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준비를 하는데 어지럼증과 식은땀으로 온몸에 힘이 빠지며 혼절 직전의 이상증세가 일어났다. 당황스러웠지만 평소 저혈압으로 가끔 겪는 증세와 흡사하여 외출을 포기하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보통은 금방 괜찮아지는 편인데 그날은 이상하게 머리가 아프고 열도 계속 오르며 쉽게 회복이 되지 않았다, 설상가상 복통까지 와 화장실을 들락거리자 갑자기 온몸이 경직되면서 두려움과 공포가 몰려왔다. 뭐지? 코로나?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수많은 생각이 스쳐 갔다. 최근 며칠 동안 동선을 최소화했기에 접촉할 만한 대상도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증상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동안 얼마나 코로나에 대한 강박증과 공포 속에 살고 있었는지 새삼스럽게 실감이 났다.
코로나 확진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현 우세종인 오미크론 BA.5 바이러스로 바뀌는 동안 거의 삼여 년 용케도 잘 피해왔던 요행도 결국 끝이 났다. 지금까지 대략 이천만 명 정도의 국민이 감염되었다. 걱정과 두려움은 여전했으나, 펜데믹 초기의 막연한 공포로 인해 처절하게 피폐해졌던 사람들의 인식은 조금 여유로워졌다. 더욱이 2주간의 강제적 감금에 가까웠던 초기 격리에 비하면 일주일의 자발적 자가 격리, 그것도 자택에서의 격리이니 부담감도 줄고 마음도 편안했다. 그러나 심리적인 위안일 뿐 코로나 증상의 위세는 개인차를 고려해도 대단했다.
고립된 일주일 동안 고열과 근육통으로 시작한 초기 증상을 시작으로 인후통과 두통 발작, 발열과 오한을 교차하며 수많은 고통스러운 증상들이 거쳐 갔다. 몸은 정신력만으로 제어되지 않았다.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변화무쌍한 코로나 증상에 속수무책 몸을 내맡겨야 했다. 다양한 증상으로 인한 고통은 버티는 것도 참는 것도 아닌 그저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뿐. 무기력한 육체를 끌어안고 며칠을 보냈다. 증상들이 하나씩 사라지면서 언제 아팠냐는 듯이 몸이 회복되었다. 뭉근한 두통이 남아 있었지만, 일주일 만에 바이러스는 완전히 내 몸을 떠났다.
뜻하지 않은 코로나 확진과 일주일의 격리는 나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를 만들었다. 짧게 찾아든 아주 특별한 질병의 경험은 당연하게 여겼던 건강한 몸에 대한 감사와 관리의 중요성, 소소하고 지극히 당연한 것들에 대한 반성을 선물했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단편 ‘세 가지 질문’에 나오는 대목이다.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일까.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너의 곁에 있는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일은 함께 있는 그 사람에게 선(善)을 베풀고 사랑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바로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마음껏 사랑하고 좋아하는 지금의 일에 최선을 다 할 것, 자연스럽게 숨을 쉬고 산다는 것의 자유와 일상이 새삼 감사하고 고귀하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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