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 -그래픽 : Edward Hopper: The Story of His Life
-세르지오 로씨 글/ 죠반니 스카루두엘리 그림/이민 번역/ 이유출판사
◎출판사 리뷰
영화처럼 보는 호퍼의 생애
이 책은 그래픽 노블로서 그동안 출간된 호퍼 관련 도서와 몇 가지 다른 점을 보여준다. 먼저 형식의 측면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영화적 접근 방식으로, 텍스트보다 인상적인 이미지가 스토리의 흐름을 주도한다. 저자는 호퍼의 마지막 작품「두 코미디언」에서 영감을 얻어, 호퍼와 그의 아내가 대화를 나누며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서막을 연다. 두 사람이 손을 잡은 부분이 클로즈업된 첫 장면은 호퍼가 아내를 인생의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당연한 듯 보이는 이 장면에서 독자들이 호퍼 부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짐작하긴 어려울 것이다. 생의 끝자락에서 아내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은, 그동안의 우여곡절을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호퍼 자신이 말했듯이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그리는 건 어렵기’ 때문에, 한 인간의 모습도 보는 시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위대한 화가 호퍼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의 아내, 조세핀의 관점에서 예리한 앵글로 포착하는 저자의 시점은 신선하게 느껴진다.
침묵의 화가를 생각하며
내용의 측면을 살펴보자. 만화의 역사에 정통한 작가 세르지오 로씨는 호퍼의 생애를 네 개의 장으로 요약한다. 기승전결의 구성을 이루는 각 챕터는 호퍼가 겪은 생의 터닝포인트와 그에 따른 시대적 배경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전체 스토리는 무대 위에 대칭적으로 등장하는 두 인물에 의해 전개된다. 호퍼와 아내 조세핀이 그 주인공으로, 그동안 남편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가려져 있던 아내 역시 무대에 오른 것이다. 이야기의 한 축을 맡은 조세핀은 호퍼가 평생을 바쳐 구축한 예술혼을 일상적인 말투로 풀어내는 역할을 한다. 간결하지만 핵심을 꿰뚫는 대화가 핑퐁 게임처럼 펼쳐진다. 호퍼가 당대 미술계의 주류에서 벗어나 자신의 영역을 어떻게 구축했는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국의 미술’은 왜 존재하지 않는지 등등 묵직한 주제도 등장한다. 한 사람의 생을, 그것도 호퍼처럼 촘촘한 생애를 한 권의 그래픽 노블로 담아내는 건 쉽지 않기에 스토리는 중간중간 생략될 수밖에 없지만, 저자는 함축적인 대사와 시적 이미지를 제시하면서 이 단층을 메워 나간다.
호퍼 부부를 그리는 마음
그림 작가 조반니 스카르두엘리는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한 채, 호퍼의 전기를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심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호퍼 안에 내가 얼마나 들어 있을까? 거장의 스타일에 의존하다가 자신의 정체성을 잃게 되면 어떻게 할까? 고민 끝에 조반니는 호퍼의 세계로 직접 뛰어들기로 하고, 호퍼의 화면 구성과 색채 사용법을 반영하기 위해 그에게 익숙한 재료와 작업 도구를 바꾼다. 그리고 호퍼가 습작기에 그린 수채화를 레퍼런스로 삼고 붓 작업을 처음으로 시도한다. 이렇게 조반니는 호퍼의 스타일을 닮은 담백한 선과 색채 사용으로 위대한 화가의 일상적 모습을 되살려냈다. 스토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명의 화가와 지인들이 등장하는데, 작가는 이들의 초상과 더불어 이들이 남긴 대표작도 함께 그려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의 뒤표지에 있는 호퍼의 대표작 「밤을 새우는 사람들」을 패러디한 장면은 그림 작가의 역량을 여실히 보여준다. 원작에선 실내에서 관람자의 시선을 받던 인물들이, 이제는 밖에서 안쪽을 들여다보는 가운데 호퍼가 아내의 상반신 누드를 그리는 장면으로 바뀐 것이다. 여기서 시선의 흐름은 묘한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실내의 두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이때 주목하게 되는 것은 모두가 뒷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조세핀이 유일하게 우리와 얼굴을 마주한다는 점이다. 이는 포즈를 취하는 것 자체가 공부라고 했던 그녀의 언급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그림 속 인물을 통해 관람자와 심리적 긴장 관계를 조성하는 호퍼 특유의 스타일을 환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본문처럼 읽게 되는 역자주
