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을 씻고
김복희
노트 앞 장에 프랑스 광대 사진이 붙어 있다
친구는 프랑스 광대의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
시인이 분장한 사진이라고 했다
외줄 타는 남자, 호랑이 옆에 선 여자, 스타킹을 매만지는 무용수들 사진이
다 팔리고,
남은 것, 아무도 시인을 좋아하지 않았고
시인은 혼자서 많이 많은 것을 좋아했다고 들었다
친구와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
사진을 팔러 먼저 가 있겠다고 했다
전염병처럼
인간이 옮는 것이다
잘 안되는 것이다
손발을 씻고 깨끗한 음식을 먹어도
노출되는 것이다
빛에
흰 얼굴이 만져진다
-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 2018, 민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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