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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장자/ 오강남 편저

금동원(琴東媛) 2015. 12. 25. 09:24

 

 

『장자

 오강남 편/ 현암사

 

'지상에서 가장 심오하면서도 가장 재미있는 책'(아서 웨일리). 장자 자신의 글인 내편(7편)과 후학들과 추종자들이 덧칠한 외편 잡편의 주요부분을 우리말로 옮겼다. 그 심오한 소요유(逍遙遊)의 세계를 알기 쉽게 해설도 곁들였다. 마르틴 하이데거나 마틴 부버, 헤르만 헤세 같은 서양의 대가들도 깊이 탐닉했던 장자. 그와의 만남을 '운명적인 해후'라고말하는 저자의 손끝에서 2천3백여넌 전에 살았던 장자의 숨결이 되살아난다.

 

○목차

독자들에게
『장자』를 읽기 전에

제1편 자유롭게 노닐다(逍遙遊)
제2편 사물을 고르게 하다 (齊物論)
제3편 생명을 북돋는 데 중요한 일들(養生主)
제4편 사람 사는 세상(人間世)
제5편 덕이 가득함의 표시(德充符)
제6편 큰 스승(大宗師)
제7편 황제와 임금의 자격(應帝王)

부록| 외면·잡편에서 중요한 구절들

○저자소개

오강남

현재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University of Regina) 비교종교학 명예교수로 재직. 북미와 한국을 오가며 집필과 강연을 하고 있다. 더불어 ‘종교너머, 아하!’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캐나다 맥매스터(McMaster) 대학교에서 「화엄華嚴 법계연기法界緣起 사상에 관한 연구」로 종교학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그동안 북미 여러 대학과 서울대·서강대 등에서 객원교수, 북미한인종교학회 회장, 미국종교학회(AAR) 한국종교분과 공동의장을 역임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노장사상을 풀이한 『도덕경』 『장자』, 종교의 이해와 분석을 담은 『예수는 없다』 『세계종교 둘러보기』 『불교, 이웃종교로 읽다』,『종교 너머, 아하!』가 있으며, 최근 인생과 종교에서의 깨달음을 담은 『움켜쥔 손을 펴라』,『오강남의 그리스도교 이야기』를 펴냈다. 번역서로서는 『종교다원주의와 세계종교』 『살아계신 붓다, 살아계신 그리스도』 『귀향』 『예언자』 『예수 하버드에 오다』, 등이 있다.

 

 

○ (독자리뷰)생생한 비유로 도(道)가 다가온 

  silvermang | 2011-03-30

   사상의 근간은 노자와 장자의 사상이다. 흔히 ‘노장사상’ 이라고도 한다. <도덕경>이라는 책을 통해서 노자의 사상을 살펴보았고, <장자>를 통해서 그의 사상을 알아보려고 한다. 장자가 살았던 시대는 맹자와 거의 같은 때라고 한다. 장자의 사상은 노자의 사상을 계승했다고 여겨지는데 하지만 초기에는 노자와 장자의 사상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기원후 4세기에 북송의 ‘곽상’이라는 사람이 그 때까지 돌아다니던 여러 사본들을 정리하여 33편으로 편집하여 주(注)를 단 것이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장자>라고 한다. 내편 7편, 외편 15편, 잡편 11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냉철히 말하자면 모두 장자 자신의 글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내편 7편은 장자 자신의 글이라고 여겨지고, 나머지 외편과 잡편은 모두 장자의 후학들이 계속 글을 지어 나온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종교학을 전공한 오강남 교수가 풀이한 현암사의 <장자>는 내편 7편 만을 다루고 있고, 외편과 잡편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문만 뒷부분에 실었다. 역자는 다양한 종교를 섭렵하고 있어서인지 초보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이를 해놓았다. 특히 기독교의 사상과 관련된 부분들을 많이 언급하고 있어서 기독교인들이 본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책을 읽다가 주목하게 된 몇몇 구절에 대한 감상을 남겼다. 책의 풀이 자체로도 훌륭하기 때문에 간략한 메모로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제 1편 소요유(逍遙遊)

