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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손발을 씻고/ 김복희

금동원(琴東媛) 2024. 11. 17. 10:51

손발을 씻고

 

 

김복희

 

 

노트 앞 장에 프랑스 광대 사진이 붙어 있다

친구는 프랑스 광대의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

시인이 분장한 사진이라고 했다

외줄 타는 남자, 호랑이 옆에 선 여자, 스타킹을 매만지는 무용수들 사진이

다 팔리고,

남은 것, 아무도 시인을 좋아하지 않았고

시인은 혼자서 많이 많은 것을 좋아했다고 들었다

친구와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

사진을 팔러 먼저 가 있겠다고 했다

전염병처럼

인간이 옮는 것이다

잘 안되는 것이다

손발을 씻고 깨끗한 음식을 먹어도

노출되는 것이다

빛에

흰 얼굴이 만져진다

 

 

-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 2018, 민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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