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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카프카의 아포리즘

금동원(琴東媛) 2022. 4. 9. 14:59

 

《카프카의 아포리즘》

프란츠 카프카/ 편영수 역/ 문학과 지성사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세계를 들여다보다



현대인이 겪는 불안과 소외를 통찰하고 인간 운명의 부조리를 깊이 고민했던 작가 프란츠 카프카. 그의 작품은 사르트르와 카뮈, 쿤데라 등 많은 철학자와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신분석, 신학, 철학 등 다방면에서 끊임없이 연구되고 다양하게 해석되어왔다. 그리고 카프카의 난해하고 다의적인 문학 세계를 해명하는 실마리로 지목되어온 것이 다름 아닌 1,500통에 달하는 편지와 일기, 메모 등 긴 세월에 걸쳐 그가 써 내려간 방대한 기록물이다.

이 책 『카프카의 아포리즘』은 카프카의 일기, 메모장, 팔절판 노트, 편지와 산문 등에서 비유와 역설의 성격이 두드러지는 195개의 짧은 글을 발췌해 모은 것이다. 한국카프카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평생을 카프카 연구에 매진해온 편영수 전주대학교 명예교수가 카프카의 문장들을 선별하여 번역하고 배치했는데, 주로 독일 데테파우 출판사와 체하베크 출판사에서 ‘세계 지혜의 작은 도서관’ 시리즈로 출판된 『프란츠 카프카. 인생, 예술 그리고 신앙에 관한 성찰』이라는 책을 참고하여, ‘인생’과 ‘문학’이라는 두 가지 대주제로 나누어 연대순으로 묶어냈다.

이미 국내에도 카프카 전집이 완역되어 카프카의 세계 전반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지만, 분량이 워낙 방대하여 독자들이 접근하기에는 힘든 면이 없지 않았다. 이 책 『카프카의 아포리즘』은 편역자가 카프카의 생애 각각의 국면에서 품었던 고민과 성찰의 흔적이 묻어나는 문장들을 세심하게 가려 뽑은 것으로서, 수수께끼 같은 카프카 세계를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낯설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글쓰기에 대한 고뇌, 결혼과 가족에 대한 고민과 같은 카프카의 일상적 삶에서 진실에 대한 추구, 종교에 대한 깊은 숙고에 이르기까지, 카프카의 세계관 및 핵심 사상을 압축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목차

 

인생에 대하여

1. 인간과 인생
2. 결혼과 성
3. 가족과 교육
4. 유대적 요소
5. 신과 신앙

문학에 대하여

1. 진실과 허위
2. 역설적 인식
3. 작가로서의 자기이해
4. 작가와 글쓰기
5. 문학과 예술

엮고 옮긴이의 글 | 카프카의 역설

 

○저자

 

1883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보헤미아(현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나 독일어를 쓰는 유대인 사회에서 성장했다. 1901년 프라하 대학에 입학해 독문학과 법학을 공부했으며, 1906년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어릴 때부터 작가를 꿈꿔 1904년 「어느 투쟁의 기록」, 1906년 「시골의 결혼 준비」를 집필했고, 1908년 노동자상해보험공사에 취직한 이후로도 14년 동안 직장생활과 글쓰기 작업을 병행했다. 「선고」 「변신」 「유형지에서」 등의 단편과 『실종자』 『소송』 『성』 등의 미완성 장편, 작품집 『관찰』 『시골 의사』 『단식 광대』 등 많은 작품을 썼고 일기와 편지 등도 방대한 양을 남겼다. 인간 운명의 부조리성과 인간 존재의 근원적 불안에 대한 통찰을 그려내, 사르트르와 카뮈에 의해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았다. 1917년 폐결핵 진단을 받아 여러 요양원을 전전한 끝에 병이 악화되어 1924년 빈 근교의 한 요양원에서 사망했다.

 

○역자

서울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카프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LG연암문화재단 해외연구교수로 선발돼 독일 루트비히스부르크 대학에서 수학했다. 한국카프카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주대 명예교수이다. 그는 카프카의 인간성에 매료된 사람, 카프카의 독특한 생각의 깊이에 빠져있는 사람, 카프카의 문학적 표현 기술에 경탄하는 사람이며, 카프카의 작품 세계를 탐색하고 전달하려는 사람들에게, 카프카와 카프카의 작품 세계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다. 『나의 카프카』로 제18회 한독문학 번역상을 수상했다.

2018년에 막스 브로트의 『나의 카프카』로 제18회 ‘한독문학 번역상’을 받았다. 네이버 ‘열린 연단’에서 「카프카와 현대인의 초상」(2017)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책 속으로

 

우리는 눈 속에 파묻힌 나무와 같다. 겉보기에 나무들은 불안하게 서 있어 작은 충격에도 옆으로 쓰러질 것 같다. 아니, 그럴 수는 없다. 나무들은 땅에 단단하게 뿌리박혀 있기 때문에. 그런데 사실, 그조차도 단지 겉보기에 그럴 뿐이다.

