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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금동원(琴東媛) 2019. 9. 16. 22:30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저/김선형 역  | 살림출판사

 

 

 

  2018년 8월 14일,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한 생태학자가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첫 소설을 출간한다. 미국 남부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스의 해안 습지를 배경으로 한 소녀의 성장담이 미국 출판계에 불러올 어마어마한 파장을, 이때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무명작가의 데뷔작은 베스트셀러에 오르더라도 잠시 머물다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입소문을 타고 계속, 계속, 계속 무섭게 순위가 뛰어올랐다. 아마존 독자 리뷰 수가 12,000개를 넘어서는 상황에도 별점은 5점을 유지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마침내 출판 관계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와 아마존 판매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다. 치열한 봄철 신간 경쟁을 뚫고 아마존의 왕좌를 굳건히 지키더니 2019년 3월 4일, 100만 부 판매로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작가 소개

 

  미국 조지아대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캘리포니아대에서 동물행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프리카에서 7년 동안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그 연구 성과를 정리해 엮은 논픽션 세 편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자연 에세이 분야에서 존 버로스상을 받았고 「네이처」 「아프리칸 저널 오브 에콜로지」 「인터내셔널 와일드 라이프」를 비롯한 유수의 학술지에 글을 실었다. 현재 아이다호에 살고 있으며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그의 첫 소설이다. 잔잔한 파장을 그리는 데서 그칠 줄 알았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출간 후 미국 서점가를 휩쓴다. 이야기의 물길을 잡았다 싶을 때 휘몰아치는 반전과 예상치 못한 길목에서 감싸는 여운은 책장을 처음 폈을 때와 다른, 더 멀고 깊은 자리로 독자를 데려다놓는다

 

 

  역자 : 김선형은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르네상스 영시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 유영번역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다시 태어나다』, 『시녀 이야기』,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캐주얼 베이컨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바보들의 결탁』, 『곤충극장』, 『프랑켄슈타인』 등을 비롯해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책 속으로

 

  카야가 비틀거리면 언제나 습지의 땅이 붙잡아주었다. 콕 짚어 말할 수 없는 때가 오자 심장의 아픔이 모래에 스며드는 바닷물처럼 스르르 스며들었다. 아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더 깊은 데로 파고들었다. 카야는 숨을 쉬는 촉촉한 흙에 가만히 손을 대었다. 그러자 습지가 카야의 어머니가 되었다.
--- p.49

  그렇게 누워서 엄마는 말했다. “다들 엄마 말 잘 들어. 이건 진짜 인생에 있어 중요한 교훈이야. 그래, 우리 배는 좌초돼서 꼼짝도 못 했어. 하지만 우리 여자들이 어떻게 했지? 재밋거리로 만들었잖아. 깔깔 웃으면서 좋아했잖아. 자매랑 여자 친구들은 그래서 좋은 거야, 특히나 진창에서는 같이 구르는 거야.”
--- p.122

  여기에는 윤리적 심판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악의 희롱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다른 참가자들의 목숨을 희생시켜 그 대가로 힘차게 지속되는 생명이 있을 뿐이다. 생물학에서 옳고 그름이란, 같은 색채를 다른 불빛에 비추어보는 일이다.
--- p.179

  카야에게도 여자 친구들이 필요해요. 영원히 지속되거든. 서약도 필요 없고. 여자들끼리 꼭꼭 뭉쳐 다니면 거기가 이 땅에서 제일 따뜻하고 제일 터프한 곳이지요.
--- p.188

  그 후로 책을 아주 많이 읽었어. 대자연에, 저기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에서는 이렇게 잔인무도해 보이는 행위 덕분에 실제로 어미가 평생 키울 수 있는 새끼의 수를 늘리고, 힘들 때 새끼를 버리는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해져. 그렇게 계속 끝없이 이어지는 거야. 인간도 그래. 지금 우리한테 가혹해 보이는 일 덕분에 늪에 살던 태초의 인간이 생존할 수 있었던 거라고.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 없을 거야. 아직도 우리는 그런 유전자의 본능을 갖고 있어서 특정한 상황이 닥치면 발현되지. 우리의 일부는 언제까지나 과거의 그 모습 그대로일 거야. 생존하기 위해 해야만 했던 일들, 까마득하게 오랜 옛날에도 말이야.
--- p.295

  혼자 지낸 건 그녀 잘못이 아니었다. 그녀가 아는 것은 거의 다 야생에서 배웠다.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자연이 그녀를 기르고 가르치고 보호해주었다. 그 결과 그녀의 행동이 달라졌다면, 그 역시 삶의 근본적인 핵심이 기능한 탓이리라.

