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부르기 마종기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검은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아 막막한 소리로 거듭 울어대면 어느 틈에 비슷한 새 한 마리 날아와 시치미 떼고 옆가지에 앉았다. 가까이서 날개로 바람도 만들었다. 아직도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그 새가 언제부턴가 오지 않는다. 아무리 이름 불러도 보이지 않는다. 한적하고 가문 밤에는 잠꼬대 되어 같은 가지에서 자기 새를 찾는 새. 방 안 가득 무거운 편견이 가라앉고 멀리 이끼 낀 기적 소리가 낯설게 밤과 밤 사이를 뚫다가 사라진다. 가로등이 하나씩 꺼지는 게 보인다. 부서진 마음도 보도에 굴러다닌다. 이름까지 감추고 모두 혼자가 되었다.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2006, 문학과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