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수영
어서 일을 해요 변화는 끝났소어서 일을 해요미지근한 물이 고인 조그마한 논과대숲 속의 초가집과나무로 만든 장기와게으르게 움직이는 물소와(아니 물소는 호남 지방에서는 못 보았는데)덜컥거리는 수레와
어서 또 일을 해요 변화는 끝났소편지봉투모양으로 누렇게 결은시간과 땅수레를 털털거리게 하는 욕심의 돌기름을 주라어서 기름을 주라털털거리는 수레에다는 기름을 주라욕심은 끝났어논도 얼어붙고대숲 사이로 칩입하는 무자비한 푸른 하늘
쉬었다 가든 거꾸로 가든 모로 가든어서 또 가요 기름을 발랐으니 어서 또 가요타마구*를 발랐으니 어서 또 가요미친놈 뽄으로 어서 또 가요 변화는 끝났어요어서 또 가요실같은 바람 따라 어서 또 가요
더러운 일기는 찢어버려도짜장 재주를 부릴 줄 아는 나이와 詩배짱도 생겨가는 나이와 詩정말 무서운 나이와 詩는동그랗게 되어가는 나이와 詩사전을 보면 쓰는 나이와 詩사전이 詩같은 나이의 詩사전이 앞을 가는 변화의 詩감기가 가도 감기가 가도줄곧 앞을 가는 사전의 詩詩.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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