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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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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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榧子林)*에서/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22. 12. 15. 20:32

 

비자림(榧子林)*에서

 

금동원

 

마음은 평온의 날개를 달고

고요하고 신비한 시간을 걷는다

천년의 무게로 내려앉는 햇살은

빛이 드리운 그림자의 걸음으로 그늘이 된다

 

나뭇가지에 앉은 지빠귀 한 마리

가만히 귀 기울이면 투명한 소리의 열락

깨끗하고 예민한 노래는

절대 청감을 지닌 우주 새 같다

 

송이 화산석을 뽀드득 밟고 걷노라면

우주적 교감으로 뺨에 닿는 손길

부드럽게 스쳐 가는 바람의 온기에

휙 뒤돌아보면 깃털처럼 벌써 사라지고 없다

 

*비자림: 천년의 세월이 녹아든 제주 구좌읍 평대리에 있는 비자림은 500~800년생 비자나무들이 자생하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장소다.

 

 

- 《하나의 숲, 네 그루의 나무》,(2022 한국여성문학인회 대표선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