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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디엠

금동원(琴東媛) 2025. 2. 12. 02:50
카르페디엠
  •  삼다일보 
  • 승인 2025.02.11 17:43
 

 

금동원 시인

 

 

얼마 전 가까운 지인이 자동차 급발진 교통사고를 당했다. 자동차가 뒤집힐 만큼 큰 사고였지만 다행히 안전띠에 매달린 채 아무런 부상 없이 살아나 천운으로 여기고 있다. 이 엄청난 일을 겪은 계기로 심경의 큰 변화가 생겨 오래전부터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있던 인도 여행을 실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카르페디엠의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카르페디엠은 아주 흔한 인생의 좌우명이 된 지 오래다.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 한 구절로부터 본래 유래된 말이지만 아주 오래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90)에서 존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들려준 경구로 유명하다. ‘잃어버린 현재를 찾아서’,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집중하라’라는 의미로 흔히 알고 있다. 덧붙여 ‘메멘토 모리’라는 경구도 너의 죽음을 기억하고 지금의 삶에 충실하라는 철학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너무나 익숙하고 흔해진 경구들이지만 연초에 다시금 새겨볼 만하다. 과거에 대한 집착이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함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현재에 최대한 집중해 시간을 활용하자는 의미다. 지나친 걱정과 후회 대신 오늘을 충실히 사는 것, 망설이며 미루기만 했던 목표를 내일 대신 오늘 바로 실행에 옮기고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일상을 재정립해보는 것이다.
 
얼마 전 무안공항에서 일어났던 제주항공 여객기 대참사는 누구에게나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이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이별, 비현실적인 사고를 통해 흔들린 일상의 균열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참혹한 사건과 충격적 경험을 통해 개개인들은 인생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순간이 온다. 살아온 시간을 한 번쯤 되돌아보고 자기방식의 통찰을 얻는다. 현실적 전환점의 의지와 각오가 생긴다. 일상적인 삶의 평범함이 새삼 귀하고 감사함을 깨닫는다. 번거롭고 귀찮아했던 평범하지만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아름다운 행동이 일깨워진다. 실천하는 그 순간 변화가 일어난다. 날갯짓하는 나비의 작은 몸짓에서 감동의 바람이 불어온다.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밝고 활기찬 에너지를 얻는다. 현재를 즐기며 몰두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아흔네 살을 맞이한 친정어머니를 뵙고 오는 마음도 그렇다. 한 번이라도 더 자주 뵙고 싶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어떤 상황 어느 순간이 오더라고 아쉬움과 후회를 덜 남기고 싶다. 점점 찍기 싫어지는 기념사진조차도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의 모습이자 가장 최근의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는 신나는 일이라 여기며 즐긴다. 분주한 일상을 핑계로 소소한 만남을 미뤘던 친구들과도 전화 안부를 주고받고 약속을 만든다. 일상적 안녕과 그리움을 확인한다. 오늘 하루의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 후회 없는 진정한 삶이 될 것을 새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삼다일보  cjnews@samda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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