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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

금동원(琴東媛) 2016. 6. 29. 08:06



『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 인생의 계단을 오를 때마다 힘이 되어 준 열 명의 그녀들

-이화경 저/ 웅진 지식 하우스



  책 소개


  제인 오스틴, 프랑수아즈 사강, 버지니아 울프, 수전 손택…
  청춘의 어느 밤에는 그녀들이 필요한 시간이 있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주체할 수 없는 열정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젊은 날 한 번쯤은 빠져드는 고민을 나누기 위해 역사상 가장 지적이고 매혹적인 열 명의 그녀들이 우리 곁에서 하얗게 밤을 밝힌다.

  하고 싶은 일과 현실 사이의 문제, 사랑과 결혼의 문제, 인정받고 싶은 욕망과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 사이의 문제, 부모님의 기대와 사회의 편견에 관한 문제, 이상을 향한 투쟁의 문제 등 이제는 위대한 역사가 된 그들의 고민과 오늘 우리의 고민은 결코 다르지 않다. 이 책의 매력은 바로 이러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나도 그렇게 살아왔다고, 당신만 겪는 게 아니라고, 그러니 다 괜찮다고…….” 책을 읽다 보면 이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제인 오스틴, 조르주 상드, 실비아 플라스, 프랑수아즈 사강, 버지니아 울프, 잉게보르크 바흐만, 로자 룩셈부르크, 수전 손택, 한나 아렌트, 시몬 드 보부아르. 이름만으로도 엄청난 존재감이 느껴지는 그녀들. 소설가 이화경은 이 책에서 이들과 함께 밤을 새우며 다양한 문제와 고민에 대해 교감하고 소통했다. 19세기에서 21세기까지, 급변하는 역사의 한 가운데서 세상을 향해 주저 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그녀들의 삶이 오늘 우리의 삶과 입체적으로 만나 현재의 이야기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녀들이 절실히 필요한 청춘의 어느 밤, 침대 맡에서 펼친 이 책을 통해 내 안에 숨어 있는 작은 용기를 발견한다.


  저자 소개

  李和暻 전남대학교 영문학과와 전북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년간 인도 캘커타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1997년 《세계의 문학》에 「둥근잎나팔꽃」을 발표하여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는 소설집 『수화』, 장편소설 『나비를 태우는 강』, 비평집 『이상 문학에 나타난 주체와 욕망에 관한 연구』, 인도 동화 번역집 『그림자 개』 등이 있다.



  목차


  1. 어떤 유혹에도 포기할 수 없는 자존감에 대해
  제인 오스틴,《오만과 편견》

  2. 사랑 없이 산다는 건 죽도록 슬픈 일이다
  조르주 상드, 《조르주 상드의 편지》

  3. 젊은 영혼은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가
  실비아 플라스, 《벨 자》

  4.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 《슬픔이여, 안녕》

  5. 당신은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있는가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6. 청춘아 걸으라, 그대의 뼈는 부서지지 않으리니
  잉게보르크 바흐만, 《삼십 세》

  7.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혁명을
  로자 룩셈부르크, 《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

  8. 타인의 아픔에 울어보지 않고 나를 알 수 있을까
  수전 손탁, 《타인의 고통》

  9. 세계는 나를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전진한다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10. 그들이 그려놓은 이미지대로 살고 있지 않은가
  시몬느 드 보부아르, 《위기의 여자》



  책 속으로


  낭만적 연애에 대한 상상력은 내 젊은 날이나 딸들의 현재나 별반 다르지 않다. 여전히 고루하고 가난하다. 남자를 사랑하긴 하되 나 자신을 더 사랑하는 건강한 이기주의자가 되기보다는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는 것이 행복하다고 믿는 노예로 남길 바란다. 영국 중산층의 결혼 풍속도이자 낭만연애극인 《오만과 편견》이 여전히 읽히고, 영화나 드라마로 끊임없이 리메이크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어떤 유혹에도 포기할 수 없는 자존감에 대해: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pp.18-19

  성인이 된 그녀는 진심으로 우러나서 되고 싶은 것이 없이 성장한 자신에 대한 분노와 어머니가 원했던 대로 꼭두각시처럼 살아온 것에 대한 절망으로 스스로를 닦달한다. 사랑과 인정에 대한 갈망으로 실비아는 우등생 콤플렉스를 갖게 되어 하버드에 다니는 남동생과 심리적으로 경쟁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원고 거절에 대한 무시무시한 공포에 영혼을 저당 잡히고야 만다. 그녀는 평생 “훌륭하다 못해 완벽해야 한다”라는 악마의 목소리에 단 한 번의 쉼도 없이 “계속, 계속, 계속해서 행군”하며 완벽을 촉구하는 자아의 흡혈귀에 남김없이 빨아 먹혔다.
「젊은 영혼은 무엇을 가장 두려워 하는가: 실비아 플라스, 《벨 자》」 ---p.76