--- p.448
 
 
 
  ○출판사 리뷰
 
 
  평생을 야생과 벗 삼은 생태학자가 길어낸 외로움을 넘어서는 순연한 이야기의 힘, 타인을 믿고 진정한 관계에 이르기까지……

  작가 델리아 오언스는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연구 성과를 정리한 논픽션 세 편으로 이미 전 세계에 명성을 떨쳤다. 이 특이한 이력은 습지의 생태 묘사에서 힘을 발휘한다. 미국 남부 습지의 비현실적인 풍광, 나뭇가지마다 유령처럼 걸린 스패니시 모스와 무른 흙, 드넓은 늪과 못에 떠다니는 물풀들. 습지는 호소와 늪을 지나 개펄과 바다로 이어지고,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고 섞이는 광대한 생태계다. 하지만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기에 배척당하며, 익숙지 않기에 거부당한다. 단단한 땅에 발붙이고 사는 평범한 이들에게 습지는 재빨리 메워 쓸모 있는 땅으로 만들어야 할, 미완의 지대다. 그렇기에 디딜 데 없이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인간들만이 습지로 떠내려와 각자의 생을 일구며 살아남았다.
 
  이렇듯 다양한 생명이 숨 쉬지만 인간이 살아가기에는 가혹한 환경에 여섯 살짜리 여자애 하나가 홀로 남겨진다. 주정뱅이 아버지의 폭력에 어머니는 집을 떠나고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지며, 마을 사람들은 피하기만 할 뿐 작은 동정도 허락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혼자인 카야가 느끼는 쓰라린 외로움의 정서는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굉장한 호소력을 갖는다. 습지의 판잣집에서 혼자 살아남으려 분투하지 않더라도 이 시대의 우리는 각자 빌딩 숲이라는 정글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며 하루하루 외롭다. 사회의 테두리 안에 있는 현대인에게도 타인을 믿고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기란 이토록 어렵고도 무서운 일이다. 카야는 사람에게 기대를 걸었다 버림받고 또 사랑을 주었다 배반당하며 대자연의 동물처럼 홀로 서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비로소 두려움 없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깨우친다.
 

  가슴 저미는 러브스토리, 자연을 향한 경이로운 찬가,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 땀을 쥐게 하는 법정 스릴러
  속도를 늦추고 이야기를 음미하라!
 

  어느 가을 아침, 마을의 인기 스타 체이스 앤드루스가 노스캐롤라이나 해변의 습지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마을 주민들의 의심은 습지에서 홀로 살아남은 여자아이, 카야 클라크에게 향한다. 사람들은 카야를 문명의 수혜를 받지 못한 야만인이라 여겼지만 실상은 달랐다. 오랫동안 자연을 벗 삼아 삶의 교훈을 스스로 깨친 카야는 누구보다도 예민한 감성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물이다.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생을 유지하던 카야에게도 거스를 수 없는 외로움이 찾아오고, 마을 청년 둘이 그 독특한 매력에 끌려 다가온다. 으스스한 야생성과 마술적인 매혹을 한 몸에 지닌 카야, 거부할 수 없는 남성적 매력을 지닌 체이스, 습지를 이해하는 완벽한 짝 테이트. 그저 순리대로 흘러갈 것 같던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급류를 만나고, 상상도 못 할 반전으로 끝을 맺는다.
 
  체이스 앤드루스 살인사건과 카야의 성장담을 한 줄기로 엮어낸 이야기에 카야와 테이트의 로맨스와 야생을 바라보는 작가의 통찰을 심어두어 읽는 재미를 더했다. 아울러 카야의 체포와 구금, 숨 가쁘게 진행되는 재판 과정은 독자의 몰입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인물들, 촘촘하게 짜인 이야기, 습지에 대한 탁월한 묘사,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흡입력은 두 말할 것 없이 이 책 최고의 장점이다. 무엇보다도 묘사에 기품을 더하는 시적인 문체가 일품인데, 절로 밑줄 긋고 싶어지는 문장들이 책장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아울러 여성의 독립, 계급과 인종, 자연과 인간의 관계, 진화적으로 바라본 인간의 본성, 과학과 시 등 예리하게 던지는 시의적절한 화두들은 이 이야기의 매력이 단순히 재미에 머물지 않음을 증명해 보인다. 이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 가령 죽어 마땅한 배신자에 대한 심판, 살아남기 위해 수컷을 희생시키는 암컷, 부모-자식 간의 책임,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왜곡된 시선 등을 곱씹게 만들며, ‘윤리’와 ‘본능’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처럼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읽는 이에게 재미를 넘어 인간 존재를 ‘성찰’할 여지마저도 남겨둔다.

