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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영화 이야기

세라핀 Seraphine, 2008

금동원(琴東媛) 2022. 8. 7. 13:27

 

세라핀 Seraphine, Séraphine, 2008

-감독: 마르탱 프로보스트  출연:욜랭드 모로, 울리히 터커, 앤 베넨트, 제네비에브 음니히

 

세상은 외면했지만 신이 사랑한 천재, 그녀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축복

그리고 그녀를 알아봐 준 단 한 사람!


파리의 북동쪽의 작은 마을 <상리스>,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세라핀”.
그녀는 땔감이나 집세 낼 돈마저도 모두 털어 그림 재료를 사들이고 들꽃이나 풀, 심지어는 교회의 촛농까지도 훔쳐다가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 그림을 그린다. “세라핀”은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비웃고 조롱할 뿐이다. 예술가로서의 성공도, 돈이나 명예를 위해서도 아닌 자신의 본능에 따라 그림에 몰두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그녀에게 운명처럼 한 사람이 찾아온다.
1912년, “빌헬름 우데“는 휴식을 취하면서 글을 쓸 요량으로 상리스에 작은 방을 빌려 이사를 온다. 그는“피카소”의 그림을 처음 구입하고 “루소”의 첫 개인전을 준비할 만큼 심미안을 가진 독일인 미술 평론가이자 화상이다. 그가 이사 온 아파트에는 “세라핀”이라는 중년 여인이 하녀 일을 하고 있었는데, 집주인은 “세라핀”에게 그의 시중을 들게 한다.
어느 날 저녁, 주인이 베푼 만찬에 참석한 “빌헬름”은 우연히 그림 하나를 발견하고 누가 그린 그림인지 묻는다. 집주인은 질문에 “세라핀”이라고 경멸조로 답하지만 그는 단번에 “세라핀”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본다. 그가 “세라핀”을 찾아가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의 우정도 사랑도 아닌 기묘한 관계가 이어지고,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은 “빌헬름”의 재정적 후원에 힘입어 빛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천재성은 점차 광기로 변해 가는데...

 

 

 

 

 

 

 

 

 

[유지나의 필름 포커스] '세라핀'

입력 : 2009-06-05 20:24:42 수정 : 2009-06-05 20:24:42

 

무학의 하녀에서 화가로…숭고한 예술적 삶 조명

 

 

우리는 왜 삶을 유지할까? 고달픈 인생산책을 어떻게 수행해내야 좋을까? 이 시기 절박하게 마음을 두드리는 질문들이다. 그런 점에서 고단한 삶의 비루함을 절박하고도 신묘하게 풀어낸 ‘세라핀’은 영감과 위안을 주는 작품이다.

실화에 기초한 이 영화는 그림공부는 물론 학력조차 전무한 세라핀이란 여성이 타고난 기질대로 그림을 그려 일가를 이룬 신비한 예술적 삶에 대한 숭고한 기록이다.

1910년대, 프랑스 작은 마을 상리스에서 하녀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세라핀(욜랭드 모로)의 삶의 핵심은 그림그리기이다. 그녀는 빵보다 그림재료를 사는 데 힘겨운 노동으로 번 돈을 다 쓰며 누추한 작은 공간에서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린다. 살코기의 피와 성당 촛농, 모래와 흙을 이용해 물감을 만들어, 손으로 색깔을 발라 넣은 그녀의 그림들, 동물처럼 육감적으로 움직이는 나뭇잎과 과일, 꽃들…. 그것들은 자연이 피워낸 화려한 장식적 미학으로 화폭을 불타오르게 만든다. 광포한 아름다움의 찬란함이 고흐를 연상시키는 세라핀의 그림은 제도화되지 않은 자연미와 본능적 꿈틀거림의 발현이다. 이런 신비한 그림의 생성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보기는 매혹적이다.

하녀 주제에 그림을 그린다며 그녀를 비웃는 부르주아 속물들, 속칭 예술애호가를 자처하는 사모님들의 비루한 평가를 젖히고 세라핀의 재능을 발굴하고 지원해준 미술평론가 빌헬름(울리히 터커)과의 관계가 깊이있게 펼쳐진다. 자신을 깊이 알아봐주는 인간 한 명만 있어도 삶은 살아낼 만할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종교적 열정이 에로스 억압으로 작동하여 광기 속에 자기 파멸담을 써나가는 세라핀의 말년은 카미유 클로델을 연상시키며 심장을 옥죈다.

고된 하녀일 속에서도 동산에 올라 자연 속에서 바람과 풀과 대지의 향기를 고요히 음미하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를 숙연한 자연미학 속으로 초대한다. 어떤 고달픈 상황에서도 우리는 자신을 호모루덴스, 즉 ‘놀이하는 인간’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위대한 깨우침이다.

세라핀에게 접신한 듯 거친 모습 속에서 장엄한 예술가의 모습을 구현해내는 욜랭드 모로의 외모와 제스처, 내면 표정이 화면을 압도한다. 영성까지도 이미지로 포착하는 마르탱 프로보스트 감독의 명민하고 깊은 시선에 경탄을 보낼 만하다.

하나의 팁. 이 영화는 프랑스의 아카데미 격인 ‘세자르영화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하여 7개 부문을 수상했고, 카이로영화제 등 유수한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이런 영화야말로 비루한 행상판이 된 영화세상의 방부제이다. 꼭 보시라고 권해 드린다.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