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가풍으로 깊어가는 밤
심보선
처량하고 고요한 이 저녁이 지나면
온갖 경구들을 남발하고 싶어지는 밤이 오리라
오오 그중 단 하나라도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면
궁륭의 암흑을 떠도는 뭇별의 시간을 거슬러
달은 인간의 가슴속에 한 번 더 뚜렷이 떠오른다
영원이란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야금야금 찢어 먹는
죽은 쥐새끼 따위가 아니던가
지금 지상의 밤은
노래와 침묵 사이에서 붕붕거리는 밤벌레들
늙은 개를 집으로 부르는 낮은 휘파람 소리
홀로 죽어가는 촌로의 먹은 귓가에 부딪히며
다만 목가풍으로 깊어가고 있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차례차례 절벽 아래로 밀어버리며 곤한 잠에 빠진다
어디서 누군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는 자다가도 눈을 벌떡 뜰테지만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초』,(2008,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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