 

-   물고기가 변하여 새가 되고 -

  4. 괸 물이 깊지 않으면 큰 배를 띄울 힘이 없습니다. 물 한 잔을 방바닥 우묵한 고에 부으면 그 위에 검불은 띄울 수 있지만, 잔을 얹으면 바닥에 닿아 버리고 맙니다. 물이 얕은데 배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충분하지 못하면 큰 날개를 띄울 힘이 없습니다. 구만리 창공에 오른 붕새는 큰 바람을 타야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거침이 없이 남쪽으로 날아갑니다.

 여기서 역자는 ‘바람’에 주목했다. 장자는 책 곳곳에서 바람을 많이 강조했다고 한다. 붕새가 초월적 비상을 하기 위해서는 ‘바람’이 필요한데 여기서 말하는 바람은 여러 종교에 볼 수 있는 ‘신바람’이라고 할 때의 바람으로서 ‘생기(生氣)’같은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 매미와 새끼 비둘기 -

 5. 매미와 새끼 비둘기가 그것을 보고 함께 웃으면서 말합니다. “우리는 한껏 날아 보아야 겨우 느릅나무나 다목나무에 이를 뿐이고, 어떤 대는 거기에도 못 미쳐 땅에 내려앉고 마는데, 구만리를 날아 남쪽으로 간다니.” (중략)

매미나 새끼 비둘기 같은 미물이 어찌 일을 알 수 있겠습니까? 조금 아는 것으로 많이 아는 것을 헤아릴 수 없고, 짧은 삶으로 긴 삶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이처럼 큰 도는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성으로는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도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 두려워서 도에 이르기를 주저하는지도 모르겠다.

   제 2편 제물론(齊物論)

 

- 하늘의 퉁소 소리 -

  1. 자기가 말했습니다. “언아, 참 잘 보았구나. 지금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 그런데 네가 그 뜻을 알 수 있을까? 너는 사람들이 부는 퉁소 소리를 들어 보았겠지만, 땅이 부는 퉁소 소리는 들어 보지 못했겠지. 설령 땅이 부는 퉁소 소리는 들어 보았을지 모르지만, 하늘이 부는 퉁소 소리는 들어 보지 못했을 것이다.”

3. 자유가 말했습니다. “땅이 부는 퉁소 소리란 결국 여러 구멍에서 나는 소리군요. 사람이 부는 퉁소 소리는 대나무 퉁소에서 나는 소리인데, 하늘이 부는 퉁소소리란 무엇입니까?”

자기가 대답했습니다. “온갖 것에 바람을 모두 다르게 불어넣으니 제 특유한 소리를 내는 것이지. 모두 제 소리를 내고 있다고 하지만, 과연 그 소리가 나게 하는 건 누구겠느냐?”

 하늘이 내는 소리가 무엇이라고 정확히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하늘이 내는 소리는 여러 소리를 나게 하는 근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생기(生氣)라고 할 수 있겠다.

   

- 참주인 -

6. 참주인이 분명이 있는데, 그 흔적을 잡을 수 없구나. 참주인이 작용하는 것은 믿을 만한데, 그 모습은 볼 수 없는 셈이지. 실체가 있지만 모양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후략)

7. 일단 온전한 몸을 받았으면, 우리는 그것을 일부러 망치지 말고, 저절로 쇠잔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사물을 대하여 서로 깎고 가는 동안에 우리의 삶은 달리는 말처럼 걷잡을 수 없이 지나가고 마니, 이 또한 슬픈 일이 아니냐? 죽을 때까지 일하고 수고해도 아무것도 잘된 것 보지 못하고, 그저 일에 쫓기고 지쳐 돌아가 쉴 데도 업으니, 이 어찌 애처롭지 않으냐? (후략)

 스스로 몸을 온전히 보존하며, 한 평생 수고하고 애쓰지만 잘 된 것이 없으니 얼마나 허무하고 슬픈 일인가? 나의 수고를 어디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러나 참주인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참주인에게 우리의 수고를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 손가락과 말(馬) -

