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펐거나 기뻤거나
최승자
슬펐거나 기뻤거나
그래도 할 일이 없어 오른 산(山)
오른 발을 東에 두고 왼발은 西에 두고
굽어 보고 굽어봐도
슬펐으나 기뻤으나의 그림자들일 뿐
세상은 간 곳 없고 부풀어 오르는 먼지뿐
가을 山 국화꽃 하나 웃길래
오른 발은 西에 두고 왼발은 東에 두어봐도
발 아래는 여전히 세상살이의 먼지뿐
먼지 자욱한 그 속에서
어디에다 내 집을 지을까
이 꿈도 아닌 저꿈도 아닌 그 사이에서
이 꿈도 이데올로기요,
저 꿈도 이데올로기인 그 사이에서
어디에다 내 집을 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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