옮긴이는 통상 그래픽 노블에 첨부되는 것보다 많은 역주를 달았다. 읽기에 방해가 될 수 있음에도 ‘길고 잦은’ 설명을 덧붙인 이유는, 저자가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건너뛸 수밖에 없었던 공백과 암시적인 이미지로 인해 독자들이 자칫 길을 잃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호퍼의 과묵함이다. ‘침묵의 화가’로 알려질 만큼 호퍼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고, 일상생활에서도 거의 말이 없었다고 한다. 그의 개인 생활은 주로 그의 아내가 남긴 일기를 통해서 사후에 외부로 알려졌는데, 두 사람은 외모뿐 아니라 성격도 대조적이었다. 조세핀이 생기있고 사교적이었다면, 호퍼는 수줍고 내성적이라 혼자 지내길 좋아했다는 것이다. 옮긴이는 이 같은 호퍼의 성정을 십분 이해하는 심정에서 기꺼이 그를 대변하고 싶었다. 독자들이 역주를 본문처럼 읽고 행간의 의미를 파악한다면, 한 권의 그래픽 노블 속에서 납작해진 호퍼의 생애가 조금이라도 더 펼쳐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글:세르지오 로씨(Sergio Rossi)는
이탈리아 페루쟈 출신으로 물리학을 전공했고, 볼로냐에 거주하며 출판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2009년부터 어린이 잡지 《Gbaby》에 만화 시리즈를 연재 중이고, 만화의 역사에 정통한 전문가로서 《중국의 연기Fumo di China》라는 비평지의 편집을 맡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소설 『한방에 이기다Scacco Matto』(Disney libri, 2005), 이탈리아 에로코믹 선집 『제길, 당신들을 사랑할거야Malette, vi amero』(Neri Pozza, 2007), 1970년대 이탈리아의 정치를 풍자한 만화 『상상력과 권력L’immaginazione e il potere』(Rizzoli,2009), 그래픽 노블 『뒤샹, 레디메이드 인생Duchamo, Una vita ready-made』(Centauria, 2020) 등을 썼다
◎그림:조반니 스카루두엘리(Giovanni Scarduelli)는
이탈리아 오스틸리아 출신으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디자이너이다. 그의 삶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돌아가서 틈날 때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노래한다. 그동안 다양한 책에 일러스트 작업을 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해적의 여왕La regia dei pirati』(Solferino, 2018), 『모두를 구원한 타나Tana libera tutti』(Feltrinelli, 2021), 『구슬 자루』(Rizzoli, 2021), 『스푼 강의 선집L’Antologia di Spoon River』(Mondadori, 2022) 등이 있다. 그래픽 노블로는 『에드워드 호퍼』와 『마크 로스코』(Centauria,2019)가 있다.
◎역자: 이민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건축을 공부한 후, 나폴리의 프란체스코 베네치아Francesco Venezia 스튜디오에서 실무를 익혔다. 1997년 (주)이손건축을 설립하고, 어린이 교육시설, 주거, 미술관 등을 설계했다. 1996년 베니스비엔날레, 2002년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했으며 김수근 문화상,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다. 2014년 이유출판을 설립, 운영 중이며 옮긴 책으로는 『풍화에 대하여』, 『여우와 망아지』, 『건축가의 꿈을 이룬 소녀, 리나 보 바르디』 등이 있다
에드워드 호퍼, <철길의 석양>, 1929. 캔버스에 유채, 74.5 × 122.2 cm.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Josephine N. Hopper Bequest 70.1170. ⓒ2023 Heirs of Josephine Hopper/Licensed by SACK, Seoul |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https://sema.seoul.go.kr/kr/whatson/exhibition/detail?exNo=1152724
서울시립미술관은《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를 2023년 4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개최합니다. 본 전시는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회화, 드로잉, 판화, 아카이브 등 270여 점을 선보이는 국내 첫 개인전으로 서울시립미술관과 뉴욕 휘트니미술관이 공동 기획했습니다. 전시는 유료이며 입장료의 최대 41% 할인이 적용된 얼리버드 티켓(10,000원)의 온라인 예매가 인터파크는 3월 23일, 카카오톡 예약하기와 29CM는 3월 28일부터 가능합니다.
전시기간 : 2023. 4. 20. (목) ~ 2023. 8. 20. (일)
전시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전 층
관람료 : 일반 17,000원, 청소년 15,000원, 어린이 12,000원
얼리버드 티켓 금액 : 10,000원
※ 권종별 동일
※ 한정 수량 조기매진 될 수 있음
얼리버드 티켓 판매기간
- 인터파크 : 2023. 3. 23. (목) ~ 2023. 4. 19. (수)
- 카카오톡 예약하기 및 29CM : 2023. 3. 28. (화) ~ 2023. 4. 19. (수)
※ 얼리버드 티켓 사용기간 : 2023. 4. 20. (목) ~ 2023. 6. 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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