11. 되는 것을 일러 됨이라 하고 되지 않는 것을 일러 되지 않음이라 한다. 길은 다녀서 생기고 사물도 그렇게 불러서 그렇게 된다. 어찌해서 그렇게 되는가? 그렇다고 하니까 그렇게 되는 것이다. 어찌해서 그렇지 않게 되는가? 그렇지 않다고 하니까 그렇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사물에는 본래 그럴 까닭이 있고, 그럴 가능성도 있지. 그렇지 못한 것은 하나도 없고, 그럴 수 없는 것도 하나도 없다.

 나는 여기서 ‘가능성’ 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위 구절에 앞서 10절에는 ‘이것’은 동시에 ‘저것’이고, ‘저것’은 동시에 ‘이것’ 이라는 식의 글이었다. 그리고 이 11절에서는 이렇다고 하고, 그렇지 않다고 하니까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너무나 변화무쌍한 것이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불확정성의 원리’가 생각이 났다. 이 이론에 의하면 입자는 우주 어디에서나 발견될 수 있는 확률이 존재한다고 한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 6편 큰 스승(大宗師)

 

- 도(道)란? -

 16. 무른 도(道)가 실재라고 하는 믿을 만한 증거는 있지만, 그 것은 함도 없고, 형제도 없습니다. 전할 수는 있으나 받을 수가 없습니다. 터득할 수는 있으나 볼 수가 없습니다. 스스로를 근본으로 하고 스스로를 뿌리로 하고 있습니다. 하늘과 땅이 있기 이전부터 본래 있었습니다. 귀신과 하늘님을 신령하게 하고, 하늘과 땅을 내었습니다. 태극보다 높으나 높다 하지 않고, 육극보다 낮으나 깊다 하지 않습니다. 하늘과 땅보다 먼저 있었으나 오래되었다 하지 않고, 옛날보다 더 오래되었지만 늙었다고 하지 않습니다.

  < 도덕경>, <장자>를 통틀어 도(道)에 대해서 가장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구절인 것 같다. 생략하지 않고 다 옮겨봤다. 전할 수는 있으나 받을 수는 없다는 특성이 눈에 띈다.

 

- 여우가 가르치는 득도의 단계 -

21. 남백자규가 물었습니다. “당신은 어디서 이런 것을 들었습니까?”

여우가 대답했습니다. “나는 부묵(버금 먹)의 아들에게 들었고, 부묵의 아들은 낙송(읊는 이)의 손자에게 들었고, 낙송의 손자는 첨명(잘 보는 이)에게 들었고, 첨명은 섭허(잘 듣는 이)에게 들었고, 섭허는 수역(일 잘하는 이)에게 들었고, 수역은 오구(노래 잘하는 이)에게 들었고, 오구는 현명(그윽한 이)에게 들었고, 현명은 삼료(빈 이)에게 들었고, 삼료는 의시(처음 같은 이)에게 들었습니다.

  도의 전수과정이다. 우리말로 풀어서 정리하자면, 1.글씀 2.구송함 3.잘 살펴봄 4.잘 알아들음 5.일을 잘 실천함 6.노래를 잘함 7.그윽함 8.빔 9.시원(始原) 순서이다.

 

