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 많은 여행을 하지만 강렬한 추억이나 '기억'이 되어 또렷하게 마음 안으로 들어오는 여행은 몇 번 되지 않을 것이다. 여행자 자신에게 특별한 경험, 혹은 독특한 에너지가 되어 여행 중에 만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여행 말이다.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만들어 놓은 그 길이 선명하게 그려질 무렵이면 우리는 또 다른 가방을 꾸려 길을 떠날테지만.
이번 설국여행의 일정 중 일본의 인기 여류 소설가이자 동화작가, 번역가, 시인이기도 한 <에쿠니 가오리>와의 만남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내게는 아주 특별한 '기억' 하나를 만들어 주었고, 여행에서 얻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 시간이 되었다. 특히 편집장의 질문형태로 이루어진 작가와의 만남(대화)은 훨씬 다양한 각도의 질문과 답변으로 작게는 작가 개인의 생각(가치관)을 넓게는 문학 제반의 또 다른 시각을 듣고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특별히 인상적이였던 것은 '기억'이나 '자부심' 그 자체가 작품의 주인공이라는 신선한 시각이다. 우리들의 삶 속에서 겪었던 깊은 고통과 참혹한 슬픔등 지워버리거나 잊고 싶은 기억들 조차도 없는 것보다는 삶에 큰 위안이 될 것이라는 말. 고독하고 외로운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보편에 대한 판단 기준과 평가등이 문학이라는 작품 안에서만은 다양하고 공평하게 바라 보여지기를 바란다는, 보통의 개념이라는 일반인들의 편견에 대한 의문과 고민등을 털어 놓았다. 예를 들면 "이상하다","비정상적이다", "미쳤다"라고 생각하는 타인의 시선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고민 같은 것.....그리고 작가가 살아 남을 힘은 새로운 시도의 지속성이라는 말에 또한 크게 공감했다.
(내 질문에 대한 답변 중에) 시를 읽는 것은 인생을 맛보는 연습이라는 말과 우리들이 시를 읽고 어떤 구절을 알고 있는 것과 알지 못했을 때 생기는 삶의 차이에 대한 생각을 일본의 작가를 통해 직접 들어보는 짜릿한 공감은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는다.
하루 24시간 중 반드시 두시간은 욕조 안에서 추리 소설을 읽는다는 아름다운 여류작가 '에쿠니 가오리' .
욕조 안에서 시는 읽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시의 한 구절, 한 구절은 너무 강렬하여 욕조 안에서 휴식을 취할 수 없다는 말이 그녀의 시에 대한 성찰을 읽을 수 있었다. (2015.1/31 도쿄에서)
*에쿠니 가오리(江國 香織)
1964년 동경에서 태어나 미국 델라웨어 대학을 졸업했다. 1989년 <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 상을 수상했으며,동화적 작품에서 연애소설과 에세이까지 폭넓고 왕성한 집필 활동과 번역 활동을 하고 있다.참신한 감각과 세련된 문체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 문학 최고의 감성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더불어 일본의 3대 여류 작가로 불리는 그녀는 <냉정과 열정사이>,<반짝반짝 빛나는>, <도쿄타워>등 40여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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