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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식

2023 무크지《상상탐구》9호

금동원(琴東媛) 2023. 7. 16. 23:03

 

아픈 손가락

 

 

금동원

 

 

거짓과 진실은

떳떳한 손의 앞뒤를 닮아

손등은 찬사와 미화된 감동으로 매끈하지만

손바닥은 미세하게 긁힌 상채기로 움켜쥔 주먹을 만들기도 한다

 

‘알아요. 사실을’

머리로 이해하는 이성적 끄덕임은 거짓일까?

‘내가 다 알아요’

가슴에 얹힌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작은 진실은 슬픈 노래야

 

머리에서 가슴까지 거리는

거짓에서 진실까지의 거리와 닮았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심장이 만나

다짐하고 다듬고

버티고 버텨

찢기고 피 흘렸던

아물린 푸른 빛의 흉터는 사라지지 않을 아픈 손가락이다

 

 

 

결이 다른 나무

 

 

마주하다 보니 알겠다

헤겔의 변증법적 대화로도

결이 너무 다른 나무는

각자의 삶 속에서 자신만의 진리와 열망을 서로에게 담을 수 없다는 걸

 

오랜 파도의 일렁임은 이제 고요함으로 차분해져

악몽에서 깨어난 듯

침착하고 홀가분한 평정심의 무게로

슬픔이나 외로움보다

쓸쓸함으로 가볍게 걷는다

 

푸른 잎사귀 새롭게 돋아나고

바람에 흩어져버린 생생한 추억의 꽃비

뿌리 깊고 의연한 나무의 기품으로

주홍빛 노을에 스며든 아픈 그림자를 지운다

 

어리석고 오만했던 눈먼 지혜와 오류를 기억하며

무관심한 삶 속에서 언제나 멋지고 당당하기로

잠시 스쳐 가는 바람은

끝내 한곳에 머무를 수 없다는 깨달음을 다시 마음에 품는다

 

 

-《상상탐구》 9호, (2023 계간문예작가회 무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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