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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고립의 시대

금동원(琴東媛) 2022. 4. 18. 21:55

 

《고립의 시대》- 초연결 세계에 격리된 우리들

-노리나 허츠 저/홍정인 역 | 웅진지식하우스 |

 

 

○책 속으로

 

세계화, 도시화, 불평등 심화, 권력 비대칭에 의해, 인구구조의 변화, 이동성 증가, 기술 발달로 인한 혼란, 긴축정책에 의해 그리고 이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불러일으킨 변화에 의해 외로움은 그 형태가 달라졌다. (중략) 우리시대 외로움의 징후는 우리가 정치인과 정치로부터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 우리의 일과 일터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느낌, 사회의 소득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느낌, 스스로가 힘이 없고 무시당하는 존재라는 느낌까지 아우른다. 내가 정의하는 외로움은 단순히 남과 가까워지고 싶은 소망 이상을 의미한다.

---「1장 〈지금은 외로운 세기다〉」중에서

 

나는 브리트니에게 지금까지 그녀를 고용한 다른 사람들, 그러니까 나같이 돈으로 우정을 산 사람들에 관해 묻는다. “서른에서 마흔 살 정도의 외로운 전문직 종사자. 장시간 업무 때문에 친구를 많이 사귈 시간이 없는 사람들.” 브리트니가 대답한다. 휴대전화 화면을 몇 차례 두드리면 손쉽게 치즈버거를 주문하듯 우정을 주문할 수 있다는 것, 외로움을 타는 사람을 지원하기 위해(때로 이용하기 위해) 내가 ‘외로움 경제’라고 부르는 것이 나타났다는 사실은 우리 시대의 징후다.

---「1장 〈지금은 외로운 세기다〉」중에서

 

진화는 우리가 생존에 근본적으로 방해되는 상태에서 벗어나게 할 유인책으로서 우리 몸에 특정한 생물학적 반응을 심어주었다. 우리는 혼자 있을 때 경계심이 높아지고 생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불쾌감을 느낀다. 이 생물학적 반응은 우리에게 그 상태를 최대한 빨리 종결지으려는 동기로 작용한다. 우리가 외로움을 느끼는 능력, 그러니까 타인에게 거리감을 느낄 때 겪는 고통과 불안은 탁월한 진화적 특성이다. “외로움이라는 촉발기제를 꺼버릴 수는 없습니다.” 외로움 연구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시카고대 존 카치오포John Cacioppo 교수는 말했다. “그건 마치 허기를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먹으라는 신호가 없는 것이죠.”

---「2장 〈죽음에 이르는 병, 외로움〉」중에서

 

이러한 추세는 한참 전에 시작되었지만, 지금의 전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가 이를 더욱 악화시킬 위험이 크다. 경제적 위기는 정치 지도자에 대한 깊은 환멸을 낳기 때문이다. (중략) 이 문제는 우리 모두의 관심을 요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최근 목격했듯이 이러한 환경은 극단주의 정치인, 즉 포퓰리스트가 악용하기 좋은 토양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귀는 사람들의 반감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호시탐탐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기회를 노린다.

---「3장 〈그들은 왜 히틀러와 트럼프를 지지했는가〉」중에서

 

다른 생쥐가 ‘거슬려서’ 공격적으로 행동한 우리 안의 외로운 생쥐를 다시 떠올려보자. 우리가 이웃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지 못할 때 환경이 얼마나 적대적이고 위협적으로 느껴지는지 생각해보자. 비접촉 시대의 위험성은 우리가 서로에 관해 잘 알지 못하게 되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식이 좀처럼 들지 않게 되고, 서로의 필요와 욕구에 무관심해진다는 점에 있다.

---「5장 〈도시는 어떻게 그들을 배제하는가〉」중에서

 

페이스북 삭제는 심리치료를 받는 것과 최고 40%까지 동일한 효과가 있었다. 사실 소셜 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력은 이보다 훨씬 더 심층적이다. 소셜 미디어는 고립된 디지털 고치 속으로 우리를 몰아넣어 풍부한 직접 상호작용의 기회를 차단해버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소셜 미디어는 세계를 더 적대적으로, 덜 공감적으로, 덜 친절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중략)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깔린 도덕 원칙은 분열을 조장하고 분노에 찬 메시지를 퍼 나르는 행동에 보상을 주는 동시에 혐오 공동체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6장 〈스마트폰에 봉쇄된 사람들〉」중에서

 

알렉사에게 언어폭력을 가하는 것은 고장 난 자동차에 욕을 퍼붓는 것과 다르지 않고, 페퍼를 발로 차는 것은 문짝에 발길질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인간적 특징을 부여한 사물을 함부로 대할 때 그런 행동이 괜찮은 것이 되고 급기야는 우리가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도 서서히 스며들 위험이 있다. 섹스 로봇을 때리는 남자는 자신의 데이트 상대에게 폭력적이 될 것이다. 가상 비서에게 공격적으로 또는 무례하게 말하고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데 익숙해진 아이들은 교사나 점원, 서로에게 똑같이 굴기 시작할 것이다.

