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소리에는 색깔이 있습니다. 연분홍 혹은 넉넉한 연두빛, 어쩌면 연보라를 닮아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들뜨지는 않지만 설레임이 있고, 무거움은 아니지만 버겁지 않을 만큼 스며드는 나른함도 있습니다. 흙은 그런 마음의 빗소리를 고스란히 배어 들게 합니다. 아이처럼 보드랍게 감기다가도 제 멋에 사는 큰 아들처럼 나에게도, 흙에게도 그래서 더욱 인내와 기다림 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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