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7.06 21:09
금동원 시인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지만 걷는 것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 집 근처나 멀지 않은 둘레길을 따라 타박타박 걸을 때의 상쾌하고 가벼운 기분은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 듯 육체의 활력은 곧 정신 활동에도 좋은 에너지를 전해준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인해 지친 심신을 걸으면서 다스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 사회학과 교수인 다비드 르 브르통은『걷기 예찬』이라는 책에서 ‘걷는다는 것은 침묵을 횡단하는 것이며, 주위에서 울려오는 소리들을 음미하고 즐기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걷는다는 것은 자연과의 교감이자 자기 자신과의 대화이다. 혼자 걸으며 느끼고 듣는 몸의 소리와 마음의 이야기를 사색하는 즐거움은 얼마나 귀한 시간인가.
젊은 시절에는 숨이 차오르는 운동을 즐기고 좀 더 과격하게 그리하여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야 삶의 활력과 생활의 리듬이 상쾌하게 회복되고 유지되었다. 젊음의 특권이자 넘치는 에너지가 아니었겠는가. 지금은 고요하고 여유로운 산책이 참 좋다. 천천히 땅을 밟고 내디딜 때 전해지는 발바닥의 감각과 유연한 탄력의 자유로움이 좋다. 주변의 자연스러운 풍경이 주는 평화로움도 좋다. 무심히 바라보는 멍한 시선으로 생각을 비우는 것도 좋다. 후각을 자극하는 기분 좋은 공기와 바람의 감각이 피부에 와닿는 촉감도 좋다. 모든 것이 가볍고 편안하다. 그 자체로서 즐겁다. 침묵으로 누리는 감사와 축복의 시간이다.
다비드 르 브르통은 또한 「침묵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여러 가지 소리들이 침묵의 한가운데로 흐르지만, 그 침묵의 배열과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다. 오히려 때로는 그 소리들이 침묵의 존재를 드러내 주고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어떤 장소의 청각적 질감에 주의를 기울이게 만든다. 침묵은 감각의 한 양식이며 개인을 사로잡는 어떤 감정이다’라고 말한다.
걷는다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의 다른 이름이다. 존재를 침묵으로 유인하고 침묵의 시간으로 이끈다. 침묵의 공간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되기도 하고 그것이 전해주는 진짜의 마음도 확인하게 된다. 낭만적 감상의 여운 속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의 시간을 되새김하기도 한다. 일상적 감정에 대한 많은 생각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흩어져 사라진다. 침묵 속에서 오롯하게 홀로 남은 자신만을 의지하며 걷노라면 희망찬 내일을 기대하며 환하게 웃을 수 있다. 어느새 안개가 걷힌 물가에 다다르듯 맑고 고요한 마음의 자리에 도달해있다. 침묵과 동행하며 걷는 시간은 귀하고 평화롭고 아름답다. 홀가분하게 마스크를 벗고 걸을 수 있는 날도 이제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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