---「7장 〈알렉사와 섹스 로봇만이 웃게 한다〉」중에서

 

하지만 상업화된 공동체가 소속감을 어떤 방식으로 느끼게 해주든 여기에는 여전히 포용의 문제가 남는다. 입장료가 저렴한 한국의 콜라텍, 연금 생활자와 미취업자에게 수업료를 할인해주는 요가원, 보조금을 받는 독서회는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예외적인 사례다. 상업화된 공동체에 관해서라면 대개의 경우 충분한 비용을 내지 않으면 초대받지 못한다.

---「10장 〈외로움 경제, 접촉하고 연결하라〉」중에서

 

 

○출판사 리뷰

 

저자는 한 아이비리그 대학의 총장과의 대화에서 최근 대학에서 ‘표정 읽는 방법’이라는 보충수업이 개설되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표정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제일 기본적으로 얻는 비언어 정보인데, 대학 입학생들 대부분이 본능과도 같은 능력에서 현저한 저하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소통 능력의 저하와 스크린 사용의 연관성은 2010년 브리스톨대에서 수행된 PEACH 프로젝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험에 따르면 매일 두 시간 이상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같은 스크린을 보며 시간을 보낸 아이는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과잉 행동을 보이거나 분노 같은 강한 부정적 감정을 조절하는 데 문제를 겪고 있었다.

 

사회적 교류를 통해 자기 정체성과 목소리와 도덕적 행위 능력을 형성해가는 시기에 소셜 미디어의 파급력은 더욱 심화된다. “군중 앞에서 이뤄지는 보여주기식 얕은 대화는 대화 능력을 퇴화시킬 뿐 아니라, 소셜 미디어는 우리를 ‘좋아요’, ‘팔로’ 등 온라인에서의 사회적 인정을 맹렬히 좇는 불안한 장사꾼으로 만든다.” 날로 심각해지는 사이버 괴롭힘과 악플로 인한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2년간의 등교 공백 속에 틱톡이나 유튜브과 같은 숏폼 온라인 플랫폼에 몰두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섬뜩한 진단이다.

 

4. “무엇이 긱 노동자를 ‘별점 평가’에 목매게 하는가”

자동화와 첨단 비대면 기술 속 심화되는 ‘감시 자본주의’의 민낯

 

코로나19 사태 속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영업제한으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 생계를 잃을 수 있다는 절망에 빠진 이들을 더욱 괴롭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한 번도 본적 없는 얼굴의 손님이 플랫폼에 남긴 ‘별점 평가’였다. 팬데믹 이후 3배 높아진 배달 앱의 사용량만큼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별점 평가의 늪에 빠져 생계 자체에 위협을 느꼈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는 사회학자 쇼샤나 주보프가 말한 ‘감시 자본주의의 시대’에 산다.(8장)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고용주, 그리고 AI와 빅 데이터와 첨단 기기를 동원해 사생활을 침해하고, 승진이나 해고 같은 직장 경력의 중요한 행로를 결정하는 시대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물류 직원들이 화장실을 가고 가려운 데를 잠시 긁는 정도의 모든 움직임까지 모니터링하는 팔목밴드를 개발했다. 작업 속도가 떨어지면 그들의 모니터와 밴드에서 “속도를 높여달라”는 요구가 흘러나온다. 2017년 미국 위스콘신주의 기술기업 스리 스퀘어 마켓(Three Square Market)은 50명이 넘는 직원의 손에 마이크로칩을 삽입했다.

 

감시 자본주의 시대의 노동자들은 서로가 서로를 별점으로 평가하도록 강요받는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직원들은 닷츠(Dots)라는 앱을 통해 서로를 실시간으로 평가한다. 긱 이코노미 환경에서는 평점이 매겨지는 것에 동의하는 것이 아예 ‘고용’ 조건이다. 긱 노동자들은 늘 감시받고 로그 정보가 수집되고 디지털 채찍을 맞으며 외로운 노동의 극한까지 내몰린다. 전 세계적으로 6,000만 명에 이르는 노동자가 긱 이코노미에 속한 것으로 추산되며 2027년에는 세 명 중 한 명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긱 노동으로 생업을 삼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긱 노동자들의 생계가 개인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그리고 때로 인종적 젠더적 편견이 실린 불투명한 평가체계에 휘둘린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지난 몇 십 년간 벌어진 제조업 분야의 자동화 물결 역시 노동자를 소외시키고 고립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미국에서는 2000년 이래 자동화로 사라진 제조업 일자리가 500만 개가 넘고 로봇 한 대가 평균 3.3명의 인간 노동자를 대체했다. 일부 중국 공장에서는 노동자의 최대 40%가 로봇으로 대체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자동화 노출’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주민이 국수주의적이거나 극우 성향을 띠는 정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컸다는 것이다. 값싸고 질 좋은 상품과 비용 절감이라는 자동화가 가져다준 이점을 고려하더라도, 자동화로 인해 많은 권리를 박탈당하고 사회 체제로부터 소외당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지는 분명하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의 이념적 토대 하에 노동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들은 일과 공동체의 연결고리를 퇴색시키고 사회안전망을 무너뜨리는 악순환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5. “코로나19가 폭발시킨 외로움 경제, 당신의 고립감은 돈벌이가 된다”

