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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

금동원(琴東媛) 2022. 12. 20. 19:55
곶자왈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2.20 19:00
 
 
금동원 시인
 
 

싸하게 맑은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가슴 깊숙이 들이마신 상록수림 특유의 싱그럽고 깨끗한 숲의 향기에 마음은 편안하고 차분해진다. 숨 쉬는 자연이 주는 명상의 시간이다. 온갖 잡념도 세상 속의 시끄러움도 모두 사라진 평화롭고 경건한 고요가 내딛는 발걸음 속에 스민다. 

평소 자주 찾는 애월지역의 곶자왈 ‘금산공원’을 다녀왔다. 코스가 짧은 편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자연 그대로를 감상할 수 있다. 걷다 보면 마을의 풍요와 무사 안녕을 바라며 표제를 지내는 납읍리의 포제청(제주 무형문화재 6호)도 남아있다.

곶자왈은 제주도의 자랑이다. 숲을 뜻하는 ‘곶’과 가시덤불을 뜻하는 ‘자왈’을 합친 제주도 토속어다.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윗덩어리로 쪼개져 요철지형이 만들어지면서 나무, 덩굴식물 등이 뒤섞여 원시림의 숲을 이룬 곳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숲이 생겨났다. 땅이 척박하여 오랫동안 불모지로 농사도 짓지 못하는 버려진 땅으로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자연림 상태로 있었다. 최근에 와서 자연 생태적인 의미로의 가치와 생명의 숲으로 사랑받으며 본연의 모습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곶자왈처럼 함께 어우러지며 헌신하고 기다린 보람으로 코로나 19의 긴 시간 속에서 올해는 평범한 일상을 어느 정도는 되찾을 수 있었다. 여러 의미로 여전히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임인년의 끝자락에 새삼 겸허한 마음으로 한해를 갈무리한다. 더 나은 계묘년 새해를 꿈꾸며 환하게 웃는 여유와 희망을 품어 본다.  

 

여기서는 무엇이든 함께 할수록 좋아요/모든 것을 품고 어우르는 숲/나무와 덩굴도 서로를 보듬어 감싸야 해요/ 덩굴의 거칠고 질긴 성가심을 외면하면 나무는/ 쓰러지죠, 바람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이곳 땅속에는 서늘한 빈 공간이 많아요/온기와 냉기가 더불어 공존하는 숲/품었다 내뿜는 모든 숨결은 바람이 품고 있던 마음들/비와 눈, 습기와 뜨거움 모두를 담을 수 있는/사랑의 마음이라는 거지요

곶자왈은 모든 걸 다 보여주진 않아요/말하지 않고 감춰둔 어울림으로 만나는 숲/따로 또 함께 지혜와 향기로 하나 되는/깊은 삶의 풍경이 만들어놓은/살아있는 시의 숲이기도 하니까요 -금동원 ‘곶자왈’ 전문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사진출처:가즈아제주! - GAZUA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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