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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금동원의 [바벨탑의 후예들]

금동원(琴東媛) 2015. 9. 21. 22:54

 

< 이 계절의 시평> 표절이냐  안표절이냐

-정성수(한국문인협회 시분과회장)

 

... (상략)...

다음 시를 살펴보자.

 

 

사람은 정말 위대한 짐승 아닙니까

신을 만든 것도

신을 무너뜨리는 것도

우리가 하는 헛짓중에 하나잖아요.

인간이란 이름으로

우리가 할 수 없는 건 이 세상에 없는 걸로!

                                            -금동원「 바벨탑의 후예들」 부분

 

 

 이 작품은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의 자손들, 즉 현재의 우리 인간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시이다. 지상에서 인간이 쌓아올린 '바벨탑' 은 하늘의 신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었다.이 시는 '너희들도 신에게 도전하는 것이냐?' 라는 비판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프랑스인들이 즐겨먹는 촉새의 일종 '오르톨랑' 요리의 잔인함에 대한 시적 고발이다. 시적화자는 '사람은 정말 위대한 짐승 아닙니까?' 라고 역설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신을 만든 것도/ 신을 무너 뜨리는 것도/ 우리가 하는 헛짓 중에하나잖아요.'

 화자는 인간이 '신' 을 만들거나 무너뜨리는 행위가 모두 '헛짓 중에 하나' 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여기서는 '헛짓' 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란 이름으로/ 우리가 할 수 없는 건 이 세상에없' 다는 것이 중요한 메시지이다. 즉 가장 선한 일도 가장 악한 일도 인간이 할 수 있다는 것, 신조차 창조하고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이 이 지구상의 그 어떤 생명체보다 '악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잔인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곧 바벨탑이 무너질 예정입니다/ 아~정말 징글징글한 인간들!".

 강력한 메세지에 주력하다보니, 구체적 이미지보다 상황적 진술에 주로 의존하게 되었다. 사회비판시가 빠지기 쉬운 함정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그 진술이 반어와 역설로 무장되어 있어서 나름대로 훌륭한 시적 설득력을 발휘한다.

 또한 이 비판이 단순히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에서 비롯된 것임에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계간문예』 2015, 가을호(통권 41호) p261~ p262 에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