이러한 고찰을 시도하면서 하이데거는 ‘현상학’의 방법을 모색했다. 현상학이란, 스스로 드러내는 것을, 그 자신으로부터 드러나는 그대로 그 자신으로부터 보이게 하는 것이다. 사실상 하이데거의 경우에는 현존재의 실존이라는 존재 양식을, 그것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해 주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이는 후설의 ‘의식의 현상학’과 달리, 어디까지나 ‘실존의 현상학’이 된다. 그리고 이때 실존에 둘러싸인 잘못된 편견이나 일반적인 속견, 곧 잘못된 존재 이해를 파괴해 현재의 현존재에 스스로의 존재 구조와 존재 의미의 본래적 내실이 ‘고지’되는 방식으로 해명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올바른 본질 사태를 ‘고지’한다는 것이 다름 아닌 바로 ‘해석학’이라고 하이데거는 말한다. 그러므로 하이데거의 경우에는 사실상 실존에 관련되는 ‘해석학적 현상학’이 수행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현존재의 시간성

 

  그렇다면 이러한 분석의 결과, 하이데거는 어떠한 결론에 이르고 있는가. 『존재와 시간』은 두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편 ‘현존재의 예비적 기초 분석’에서 하이데거가 도달한 결론은, 현존재의 ‘존재’는 그 통일적 전체 구조에 대한 ‘관심(Sorge) ’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제2편 ‘현존재와 시간성’에서 도달한 결론은, 현존재의 ‘존재 의미’는 ‘시간성’에 있다는 점이다. 곧, 현존재의 실존론적 존재 구조는 다양한 계기를 포함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관심’이라는 근본 구조 속에 묶여 있으며, 그 ‘관심’은 현존재의 존재 의미인 ‘시간성’으로 구성된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 주장이다.

  그리고 ‘시간성’에 기초하는 ‘시간’이라는 시각을 통해 모든 존재자의 존재 의미도 해명될 수 있다는 뜻에서 총체적인 표어적 의미를 담아 『존재와 시간』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것이다. 그러나 현존재 이외의 존재자도 포함한 이 같은 존재 전체의 존재 의미, 곧 ‘존재 일반의 의미’를 시간이라는 시각을 통해 논한 부분은 결국 미완성으로 머물렀다. 곧, 오늘날 소개되어 있는 『존재와 시간』은, 현존재라고 하는 우리 인간적 존재자의 존재 구조가 시간성에 의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을 밝힌 데에서 끝나고 있다.

  현존재의 존재가 ‘관심’이라고 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이데거에 의하면, 현존재는 ‘세계 내의 존재’로 간주된다. 이는 현존재가 존재할 때에는 반드시 자신 이외의 다양한 존재자, 예를 들어 도구적 존재자를 그 목적과 수단이라는 연관 속에 묶어 두므로 이를 ‘배려’한 관심 또는 공동의 현존재인 타인을 다양하게 ‘고려’하는 관심을 보이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또 그뿐 아니라 이른바 자신의 지나온 과거에도 관심을 가지며 살고 있다.

  현존재는 이유를 알 수 없이 세상 속에 던져진 ‘피투성(被投性, Geworfenheit)’을 스스로 등에 진 채 현재 존재하고 있는 자신의 ‘사실성’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태는 ‘정상성(情狀性)’이라는 기분을 통해 자신도 알고 있는 것이다. 또 현존재는 자신의 존재 가능성을 ‘이해’하고, 이를 장래를 향해 ‘기투(企投, Entwurf)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존재의 구조 전체는 첫째로 ‘자신에게 앞서서’ 자신의 존재 가능성을 장래를 향해 ‘기투’한다는 ‘실존성’을 포함하고, 둘째로 ‘이미 세계 속에 존재한다’고 하는 ‘피투적’인 ‘사실성’을 지고 있으며, 셋째로 그와 같은 상태인 동시에 ‘세계 내부적으로 만나게 되는 존재자들 사이에서 존재한다’는, 곧 도구와 타인에 대해 배려하거나 고려하면서 존재한다는 세 가지 계기로 이루어진 통일적 전체 구조를 의미하며, 그 전체 구조는 다름 아니라 바로 ‘관심’인 것이다.

  그런데 하이데거에 의하면, ‘당장 대부분’의 ‘평균적 일상성’에서 현존재는 특히 제3의 계기인 도구와 타인에 대해 배려하고 고려한다는 이른바 ‘함께하는 존재’에 깊이 몰입되어 있는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하이데거는 이를 ‘퇴락’이라고 불렀다.

