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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꽃이 질 때/문정희

금동원(琴東媛) 2010. 11. 18. 12:20

                                                                   꽃이 질 때

 

 

 문정희

 

 

사내들은 이렇 때 사창가를 어슬렁 거리나 보다아무하고도 자고 싶지는 않지만아무도 모르는 곳에 눕고 싶을 때가 있다오늘도 나의 생은 상처 속에서 찰랑거렸다외출을 하면 전신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활기가 있다고 했다활기는 내슬픔의 진액, 외로움이 내뿜는 윤기이다사막에서 때로 뒷걸음으로 걸었다는 한 사내를 알고 있다너무 외로워 자기 앞의 발자국을 보려고 그랬다고 한다나는 일기를 쓰지 않지만내 앞에 찍힌 발자국을 홀로 꺼내 볼 때가 있다거기에 담긴 폭풍과 난파와 침몰의 음률을 듣는다피와 굴종과 무위로 얼룩진 붉디 붉은 그림자를두근거리며 바라 볼 때가 있다나의 발자국은 유배의 운명, 유랑의 주소를 향해편도로 찍혀있다나의 대지는 길과 사이이다거기에도 어림없이 상처가 피어나고따가운 바람에 꽃잎들은 온몸으로 바스러질까아, 모르겠다! 이럴 때꽃이 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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