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our(아무르, 2012)
-감독:미하엘 하네케
-출현:장루이 트랭티냥, 에마뉘엘 리바
노인 문제는 우리들 부모님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겪어야 할 우리들의 문제이다.
사랑과 죽음, 죽음의 존엄성등의 문제를 아주 현실적으로 아름답게 풀어 낸 가슴 아픈 이야기. 기회가 되면 꼭 보기를 추천하는 영화다.
-〈아무르〉는 미하엘 하네케의 2012년 작품으로 제64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죽음을 앞둔 한 부인과 그녀를 간호하는 남편의 이야기로, 80대 노부부의 모습을 통해 삶과 죽음, 사랑과 고통 등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미하엘 하네케의 또 다른 연출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줄거리
은퇴한 음악가 부부인 조르주와 안느는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제자의 피아노 연주 공연을 보고 돌아온 날, 부부는 누군가 집에 침입한 흔적을 발견하고, 다음날 아침 안느의 몸이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한다. 안느는 경동맥이 막혔다는 진단을 받는다. 문제는 그녀가 점차 상태가 나빠지는 5퍼센트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다. 오른쪽이 마비된 채 병원에서 돌아온 안느는 조르주에게 자신을 다시 병원에 보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조르주는 헌신적으로 그녀를 간호하지만, 딸 에바는 부모의 그러한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 자존감을 지키고 싶은 안느는 쇠약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사랑하는 딸과 자랑스러운 제자의 방문도 그녀에게는 부담스러울 뿐이다. 점점 기억과 의식을 잃어가던 안느의 병세는 더이상 자존감을 지켜낼 수 없을 만큼 악화되기에 이른다. 조르주는 말을 잃은 채 막무가내로 행동하기 일쑤인 안느에게 지쳐가고, 결국 그녀의 뺨을 때리는 일이 벌어진다. 그럼에도 끝까지 헌신적으로 안느를 간호하던 조르주는 그녀를 위해 마지막 결단을 내린다. (출처 : 네이버영화)
작품해설
1. 감독 소개
미하엘 하네케는 1942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에서 성장했다. 대학에서 철학과 심리학을 공부한 그는 희곡과 TV드라마 대본을 쓰며 30대를 보낸다. TV연출가로 재능을 인정받은 그는 45살의 늦은 나이에 데뷔작 〈일곱 번째 대륙〉(1989)을 선보인다. 한 부르주아 가족의 폭력성이 갑자기 분출되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했고, 변방에 있던 오스트리아 영화는 전세계에 그 존재를 알린다. 이후 〈베니의 비디오〉(1992)와 〈퍼니 게임〉(1997)을 연이어 발표하며 세계 영화계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하는 데 성공한다. 폭력에 대한 고찰을 중심에 두고 관객을 조롱하려 드는 〈퍼니 게임〉은 미하엘 하네케의 대표작으로 2007년 직접 할리우드 버전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퍼니 게임〉의 성공 이후 프랑스에 자리 잡은 미하엘 하네케는 〈미지의 코드〉(2000), 〈피아니스트〉(2001), 〈늑대의 시간〉(2003), 그리고 그의 또 다른 걸작 〈히든〉(2005) 등을 발표하며 국제적 작가의 반열에 올라선다. 초기작들이 오스트리아의 중산층 가족을 중심에 놓고, 미디어와 폭력성, 인간의 어두운 본성 등을 탐구하려 했다면, 프랑스 시절의 하네케는 유럽 사회 전반으로 시선을 넓혀 그 주제를 확장한다.
미하엘 하네케의 독자성은 확고한 그의 예술관에서 비롯된다. 예술가를 “사회의 상처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영원히 소금을 발라대는 존재”라고 말하는 그는 쉬운 해답의 영화를 거부하고 관객 스스로 해답을 찾아 나서는 영화를 연출해왔다. 실제로 〈미지의 코드〉는 유럽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계급과 계층간의 소통 문제를 다루고, 〈늑대의 시간〉과 〈히든〉 〈하얀 리본〉(2009)은 그것이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든 미래에 대한 가정이든, 실천적 윤리가 부재하는 현 유럽사회에 대한 알레고리로서 유럽인 스스로 억압한 죄의식을 폭로하는 작품들이다.
미하엘 하네케의 영화 중 가장 슬픈 영화 〈아무르〉와 전작 〈하얀 리본〉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초기작에서 분출되던 직접적인 잔혹성은 점점 옅어지지만, 미하엘 하네케 특유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날카롭고 논쟁적이다.
2. 주제
〈아무르〉는 제목처럼 80대 노부부의 ‘사랑’에 대한 영화다. 미하엘 하네케는 영화 전반에 걸쳐 두 노인이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삶을 담아내며 이상적인 노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부부는 서로에게 더할 나위 없는 대화 상대이고, 육체적 사랑에도 게으르지 않으며,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행동한다.
하지만 하네케가 〈아무르〉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단지 이상적인 사랑이 아니라, 그런 사랑조차 감당하기 버거운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찾아왔을 때의 모습이다. 주변 사람들은 아내를 돌보는 조르주의 모습에 존경을 표하지만, 예정된 운명인 죽음의 힘은 그런 조르주의 마음마저 뒤흔든다. 미하엘 하네케는 죽음의 압도적인 힘 앞에 선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죽음은 넉넉한 마음의 노인마저 감당하지 못할 감정에 허덕이게 한다. 조르주는 낯선 상황에 어찌할 줄 몰라 하던 10살 무렵의 소년 시절로 되돌아간다(아내를 죽이기 전에 그 무렵 첫 캠프의 끔찍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조르주는 안느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또는 안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아니면 크게 흔들리는 사랑의 감정을 붙들기 위해 그녀의 목숨을 끊기로 결심한다. 조르주는 그 결단의 순간, 아니 그 지점에 당도할 때까지 사랑에 뒤따르는 고통의 무게에 짓눌린다. 조르주에게 고통과 사랑은 서로의 이명(異名)이다. 그것이 〈아무르〉가 궁극적으로 보여주려는 사랑의 모습이다.