- 사생존망이 일체임을 터득한 네 벗 -

26. 자래가 말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동서남북 어디를 가라 해도 자식은 그 명을 따르는 것, 음양과 사람의 관계는 부모자식 간의 관계 정도가 아닐세. 음양이 나를 죽음에 가까이 가게 하는데 듣지 않는다면, 나는 고집스런 자식. 음양에 무슨 죄가 있나. 대저 대지는 내게 몸을 주어 싣게 하고, 삶을 주어 힘쓰게 하고, 늙음을 주어 편안하게 하고, 죽음을 주어 쉬게 하지. 그러니 삶이 좋으면 죽음도 좋다고 여길 수밖에. 음양과 사람의 관계를 부모자식 관계 이상으로 여기며 죽음에 순응하는 것이 심히 놀랍다. 이렇듯 신뢰가 크다면 두려울 것이 무엇 있겠는가? <장자>의 모든 구절구절이 심오하고, 느끼는 바가 많아서 내 생각들을 정리해서 적고 싶었지만 다 옮기기에 끝이 없을 것 같고, 본문과 풀이 자체만으로도 훌륭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몇 구절만 부각해서 보이도록 했다. 20대 중반에 와서 이제야 <장자>를 읽게 된 것이 너무나 아쉽다. 진작 읽었더라면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번 학기에 듣는 교양 강의시간에 ‘과학과 종교’에 대해서 토론을 많이 하고 있는데, <도덕경>과 <장자>를 읽었던 것이 많이 도움이 되고 있다. 모든 것이 쉽게 관통되는 느낌이라고 할까?

 

○(독자리뷰)산다는 것이 진정한 의미   

  goodchung | 2011-01-23

  어느 날 장주(장자의 본명)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어 유유자적 재미있게 지내면서도 자신이 장주임을 알지 못했다. 문득 깨어 보니 다시 장주가 되었다.

장주가 나비가 되어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장주가 되어 꿈을 꾸었는지 알 수가 없다. 장주와 나비 사이에 무슨 구별이 있기는 있을 것이다(134쪽)

  <장자>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나비의 꿈(蝴蝶夢)' 이야기이다. 노자의 <도덕경>과 함께 장자의 <장자>는 노장사상을 대표하는 책이다. 노자는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닙니다(道可道 非常道)'라는 엄숙한 선언으로 <도덕경> 첫머리를 시작하지만, 장자의 <장자>는 호접몽처럼 아리송한 이야기로 운을 뗀다. 노자가 근엄한 철인의 풍모를 보인다면 장자는 때로는 껄껄 웃고 때로는 독하게 야단치는 화통한 야인의 기질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호접몽 이야기를 대하면 우선 무슨 말장난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그 의미를 자세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지니고 떠받들고 있는 상식적인 고정관념의 내재적 모순과 불합리성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공자가 이야기하는 군자와 소인, 윤리와 패륜, 효도와 불효같은 이분법적 가치관과 윤리관, 종교의식 그 너머를 보라고 가르친다. 인위적이고 자의적이며 부자연스런 모든 행동을 초월한 상태, 야심과 욕망과 우월감 등의 일체의 자의식을 초월한 상태에서 진정한 자기를 발견하고 신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이 책 <장자>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메시지는 '자유'와 '변화'와 '초월'의 3가지인 것 같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절대자유의 경지를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변화와 초월을 이야기한다.  세부 내용들은 3글자의 핵심어와 함께 설명되고 있다. 소요유(자유롭게 노닐다), 제물론(사물을 고르게 한다), 양생주(생명을 북돋우는데 중요한 일들), 인간세(사람 사는 세상), 덕충부(덕이 가득함의 표시), 대종사(큰스승), 응제왕(황제와 임금의 자격)의 7편과 함께 외편, 잡편에서 나타난 중요한 구절들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혹자는 <장자>를 지상에서 가장 심오하면서도 재미있는 책이라고 평하고 있다. 하지만 고전에 조예가 깊지 않은 일반인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책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입신행도하여 이름을 후세에 크게 떨치는 것이 효도의 길이라고 가르치는 공맹의 도리가 정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올바른 가치인지를 생각해 보면, <장자>는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이 참된 삶의 요소인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게 만드는 거울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

 

 공자와 맹자의 유교가 자신을 닦고 부족함을 채워가는데 중점을 둔 가르침이라면 노자와 장자의 노장사상은 이를 뛰어넘어 가진 것을 버리고 내려놓아 본성으로 돌아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 하나가 옳고 그르다는 것을 뛰어넘어 참된 나를 찾아가는 방법으로 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평생을 곁에 두고 인생의 참된 의미를 반추해 보기에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