 

 

  ■[특별 기고] 델리아 오언스 “사랑은 삶을 지속하기 위한 전제 조건”

    『가재가 노래하는 곳』 작가 인터뷰
  

  제 소설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이며, 인생의 어두운 시기를 헤쳐나가도록 기운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카야의 이야기는 우리가 진정 누구인가를 알려주고, 우리가 꿋꿋이 살아나갈 수 있다는 점을 깨우쳐줍니다. (2019. 07. 12)

 

  글 | 백수진(조선일보 기자)

  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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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아 오언스 ⓒ Dawn Marie Tucker


 

  글을 읽고 글쓴이를 가늠하기란 위태로운 일이다.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작가가 일흔 살의 여성 생태학자라는 사실도 어떤 독자들에게는 놀라운 일일 것이다. 애인을 향한 갈망, 뼈에 스미는 고독, 채워지지 않는 청춘의 격정과 배신당한 자의 복수심……. 이 소설에는 사회에서 배척당한 젊은 여성의 감정이 마치 직접 겪은 것처럼 생생히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년에 이런 소설을 쓴 작가 델리아 오언스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궁금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인간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깊숙한 아프리카 오지에서, 델리아 오언스는 23년 동안 야생을 연구하며 살았다. 연구 파트너를 제하면 말동무도 하나 없는 땅. 자연에서의 삶은 그녀에게 남다른 통찰력을 주었고, 고독 끝에 길어 올린 문장들은 『가재가 노래하는 곳』  이 되었다. 이 소설은 오언스의 데뷔작임에도 현재 아마존에서 28주째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사랑과 자존을 이야기하는 묵직한 소설이, 과연 어떤 탄생 과정을 거쳤기에 21세기의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일까?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조선일보가 진행한 인터뷰 전문을 옮긴다.

 

                                                       

  *이 소설은 주인공 카야가 생존하고자 분투하는 과정을 통해 자존과 자립을 다룹니다. 작가님은 왜 이 주제를 중요하게 여기시나요?

 

  오늘날, 우리 대부분은 기본적인 생존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며 살고 있습니다. 운 좋게도 말이죠. 그럼에도 삶은 어느 순간 매우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그렇죠. 저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의 두 번째 장을 “늪(The Swamp)”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늪은 살기 어려울 수 있는 어두운 곳이고, 저는 우리 대부분이 한 번 이상은 그런 “늪”을 맞닥뜨리게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처럼 삶이 던져놓는 시련을 통과하고자 미리 준비하고 강해져야만 합니다.

 

  소설 주인공 카야는, 우리 모두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능력 있고 강하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우리는 대개 인생의 고난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늪을 벗어나 빛으로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카야는 수차례 버림받고 상처 입었는데도 다시 사랑하기를 택합니다. 작가님은 사랑이 삶의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랑은 삶을 지속하기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이 소설은 생물학에 기초해 있는데, 생물학이란 오늘날 우리의 행동과 감정이 얼마나 많이 고대의 유전자에 기초해 있는지를 알려주는 학문입니다. 인간은 타인에게 끌리고 애착을 갖는데, 이것은 고대로부터 지속되어온 유전적 특질입니다. 예컨대, 모든 영장류가(두 종을 제외하면) 밀접하게 무리를 짓고 살 듯, 인간도 무리지어 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간이 사바나 야생에 살던 시절을 보면, 무리를 짓는 특징이 인간의 생존을 보장해주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감정(사랑), 여자 친구나 가족 혹은 그 어떤 타인과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노력은, 잘 살아가기 위해서 여전히 중요합니다. 아이나 어른 상관없이 그렇습니다. 물론, 다른 인간에게 육체적으로 매혹되거나 사랑을 느끼는 것 역시 삶을 지속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왜 이야기의 배경을 해안 습지로 정하셨나요? 노스캐롤라이나의 자연 습지와 그 지역 사람들의 역사를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애쓰셨던 일이 있나요?

 

  노스캐롤라이나의 습지를 배경으로 고른 데에는 실용적인 이유와 시적인 이유가 둘 다 있습니다. 실용적인 이유로는, 어린 소녀가 거의 혼자 살아나가는 이야기가 개연성이 있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해안 습지는 기후가 온화해 작물이 잘 자라고 굴이나 홍합 등을 캐기에 좋은 곳입니다. 그런 곳이라면 어린 소녀가 정말 생존할 수 있겠죠.

 

  시적인 이유로는, 그곳의 빛이 아름답고 물길이 반짝거리며 녹음이 수 마일이나 무성하게 자라 지평선까지 흐르기 때문입니다. 늪이 어둡고 불길한 것과는 달리 습지는 희망이 넘치고 기쁜 곳이지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어떻게 늪을 벗어나 습지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조지아에서 자라던 시절, 우리 가족은 노스캐롤라이나로 가족 여행을 떠나곤 했어요. 그래서 그 지역을 꽤 잘 압니다. 또, 식물군과 동물상을 관찰하고자 조사 여행을 몇 번 떠난 적도 있어요.