배제와 소외, 고립의 진원지로서의 도시를 넘어, 새로운 공동체를 상상하다

 

도시의 빠른 속도와 군중 속의 고독은 우리를 단지 비사회적으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반사회적으로도 만든다. 노숙자를 몰아내는 ‘불편한 벤치’(캠든 벤치)나 소외계층의 출입문을 분리한 주거단지, 각종 상점의 비대면 설비 등 우리의 도시는 그 자체로 배제의 원리를 내재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는 느리지만 꾸준했던 이러한 경향을 뚜렷하고 가파른 상승세로 바꾸어놓았다. 잦은 봉쇄 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비대면 시스템을 공고화했으며 하룻밤 사이 많은 방면에서 비접촉은 우리에게 유일한 선택지가 되었다.

 

저자는 일상적인 소통과 교환에서 인간을 쫓아내면 쫓아낼수록 우리는 필연적으로 더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일상적으로 상점에서 점원과 나누는 형식적인 담소나 체육 시설에서의 짧은 스침과 같은 ‘미세 상호작용(micro-interactions)’만으로도 우리는 더 높은 수준의 행복감과 연결감을 느끼게 된다. 반대로 비대면이 제도화될수록 미세 상호작용은 줄어들고 고립감과 단절감은 필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공동체 의식을 경험하기는 갈수록 힘들어지지만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갈망을 채우려는 욕구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기업들이 이러한 틈을 파고들어 주도하는 ‘외로움 경제(Loneliness Economy)’가 폭발할 것이다. 에밀 뒤르켐이 ‘집단 열광(collective effervescence,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를 직접 같이하며 느끼는 극도의 흥분 상태)’이라고 부른 것에 대한 사람들의 사그라지지 않는 욕구를 만족시키고자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혁신적인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다.(10장) 치즈버거를 주문하듯 앱을 통해 우정을 주문하고, 아이폰 매장을 ‘타운 스퀘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상품이 진열된 복도를 ‘거리’, 전시 공간을 ‘광장’, 기술 안내대를 ‘숲’이라고 부르며 어휘상 탈취로 실제 시민 공간을 빙자한다.

 

플랫폼기업이 표방하는 ‘공유경제’ 역시 진정한 공유의 정신과는 거리가 먼 유행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저자는 기업에 의해 상품화된 공동체가 과연 ‘진정한’ 더불어 살기를 경험시켜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던진다.

 

진화적 차원에서 신체적 접촉이나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우리의 원초적 욕구는 너무나 강렬하다. 21세기 외로움의 물길을 바꾸고 시민들의 공동체 의식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우리 사이에 생긴 분열을 메우려면, 우리는 지금 ‘외로운 세기’의 현실을 세밀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이 도움과 보살핌을 주고받는 능력을 갖추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돌봄과 친절과 온정 같은 덕목이 우리 시대의 새로운 작동방식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구조적인 해결책을 찾고 공동의 노력을 시작하게 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작가 소개
 

노리나 허츠 (Noreena Hertz )

 

영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이자 글로벌 베스트셀러 저자. 19살의 나이에 런던대학교를 졸업하여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MBA를,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다위센베르흐 금융전문대학원과 로테르담 경영대학원에서 글로벌 전략 부문의 교수와 케임브리지대학교 국제 비즈니스경영센터에서 부소장을 역임하였고, 2014년부터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세계번영연구소의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워너뮤직그룹의 이사이기도 하다. 러시아, 이스라엘, 이집트, 팔레스타인 정부의 경제 자문으로 활동한 허츠는 외교적 협상과 지정학적 문제에 관한 중대한 결정에서 전 세계 리더들이 가장 신뢰하는 자문위원으로 손꼽힌다.

“세계를 이끄는 가장 위대한 지성 중 한 명”- [옵저버], “영국 최고의 지식인” -[가디언] 이 그녀의 이름에 뒤따르는 찬사다. 뛰어난 언변과 스타성을 지닌 연사이자 언론인으로 TED,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등에서 기조 연설자로 참여하였고 그의 기고문은[뉴욕타임스], [가디언], [워싱턴 포스트], [파이낸셜 타임스]등에 실린다. 저서로는 세계 20개국에서 출간된 베스트셀러 『소리 없는 정복The Silent Takeover』과 『누가 내 생각을 움직이는가Eyes Wide Open』, 『부채 위협The Debt Threat』이 있다. 2021년 출간된 『고립의 시대The Lonely Century』는 21세기에 만연한 외로움과 그 사회경제적 비용을 밀도 있게 분석한 책으로, 영국에서 출간 즉시 주요 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16개국에 계약되었다.

 

○역자
 

홍정인은연세대학교 심리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번역학과를 졸업하고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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