  이와 같은 현존재는 세상 속의 불특정한 사람들의 생각이나 삶의 방법에 좌우되어 살면서 본래의 자기를 상실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데거는 여기에서의 불특정한 사람을 ‘세상 사람’이라고 불렀다. ‘세상 사람’ 속에 매몰되어 도구에 대해 배려하며 자기 자신을 잃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보통 세계 내의 존재가 보이는 존재 방식으로, 이는 활기에 넘치는 삶의 방식이다. 이것이 어째서 평균적 일상성을 지닌 존재 방식이 되는가를 파악한 점에서 하이데거의 매우 특이한 사고방식이 엿보인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현존재는 본래의 자기 자신의 적나라한 세계 안의 존재로 되돌아가게 되면 이유 없이 내던져지고, 또한 자신의 존재의 모습을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자신의 피투적 기투 존재와 직면해 ‘불안’한 기분에 휩싸이므로,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실제로 퇴락한 존재 양태 속으로 도피해 살고 있는 것이다. 본래의 세계 안의 존재는 어쩐지 불안하고 마음 편하지 않으며 그러한 상태가 가장 근본적 기분이므로 현존재는 퇴락적으로 도피해 세상 사람 속으로 숨어 들어가 대개 무책임하고 안락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이 같은 퇴락한 존재 양태를 ‘비본래성’이라고 부르며, 그것에서 벗어나 자신으로 되돌아가는 것에서 바로 ‘본래성’이 성립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본래성은 어떻게 하여 실제로 가능하게 되는 것인가. 사람들은 누구나 죽는다. 이 ‘죽음’이야말로 절대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모든 사람의 실존에 가장 깊이 관련되고 또 추월이 불가능한 것이다. 현존재란, ‘죽음을 향한 존재’이다. 죽음이란 자신의 실존이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될 가능성에 대해 ‘선구(先驅)’함으로써 현존재의 ‘본래적 전체 존재의 가능성’을 발휘하게 된다.

  그렇지만 인간은 본래 자기 자신을 ‘죽음을 향한 존재’로 받아들이기를 꺼리며 이로부터 눈을 돌리고자 한다. 이러한 비본래적 도피를 타파하고 자기 자신의 ‘본래적인 전체 존재의 가능성’을 받아들이도록 촉구하는 것이 바로 ‘양심’의 목소리이다.

  양심의 목소리는 무언의 말로 퇴락한 비본래적인 존재 모습에서 현존재를 박탈해 본래적인 존재의 모습이 되도록 만들고 있다. 이러한 양심의 목소리에 따를 때 본래적인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는 ‘결의성’은 결실을 맺게 된다. 결의성이란 앞에서의 ‘선구’와 연결될 때 비로소 근본으로 돌아간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선구적 결의성’이 바로 현존재가 추구해 온 ‘본래적인 전체 존재의 가능성’이 실존적 증거를 거쳐 나타나는 본래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때 현존재는 어떠한 모습을 통해 본래적으로 실존할 수 있는가. 실은 현존재란, 스스로 자신의 존재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의 본래성을 잃고 ‘비본래적’ 존재의 모습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 모든 것을 기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오직 하나만 이룰 수 있는 존재로 철저하게 ‘무력’하며, 이른바 될 수 없는 곳에 있는 ‘책임 있는 존재’이다. 이처럼 책임은 있지만 무력한 자기 자신을 본래적인 것으로 그리고 전체적으로 받아들여 철저히 그에 따라 살아간다는 것이 바로 ‘선구적 결의성’의 실상이다. 구체적으로 이는 자신에게 의탁되어 있는 존재의 가능성을 철저하게 받아들인 채 살아가는 삶이며, ‘운명’을 사랑하는 삶의 생존 방식이다. 곧, 본래적인 ‘역사성’의 존재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현재의 선구적 결의성뿐 아니라 ‘관심’의 일반적 존재 양태, 곧 본래성과 비본래성을 포함한 현존재의 존재 자체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의미에서 실은 ‘시간성’이라는 점이 분명하게 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본래적이든 비본래적이든 자기 자신에 앞서 자신의 존재 가능을 기투한다고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자기 자신에게 이르게(도래, 到來) 하는 것’이며, 이것은 ‘도래’라는 시간성에 대해 현존재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둘째로 이미 세계 속에 존재한다고 하는 것 역시 원래 현존재가 ‘이미 계속해 존재한다’고 하는 시간성에 대해 존재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게 된다.

  셋째로 세계 내부적 존재자와 관련될 수 있는 것도 원래 현존재가 그들의 존재자를 ‘만날 수 있게 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현성화(現成化)시킨 것’이라는 시간성에 대해 존재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현존재는 ‘이미 계속되고 있으며 현성화되어 도래한다’는 ‘시간성’에 대해 존재해 있기 때문에 바로 본래적인 선구적 결의성의 존재 모습은 물론, 관심의 세 가지 계기도 가능하게 되어 현존재는 그 존재 의미에서 ‘시간성’이라고 하이데거는 단정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시간성’이란, 시계로 측정되는 시간이 아닌 ‘근원적 시간성’이다. 이러한 시간성이 ‘시간의 성숙(時熟) ’에 의해, 현존재의 본래적이며 비본래적인 실존의 모든 양상이 모두 가능하게 되는 점을 더욱 구체적으로 하이데거는 해명하고 있다. 또한, 비본래적 실존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성이 시간의 성숙에 의해 마침내 시계로도 측정 가능한 통속적 시간 개념이 파생되는 과정까지 보여 주고 있다. 이렇게 하여 ‘시간성’의 시간의 성숙이라는 구조 속에서 현존재의 세계 내 존재 전체가 그 존재에 대해 가능하게 되는 것을 해명하면서 나아가 존재 일반이 그러한 의미에서 시간이라는 점을 규명하고자 하는 대목에서 이 저서는 끝나고 있다.

