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조금 이상한
강성은
아직 이름이 없고 증상도 없는
어떤 생각에 빠져 있을 땐 멈춰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다시 생동하는 세계와 같은
단지 조금 이상한 병처럼
단지 조금 이상한 잠처럼
마음속에서 발생하는 계절처럼
슬픔도 없이 사라지는
위에서 아래로 읽는 시절을 지나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읽는 시절을 지나
이제는 어느 쪽으로 읽어도 무관해진
노학자의 안경알처럼 맑아진
일요일의 낮잠처럼
단지 조금 고요한
단지 조금 이상한
『단지 조금 이상한』, (2013,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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