  《자기만의 방》은 가부장제 권위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가며 조롱하는 날카로움, 문학 시장을 독점하고 문학계를 전유하는 남성들의 허세를 야유하는 유쾌한 배짱, 무시무시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세상 안에서 독창적인 글쓰기를 하라고 여성을 격려하고 다독이는 따뜻함, 지적인 허세 없이 요점을 파고드는 능수능란함이 유감없이 발휘된 책이었다. ‘자기만의 방’을 소유하기를 갈망했고, 다른 노동이 아니라 글을 쓰는 노동으로 돈을 벌고 싶었던 내게 그녀가 들려주는 목소리는 참으로 위로가 되었다.
「당신은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있는가: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p.132

  그리하여 이 시대에 혁명을 구가하는 일은 일종의 ‘안전한 허영놀이’에 불과하며, 티셔츠에 아로새겨진 체 게바라 같은 혁명가의 모습은 ‘세련된 지성의 아이콘’이자, 지적?도덕적 장식이며 ‘이상주의자의 거짓 신분증’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한때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토로하며, 세상이 바뀌기를 꿈꾸었던 20대들은 이제 보잘것없는 중년의 삶을 확 바꿔줄 로또 대박을 꿈꾼다. 더러는 한때나마 혁명가였고 왕년의 투사였던 이들은 권력으로 향하는 길로 일찌감치 들어섰다. 혁명이라니, 개혁도 어려운 판에. 내 코가 석자인데 수정이라니, 개량이라니. 그저 현상유지만 해도 감사할 판국에.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혁명을: 로자 룩셈부르크, 《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 ---pp.198-199

  그러나 이런 진실에 나는 마음이 몹시 아프다. 어미는 나처럼 살지 말라고 호소하고, 딸들은 엄마처럼 살지 않으려고 수많은 어머니를 죽인다. “아들은 어머니에 대해서도 아버지에 대해서도 이런 다짐이 필요 없다”라는 여성학자 정희진의 말처럼, 현대 교육을 받고 아버지의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딸은 어머니를 죽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버리지는 못해 어머니의 시체를 껴안고 울며불며 사막을 헤매는 것, 이것이 딸들의 인생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어미들이, 앞으로의 어미들이 딸들에게 원하는 건, 여자라서 행복한 게 아니라, ‘인간이라서’ 행복한 것이다.
  「그들이 그려놓은 이미지대로 살고 있지 않은가: 시몬 드 보부아르, 《위기의 여자》」
---p.250

   

  출판사 리뷰


  치열하고 뜨거운 삶을 살았던 멘토들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인문 에세이

  제인 오스틴, 사랑의 아픔은 어떻게 이겨낼 수 있나요
  프랑수아즈 사강, 내 몸은 진짜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건가요
  실비아 플라스, 상대방에게 얽매이지 않는 관계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로자 룩셈부르크,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당당할 수 있을까요
  버지니아 울프, 외롭지 않은 인생이란 없는 건가요

  《오만과 편견》에서 《자기만의 방》까지. 삶의 성장통을 겪을 때마다 힘이 되어 준 지적 유산들이 고민 많은 청춘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까닭은 그것이 독해의 대상이 아니라 대화와 소통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작품들을 쓴 그들의 실제 인생 이야기가 더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을 언니, 형, 누나라 부르며 깊은 속 얘기를 꺼내고 싶어진다.

  소설가 이화경 역시 젊은 날 힘든 방황을 하기도 하고, 글 한 줄 쓸 수 없을 때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았던 이들의 인생과 작품을 보며 위로를 받았다. 고단한 글쓰기와 일상에 지칠 때면 “글을 쓸 때 나는 단지 감각이 된다”던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장을 훔쳐보며 버티고, 생의 모든 불편을 다 참으며 작품을 써냈던 제인 오스틴의 오기를 빌어서 자신을 다졌다.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이 앞에 놓여 있으면 “이제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는 로자 룩셈부르크의 말에서 힘을 얻고, 남들의 시선에 상처를 받을 때면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는 데 열정을 쏟았던 조르주 상드를 보면서 웃을 수 있었다.

  그녀들의 역사와 지금 우리의 삶이 깊이 연루되어 있음을 느끼면 외롭지 않았다

  제인 오스틴은 남들처럼 안정적인 삶을 위한 결혼은 결코 원하지 않았기에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글을 써서 돈을 벌었다. 그것이 그의 자존감이었다. 버지니아 울프 역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기 위해 평생 발버둥을 쳤다. 실비아 플라스는 엄마의 욕망에 의해 어릴 때부터 모범생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길 간절히 꿈꿨고, 프랑수아즈 사강은 자유로운 삶을 위한 극한의 투쟁을 벌였다. 로자 룩셈부르크와 수전 손택, 한나 아렌트 등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치 참여를 하고 세상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이들은 후회 없이 사랑하고, 주체적인 관계를 고민했으며, 의미 있는 생을 살고자 했다.