 『존재와 시간』은 하이데거의 연구 생활에 관한 전반부를 대표하는 저술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인간이라는 ‘현존재’의 ‘존재’를 해명하면서, 그 같은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의미’를 ‘시간성’을 통해 밝히며 또 그에 기초해 존재 일반의 의미를 ‘시간’으로 규명하고자 했지만, 이는 결국 미완성으로 끝났다.

  이와 달리 후기의 하이데거는 ‘전향’의 길을 걷는다. 곧, 그것은 『존재와 시간』과는 반대로 ‘존재’ 자체에서 ‘현존재’를 비춰 보고자 한 것이다. 연구 생활 후반부의 복잡한 도정의 결과, 마침내 하이데거는 1969년 『시간과 존재』라는 저술을 발표하면서 『존재와 시간』에서 미완성으로 남겨 놓았던 문제에 대한 최종 해답을 시도했다. 곧, 존재와 시간 사이에 놓여 있는 일반적 관계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존재자만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는 가장 심오한 것에 의해 우리 인간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 그것이 제공되는 양상은 시간을 통해서라고 했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그 어떤 심오한 것이 우리 인간에게 시간을 보내주고 있지만, 그러나 시간은 우리 인간이 존재에게 다가가게 하기도 하고 멀어져 가게 하기도 한다. 시간은 이미 있는 것은 물론, 앞으로 도래할 것도 포함하고 있어 모든 것을 현재에만 제공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 시간에는 거부하거나 이룩되지 않도록 하는 성격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간에 기초해 우리에게 존재를 보내 주는 심오한 것을 하이데거는 ‘에라이그니스 ’라고 불렀다.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존재와 시간』(1927)은 하이데거(1889~1976)가 마르부르크대학교 교수 시절인 1927년 38세 때 후설이 감수한 『철학 및 현상학적 연구를 위한 연보(Jahrbuch für Philosophie und phänomenologische Forschung)』 제8권에 처음 발표한 뒤, 곧 단행본으로 출판한 저작으로, 하이데거의 연구 생활의 전반부를 대표하는 저술이다.


  이 책의 제6판까지는 ‘전편’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어 ‘후편’이 이어질 것을 알리고 있었지만, 1953년 제7판 이후부터는 이 표시가 삭제되어 사실상 미완성인 채 독립된 한 작품이 되었다.

  당초의 계획으로는 이 책을 두 개 부문으로 나누어 각각 세 편의 논문을 수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 소개되어 있는 책은 제1부 제2편까지밖에 쓰이지 않았다. 원서는 437페이지(제6판까지는 438페이지)에 이르는 대작으로, 하이데거의 혼이 담긴 역작이다.

  이 책이 발표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사상계의 격동기에 해당했던 시기로, 이 책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이상하리만큼 흥분’을 불러일으키며 ‘순식간’에 성공을 거두었다. 실제로 이 책의 등장으로 20세기 전반부의 철학계는 지형도를 대부분 바꾸어야 했다. 이 책은 방법론적으로는 후설의 현상학을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딜타이의 해석학도 섭취한 ‘해석학적 현상학’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면에서는 ‘기초 존재론’을 전개하며 ‘현존재의 실존론적 분석론’을 개진하고 있다.

  이 책에 제기된 새로운 철학하는 방법이 계기가 되어 그 뒤 ‘존재론’과 ‘실존의 현상학’ 그리고 ‘실존 철학’ 등이 독일과 프랑스에서 활발히 논의되었다. 따라서 20세기 초반 이후에 등장한 현대 철학의 새로운 경향은 이처럼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서 기초적 실마리를 찾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하이데거 자신은 이후 자신의 후기 철학에서는 ‘실존’보다 ‘존재’ 자체에 대한 사색에 몰두했다. 

                           

마르틴 하이데거

 

*글:사사키 다케시            

 1942년 아키타 현 출생. 도쿄대 법학부 졸업, 전 도쿄대 총장. 현대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유명한 사사키 다케시 교수는 1968년부터 조교수, 1978년 교수를 거쳐,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법학정치학연구과장을 지냈다. 이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제27대 도쿄대 총장을 역임했다

 

*출처: 절대지식 세계고전 | 저자사사키 다케시 외 |이다미디어

 정치, 경제, 법 사상, 철학·사상, 여성론, 종교, 교육, 역사, 카운터컬처 등 총 아홉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마르크스의 <자본론>,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등 94권의 고전을 쉽고 자세한 해설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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