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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백년동안의 고독(G, 마르케스)

금동원(琴東媛) 2010. 4. 4. 15:02

 

 

 

 

햇살 가득한 봄 날입니다.

아직 화사한 꽃바람 보다는 꽃샘바람이 더 살결을 자극하지만, 마음은 이미 봄향기로 가득합니다.

4월 봄날을 색깔로 표현하라면 무슨 색일까요?

희뿌연 안개빛은 아닐런지요.

산수유와 개나리, 벗꽃과 목련, 진달래와 능금화...

아직은 그 모든게 진행형으로 어우러져 있을 뿐, 제 색을 띄지는 않은 듯합니다.

새 살이 돋는 희미한 연두빛의 나무잎들 조차 제눈엔 몽환적인 안개빛으로 느껴지네요.

그들의 수순한 변화를 함께 누리고 호흡하는 봄 날이고 싶습니다.

 

지난 며칠은 참 어둡고 마음 아픈 일들이 많았습니다.

천안함 침몰로 희생된 아름다운 젊은이들과 사건 사고의 죽음들이 유난했던 하루 하루였지요.

햇볕으로 가득한 봄날~

이제 막 연두빛을 버리고 초록의 제 색을 찾아 꿈을 키우던 젊은 아들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았던 아바지들,

국가와 국민을 위해 강인한 의지로 헌신했던 군인들,

이들의 희생이 더욱 안타깝고 가슴 절인 것은  그들 모두 아름다운 삶을 꿈꾸었고, 다가올 내일을 기쁜 설레임으로 기다렸기 때문일겁니다.

진심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계절 중에도 특히 봄은 우리를 들뜨게 하고 꿈꾸게 합니다.

봄날의 화사한 햇살만큼 행복하게 수런수런한 사랑스러운 계절이 있을까요?

그런데 묘하게도 햇살의 화사함만큼 깊은 슬픔이 함께 느껴지는 것은 원초적 고독감이 아닐런지요.

누군가에 의한 인간적 관계맺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인간이기에 본질적으로 갖고 태어난 숙명처럼 질기지만 함께 가야하는 쓸쓸함, 혹은 서늘함...

그래서 인간은 아름다운 존재이고 모든 슬픔을  다시 극복할 수 있는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계절 봄날, 고독(?)하다고 느끼고 계신가요?

그럴때 활동적이고 유쾌한 육체적 움직임이 도움이 되겠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가령 책을 읽으신다면..(.너무 속이 보였나요?)

 

 이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브리엘 마르께스의 대표 장편소설입니다.

 마을에서 도시로 팽창하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져간 가공의 땅 마콘도를 무대로 "부엔디아"라는 한 집안의 백년에 걸친 역사와,

기이한 자녀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마술적 리얼리즘" 이라는 어려운 표현을 쓰는 독창적 소설기법으로 쓰여졌는데

우리에게는 유년시절 외할머니 무릎위에 누워서 들었던 옛날 이야기처럼 비현실적이고 엉뚱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이 재미있습니다.

속깊게는 라틴 아메리카의 복합적인 인종, 문화, 역사적 전통과 현실을 바탕으로 라틴아메리카의 특수한 사회구조를 환상적으로 표현해냈다는

썩 괜찮은 문학적 평가를 얻은 작품입니다.

새로운 언어적 표현과 특이하고 몽환적인 이야기의 흐름,

봄날이 주는 나른하고 희뿌연 느낌의 어지럼처럼 이 책의 느낌속으로 한번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백년동안의 고독"은 도대체 어떤 색채와 무게를 지니는지, 정말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 말입니다.

 

출판사: 문학사상

출판년도: 2007년 (개정판)

가격: 7,700원(인터넷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