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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나는 폭력 영화를 본다/신달자

금동원(琴東媛) 2010. 9. 14. 00:16

 

  나는 폭력 영화를 본다

 

 

 신달자

 

 

당신 오늘 배부른가

오늘은 당신의 제삿날

상 위에는 가득 음식 차려지고

술도 한 잔 올렸으리라

 

 

당신이 제사상을 받고 있을 때

나는 영화를 보고 있었어

에로틱한 영화 폭력 영화 어느 것을 볼까 망설이다가

나는 폭력 쪽으로 마음을 돌렸어

에로틱은 영 우리와 어울리지 않잖아요

그치? 당신도 알지

 

 

영화 속에는 잔인한 인간 군상들이

서로 칼을 날리고 찌르고 자르고

피가 낭자히 흘러 내렸어

우리들의 젊은 날 격정과 사랑과 섹스

증오와 저주와 후회와 눈물이

장면마다 이어졌다

몸이 욱신욱신 쑤셔 왔다

 

 

 당신 오늘 배부른가

 내 말도 좀 먹어

 내 빈 방도 좀 먹어 하루에도 몇 번씩 뒤집어지는 내

 울화도 좀 먹고 가 당신 아니면 아무도 먹어 주지 않아

 반드시 내 허기를 좀 먹고 가 제발

 제사상 물리고 술 한 잔에 타서 내 통증을 다 먹고 가

 

 

 극장을 나오는

 내 젖가슴에는

당신 손자국이 만져졌다 당신도 영화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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