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
얼마 전에 평소에 존경하던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큰아이의 주례를 해주신 분이시라 더욱 마음에 가족 같은 각별함이 있는 사이였다. 오래전부터 지병을 앓고 계셨지만, 가끔 얼굴을 뵐 기회가 있을 때면 늘 건강하고 온화한 모습으로 환하게 웃으시곤 했다. 급작스레 나빠진 건강으로 결국 입원을 하시게 되었고 면회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자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버님이 얼굴을 한번 보고 싶어 하신다는 것이었다, 안타까움과 반가운 마음으로 면회를 하였다. 많이 수척해지신 모습이지만 우리 부부를 맞이해주시는 특유의 온화한 미소와 의연한 모습은 여유가 있는 그대로셨다. 애틋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눈물을 감추며 내미는 선생님의 두 손을 맞잡으니 야윈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마음속으로 고통 없는 투병 생활을 간절하게 기도드렸다. 그때 눈을 마주치며 해주신 말씀이 아직도 마음을 흔든다. ‘우리 서로 좋은 추억만 기억하세’,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들만 가지고 가세‘ 희미한 미소를 띠며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오히려 우리를 토닥여 위로해주듯 전하던 마지막 말씀이 너무 뭉클하여 한동안 가슴이 얼얼하고 먹먹했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마지막 인사였다.
요즘은 축하의 소식보다는 부고 소식을 더 많이 접하게 된다. 이제는 그럴 수밖에 없는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주변에 너무 보고 싶은 부모님과 존경할 어른들이 곁을 떠나고 있다. 마음이 울적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움과 안타까움의 감정이 많이 앞선다. 어쩔 수 없는 인생의 생로병사에 따른 섭리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슬픔으로 마음이 한동안 허전하다.
죽음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이미 여러 의미로 죽음에 대한 성찰로 마음의 준비도 되어있는 편이다. 죽음을 앞두고 어떻게 헤어지고, 어떤 모습으로 떠나가느냐가 문제다. 그렇기에 가까운 지인의 죽음을 통해 다시 한번 나의 죽음의 미래도 생각해보게 된다. 가는 길 좋은 추억과 행복했던 시간만 껴안고 가는 아름다운 이별이 되고 싶다. 서로에게 그리운 존재, 함께 있다는 위로를 줄 수 있는 담담하고 차분한 마지막이길 바란다. 의연하고 온화한 미소로 화답하는 성숙한 이별이 되길 바란다. 가능하다면 고통 없는 마지막 시간이 되기를 기도한다. 남겨진 가족들에게도 안타까운 슬픔보다는 행복했던 순간들과 그것을 기억하는 마음과 그리움의 시간으로 남길 바란다. 그러려면 당연히 건강하게 현재에 최선을 다하여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고 감사할 일이다. “오늘이라는 날은 단 한 번뿐이고 두 번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 것임을 명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조언이 오늘따라 마음에 와닿는다.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산다면 매 순간 우리 삶은 귀하고 가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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