〈아무르〉는 노인의 결단을 보여주고 그 행위에 대한 윤리적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 사랑이 점점 감당할 수 없는 의무가 되고, 의무의 이행이 사랑의 감정마저 무너뜨리는 고통이 되어갈 때,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하는 질문. 또는 조르주의 결단을 과연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가, 하는 질문. 영화 엔딩에서 떠나버린 조르주의 자리에 앉은 에바의 모습처럼, 그 사랑의 고통은 우리 모두에게 다시 반복될 것이다. 그것이 그 질문에 우리가 답해야 하는 이유다.
3. 주요 장면
〈아무르〉에서 노부부의 집은 또 다른 주인공이다. 조르주는 안느가 죽은 뒤 침실 문을 폐쇄한다. 그들에게 집은 반평생의 사랑이 차곡차곡 쌓인 장소였다. 실제로 노부부의 집은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소품으로 완벽하게 꾸며져 있다. 하지만 안느에게 병마가 찾아온 이후에는 두 사람이 함께 사랑을 나눴을 침실은 안느의 병실로 변하고, 사랑은 점차 고통이 된다. 그리고 병실이었던 침실은 안느의 죽음 이후 그녀의 몸이 안치된 관이 된다. 조르주가 침실의 관 속에 정성스레 안치한 것은 단지 안느의 육체만이 아니라 그곳에 층층이 쌓여 있는 그들의 모든 사연이다.
조르주와 안느의 집에는 무언가가 끊임없이 침입한다. 연주회를 감상하고 돌아온 저녁, 그들의 집에는 도둑이 침입한 흔적이 있다. 그리고 영화 중간에 두 번에 걸쳐 집 안에 새 한 마리가 찾아든다. 〈아무르〉에서 반복적으로 침입하는 무언가는 느닷없이 찾아오는 죽음의 메타포와 다르지 않다. 죽음 앞에 당황스러운 것은 그것이 아무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집 안에 찾아든 새에 대한 조르주의 상반된 태도다. 조르주의 첫 번째 반응은 새를 집 바깥으로 내쫓는 것이다. 안느가 죽기 전, 조르주는 급하게 죽음의 기운을 내몬다. 그녀를 조금이라도 곁에 머물게 하려는 조르주의 안간힘. 새가 두 번째로 찾아온 건 안느가 죽은 직후다. 조르주는 정성스레 비둘기를 품에 품는다. 마치 그것이 안느의 영혼인 양 말이다.
주요 등장인물
조르주(장 루이 트랭티냥) : 병든 아내 곁에서 헌신적으로 간호하는 80대 남편.
안느(에마뉘엘 리바) : 점점 병들어가는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 애쓰는 80대 부인.
에바(이자벨 위페르) : 노부부의 딸. 병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어머니를 간호하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명장면 명대사
당신한테 못해준 이야기가 내겐 아직 많아.
- 조르주반평생을 함께한 80대 남편이 아내에게 하는 말. 어떤 말보다 심금을 울리는 사랑 고백이며 부디 좀더 자신의 곁에 머물러달라는 절실한 기도다.
관련정보
수상
• 2012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 2013년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 2013년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
• 2013년 영국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에마뉘엘 리바), 외국어영화상
• 2013년 세자르상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에마뉘엘 리바), 남우주연상(장 루이 트린티냥), 각본상(미하엘 하네케)
음악
음악가 부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답게 〈아무르〉에는 슈베르트, 베토벤, 바흐 등의 곡이 담겨 있다. 영화에 실린 모든 곡은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가 연주했다. 그는 영화에 부부의 제자로 직접 출연하기도 한다. 이 장면에서 타로가 연주하는 곡은 베토벤의 〈바가텔 Op. 126 No.2〉로, 바가텔(Bagatelle)은 피아노를 위한 소곡을 가리킨다. 알렉상드르 타로는 이 곡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 안느의 오른팔이 마비된 것을 알게 된다.
영화평론가.
안시환:1974년생. 동국대 영화과에서 「역사영화의 정치적 무의식 연구 : 1987년 이후 한국영화를 중심으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3회 영화진흥위원회 우수논문상공모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고, 제10회 〈씨네21〉 영화평론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저널리즘 비평을 시작했다. 동국대, 중앙대, 홍익대 등에서 영화미학과 매체철학 등을 강의했고, 중앙대 연구원과 경성대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미쟝센단편영화제 프로그래머로 활동했고, 〈씨네21〉, 〈한겨레신문〉, 〈예스24〉 등에 영화평과 문화비평을 연재해왔다. 〈한국영화 섹슈얼리티를 만나다〉, 〈막스 오퓔스〉 등을 공저했다.
감수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 1995년부터 2년간 한겨레신문사 <씨네21>에서 근무하고 영국 UEA(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석사과정에서 1년간 영화학을 공부했다. 이듬해 11월 <씨네21>에 두 번째 입사하여 현재는 <씨네21> 편집
-제공처씨네21 http://www.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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