  하고 싶은 일과 현실 사이의 문제, 사랑과 결혼의 문제, 인정받고 싶은 욕망과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 사이의 문제, 부모님의 기대와 사회의 편견에 관한 문제, 이상을 향한 투쟁의 문제 등 이제는 위대한 역사가 된 그들의 고민과 오늘 우리의 고민은 결코 다르지 않다. 이 책의 매력은 바로 이러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나도 그렇게 살아왔다고, 당신만 겪는 게 아니라고, 그러니 다 괜찮다고…….” 책을 읽다 보면 이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왜 위대한 남성들에게만 길을 묻는가

  2005년 서울대는 대학생들을 위한 100권의 권장도서를 선정했다. 한국문학, 외국문학, 동양사상, 서양사상, 과학기술 등 5개 분야로 나누어 선정했는데, 97편의 작품이 위대한 남성들의 책이었다. 여성이 쓴 작품은 오직 한국문학 분야에서만 3편이 선정됐다.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 박경리의 《토지》, 강경애의 《인간문제》가 전부다. 뿐만 아니라 국내 출간된 대표적인 책 읽기 책들도 오직 남성 멘토에게만 길을 물었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에서는 열다섯 명의 남성 지식인들이, 김용규의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는 열세 명의 남성 작가들만 등장했다. 장정일과 로쟈의 책 읽기 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엔 남성 멘토만 있는 게 아니다. 독자의 성별과 상관없이 위대한 여성 멘토들에게만 들을 수 있는 그런 소중한 이야기가 있다. 남녀 모두를 억압하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세상. 이에 맞서 고민하는 청춘들에게는,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먼저 고민을 하고 나름의 답을 찾아낸 용감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더구나 남성이라고 남성의 문제만 이야기하지 않았듯이,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에 등장하는 여성 지식인들도 사랑, 인정, 혁명, 타인의 고통, 악의 평범성 등 누구나 깊게 고민하게 되는 보편적인 문제들을 이야기했다. 이 책은 이제까지 많은 인문교양서들이 미처 다루지 못한 또 다른 절반의 보편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는, 100년 뒤에도 모든 젊음을 뒤흔들 그런 질문과 대답이 있는 소통의 기록이다.




   시대보다 뜨겁게 살다간 10인의 여성을 만나다

  키치 | 2013-07-07/http;//blog24.com/document/7312505


  책 중에는 그 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책들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 있다. 그런 책들을 나는 멋대로 '씨앗책'이라고 부른다. 씨앗 하나로부터 줄기가 뻗어나와 여러 개의 가지로 이어지는 것처럼 그 책 한 권에서 다른 책들로 독서의 가지가 쭉쭉 뻗어나가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가 바로 그런 책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등장 인물들이 쓴 책을 읽어보고 싶어지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나도 책을 다 읽자마자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과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를 구입했다. 조만간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과 한나 아렌트의 책도 구입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제목만 보아서는 버지니아 울프에 관한 책같은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저자 이화경은 <꾼>, <화투 치는 고양이> 등을 쓴 소설가로, 자신에게 많은 영감을 준 매혹적이고 지적인 열 명의 여성들의 삶을 이 책에 담았다. 그 중에는 버지니아 울프도 있고, 제인 오스틴, 조르주 상드, 프랑수아즈 사강, 헤르타 뮐러 같은 소설가와 로자 룩셈부르크, 수전 손택, 한나 아렌트, 시몬 드 보부아르 같은 정치가, 저널리스트, 학자도 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녀를 비롯한 열 명의 여성들이 '공동 주연'인 셈이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 대부분이 여성주의 논의에 자주 거론되는 인물들이건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 중 대부분은 여성주의를 알지도, 의도하지도 않았다.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한 것인데, 그것이 다른 여성들의 삶에 등불과도 같은 역할을 했다. 제인 오스틴은 경제적으로 윤택하지만 굴종적인 결혼생활 대신 가난해도 작가로서 독립적인 삶을 사는 것을 택했다. 조르주 상드는 여성 작가들이 가정과 연애 같은 소재에만 천착하는 것을 개탄하며 남성이 향유하는 생활을 경험하기 위해 남장을 불사했다. 현대인들의 눈에는 이들의 선택이 지극히 당연하고 올바른 것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남성들은 물론 같은 여성들에게도 어리석고 위험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졌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돌을 던지고, 가족과 친구, 연인마저도 등을 돌리는 삶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런 삶을 받아들인 여성들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이렇게 자유롭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고개가 숙여진다.  


  더욱 숭고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들이 그렇게 산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 자신의 철학과 경험을 작품으로 남겼다는 것이다. 비록 그들의 작품 중 다수가 당대에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경제적, 정치적으로 편안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준 것도 아니지만, 그들이 피땀 흘려 작품을 남긴 덕분에 후세 사람들의 삶은 더욱 풍요롭고 윤택해졌다. 여자라는 것이 때로는 삶을 옭아매는 족쇄처럼 여겨지지만, 여자이기에 이런 위대한 여성들의 삶에 귀기울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고 본받고자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