---「〈나무들〉, 1912년」중에서

 

세상의 때 묻은 눈으로 보면, 우리는 긴 터널 속에서, 그것도 입구의 빛이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출구의 빛도 아주 희미해서 시선이 끊임없이 빛을 찾지만 입구도 출구도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빛이 사라져버린 지점에서 사고를 당한 열차 승객들과 같은 입장에 처해 있다. 그런데 감각의 혼란 때문인지 아니면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진 탓인지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은 온통 괴물뿐이고, 개인의 기분과 부상 정도에 따라 무아경에 빠지게 하거나 피로하게 하는 만화경 놀이뿐이다.

---「팔절판 노트, 1917년 10월 20일」중에서

 

현재를 벌써부터 미래의 전쟁터로 만든다면, 어떻게 파헤쳐진 땅 위에 미래의 집을 짓겠습니까?

---「밀레나에게 보낸 편지, 1920년 7월 8일」중에서

 

다른 모든 죄가 파생되는 인간의 두 가지 중요한 죄가 있다. 그것은 조급함과 게으름이다. 조급함 때문에 인간은 낙원에서 추방됐고, 게으름 때문에 낙원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러나 중요한 죄가 단 하나라면, 그것은 아마 조급함일 것이다. 조급함 때문에 그들은 추방됐고, 조급함 때문에 돌아가지 못한다.

---「팔절판 노트, 1917년 10월 20일」중에서

 

오직 두 가지만 존재한다. 진실과 허위. 진실은 나뉠 수 없다. 따라서 진실은 스스로 인식될 수 없다. 진실을 인식하려는 자는 허위임에 틀림없다.

---「팔절판 노트, 1918년 1월 14일」중에서

 

진실의 길은 공중 높이 매달려 있는 밧줄이 아니라, 땅바닥 바로 위에 낮게 매달린 밧줄 위에 있다. 그것은 걸어가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걸려 넘어지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팔절판 노트, 1918년 봄」중에서

 

누구도 깊은 지옥에 빠져 있는 사람들처럼 순수하게 노래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천사들의 노래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그들의 노래입니다.

---「밀레나에게 보낸 편지, 1920년 8월 26일」중에서

 

 

 
○출판사 리뷰
 

카프카식 아포리즘 글쓰기

 

카프카에게 글쓰기는 자아실현을 위한 길이자 살아보지 못한 삶의 대용물이었다. 특히 폐결핵의 발병과 진단으로 생사의 기로에 선 카프카에게 아포리즘은 비유적 글쓰기를 자유롭게 펼치게 해주는 표현 수단이 었고, 진실, 신앙, 죽음, 구원 등 인간 실존의 근본 문제들을 탐구하는 방편이었다. 아포리즘이 간결함을 통 해 형식적 완결성이라는 이상의 실현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또 독자에게 자발적인 사상적 논쟁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카프카는 아포리즘 형식을 선호했다. 그는 희망과 절망, 진실과 허위, 자유와 속박, 존재와 비존재, 신앙과 회의, 생과 사 등 수많은 대립의 끝없는 긴장 속에 놓인 인간 존재를 역설적으로 형태화한다.

 

“찾는 자는 찾지 못하나, 찾지 않는 자는 찾는다” “새장이 새를 찾으러 나섰다”와 같이 카프카의 역설은 주 로 ‘전복’과 ‘전향’을 무한 반복함으로써 모순을 드러내 의미의 확정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카프카는 전통적 역설인 ‘전복’과 통속적인 사고로부터의 이탈을 뜻하는 ‘전향’을 결합한 ‘미끄러지는 역설’이라는 사고의 법칙을 사용해서 이미 확립된 개념들을 끊임없이 유동적으로 만들고, 독자를 논리 정연한 사고 습관에서 벗어나게 한다. 이로써 독자는 카프카의 작품 앞에서 혼란을 겪고 감각이 예민해진다.

 

카프카가 ‘아포리즘’을 통해 독자에게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세계에 대한 상투적이며 고정된 해석을 깨는 즐거움을, 그로부터 벗어난 해방감을 만끽하라는 것이다. 카프카는 독자에게 소외 의식을 불러일으킴으로써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일깨운다. 카프카에게 글쓰기가 감시하고 처벌하는 권력의 담론에 저항하는 무기였다면, 독자에게 그 무기는 바로 카프카의 텍스트를 읽는 행위일 것이다. “많은 책은 자신의 성 안에 있는 낯선 방들을 여는 열쇠 같은 역할을 한다네”(「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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