 

  *자연과 동물을 관찰할 때, 어떻게 영감을 받아 ‘모래는 진흙보다 비밀을 잘 감춘다.’ 같은 문장을 쓰시는 건가요?

 

  저는 23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야생을 연구했고, 여러 종류의 흙을 통해 동물을 추적해 나이를 파악하고 움직임을 녹화하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코끼리의 발자국 크기를 보면 코끼리의 나이를 알 수 있는데, 생애 전반에 걸쳐 몸집이 계속 커지기 때문이지요. 잠비아의 루앙과 계곡에서는 매년 강가를 따라 걸으며 코끼리의 발자국을 측정했습니다. 그 부근 코끼리들의 나이 분포를 알기 위해서였죠.

 

  코끼리나 그 외 동물의 발자국이 모래에 찍혀 있으면, 발자국의 디테일을 알아보기가 매우 힘듭니다. 모래는 유동적이고 모양을 잘 잡아주지 않기 때문이에요. 테두리가 흐릿한 거예요. 반면, 동물이 진흙에 발을 디디면, 그 자국은 매우 선명하게 남습니다. 모든 디테일이며 테두리가 다 노출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모래는 진흙보다 비밀을 잘 감춘다.’는 문장을 매우 쉽게 떠올렸죠.

 

  *작가님의 책은 분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이야기로 처음 구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러브 스토리나 미스테리 중에 어느 쪽으로 처음 구상하셨나요? 그리고 어떻게 해서 장르들을 이렇게 흥미롭게 뒤섞으실 수 있었나요?

 

  그 누구의 인생도 러브 스토리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성장 소설이기만 한 것도 아니며, 미스테리하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 사람의 삶에는 다양한 장르가 뒤섞여 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심도 있는 주제를 탐구하고 싶었고, 그러려면 삶의 다양한 측면을 소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연구원으로 수 년 동안 계셨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이 소설을 집필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었나요? 아프리카에서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23년 동안 사자나 하이에나, 코끼리 등을 매일 관찰하자, 인간과 동물이 얼마나 비슷하게 행동하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행동이 유전적으로 기초해 있음도 알게 되었지요. 예컨대, 인간은 영장류이기 때문에 무리지어 살곤 합니다.

 

  야생을 연구할 무렵엔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외진 곳들에 머물렀습니다. 그래서 야생과 정말 놀라운 교감을 23년 동안 매일 할 수 있었습니다. 7년이 넘도록, 그 아일랜드 정도로 넓은 곳에서, 저와 제 연구 파트너 마크 오언스가 그 지역의 유일한 인간들이었어요. 가끔 가다 돌아다니는 부시맨 말고는 말이죠. 그들조차도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습윤 계절에는 우리 캠프에 언제든 사자가 나타날 수 있었어요. 야외 주방을 다 뒤집어놓기도 했고, 나뭇가지에 걸어놓은 밀가루 가방을 훔쳐가기도 했죠. 어느 밤에는 제가 목욕하고 있는데 하이에나가 와서 그 물을 핥아 마시기도 했어요. 무선 송신기를 다느라 사자와 하이에나 혹은 코끼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할 일이 자주 있었는데, 가끔 사자나 450 파운드쯤 되는 아기 코끼리에게 쫓기는 날도 있었죠. 단 하루도 지루하게 지나가는 날이 없었답니다!

 

  *어떻게 처음 자연에 관심을 두게 되셨나요? 소설 주인공 카야처럼 어릴 때 야생 표본을 만들기도 하셨나요?

 

  저는 행운아였어요. 어머니가 숙녀이면서도 활동적인 분이셨으니 말입니다. 한번은 숲속으로 깊이 들어가 야생 사슴을 찾아보라고 격려하셨어요. 어떻게 하면 뱀을 밟지 않고 야생을 누빌 수 있는지 알려주시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애초에 뱀을 겁내지 않게 해주신 가르침이었어요.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 가재가 노래하는 곳으로 가거라.”

 

  그리고, 맞습니다. 저도 카야처럼 깃털과 조개껍질과 바위, 마른 꽃을 모으곤 했어요. 요즘도 모아요!

 

  *작가님의 첫 소설인데도 엄청난 히트를 쳤어요. 대중들이 왜 이 책에 감동받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제 소설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이며, 인생의 어두운 시기를 헤쳐나가도록 기운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카야의 이야기는 우리가 진정 누구인가를 알려주고, 우리가 꿋꿋이 살아나갈 수 있다는 점을 깨우쳐줍니다. 많은 독자가 저에게 연락을 취해 말해주었습니다. 자신이 더 강해질 수 있도록, 더 굳건해질 수 있도록, 어려운 시기에조차 재치를 잃지 않도록 카야가 영감을 주었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