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순간들』:불멸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자전적 에세이
-버지나아 울프 지음/ 정명진 역/ 부글북스/Moments df Being
책소개
훅 불면 사라져버릴 것 같은 버지니아 울프의 섬세한 내면 풍경
『존재의 순간들』은 버지니아 울프가 1941년 3월 코트 주머니에 돌을 채워 넣고 우즈 강을 걸어 들어가 생을 마감하고 난 뒤에 발굴된 원고들을 모은 것이다. 회고록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남편 레너드 울프가 버지니아의 조카, 버지니아 울프가 말하는 존재의 순간은 충격이나 깨달음, 계시 같은 것을 느끼는 순간으로, 개인이 존재의 실체를 온전히 느끼는 순간을 말한다. 반면에 비존재의 순간은 개인이 존재의 실체와 유리되어 있는 상태를 말하며, 먹고 마시고 자고 대화하는 등의 의식적인 생활의 대부분은 이 비존재에 속한다.
1907년경, 즉 그녀의 첫 소설 『항해』(The Voyage Out)를 발표하기 8년 전에 쓴 1부는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조카(줄리안 벨)에게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울프의 언니 바네사 벨의 첫 아들 줄리안 벨에게 그의 어머니 바네사 벨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인데, 물론 그것은 버지니아 울프의 유년 시절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변에 유난히 많았던 요절이 버지니아 울프에게 미친 영향이 그려진다. 버지니아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줄리안 벨마저도 1937년에 스페인 내전에 앰뷸런스 운전병으로 참전했다가 29세의 나이로 죽는다.
2부는 언니 바네사의 독촉을 받고 쓴 글로 1939년 초부터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4개월 전까지 쓴 글이다. 영국 예술비평가 로저 프라이의 전기를 집필하는 과정에 이따금씩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쓴 글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암울한 분위기에서 죽음을 예감하며 쓴 것으로 추정된다
Adeline Virginia Woolf(1882~ 1941)
위대한 소설가이자 비평가로, 문학사에서 페미니즘과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20세기 주요 작가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 영국, 빅토리아 시대 풍의 관습, 자유주의와 지성이 적절하게 혼합된 단란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인 레슬리 스티븐 경은 빅토리아 시대의 저명한 평론가·전기작가·학자로 『18세기 영국 사상사』의 저자이자 『국제 전기 사전』의 편집자였다. 그녀의 어머니 줄리아는 소문난 미인이자 문학계의 안주인으로 스티븐 가문을 이끌었다. 특히 버지니아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버지의 교육이었는데, 그녀는 감성적으로 읽는 법과 훌륭한 글을 감상하는 법을 아버지에게서 배웠으며 세인트 에이브스의 별장에서 보낸 어릴 때의 여름철 경험이 그녀와 바다를 밀접하게 만들었다.
부모가 죽은 뒤로는 남동생 에이드리언을 중심으로, 케임브리지 출신의 학자 ·문인 ·비평가들이 그녀의 집에 모여 '블룸즈버리그룹'이라고 하는 지적 집단을 만들었으며, 리튼 스트레치, 로저 프라이, 레너드 울프, 클라이브 벨, 던컨 그랜트, J.M. 케인즈, 데스먼드 매카시 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미술, 문학, 인생, 정치, 경제, 그 밖의 모든 문제를 논하고 사상을 연마했다. 1905년부터는 『타임스』지(紙) 등에 문예비평을 써 왔고, 1912년 정치평론가인 L.S.울프와 결혼하였다.
1915년 처녀작 『출항』을, 1919년에는 『밤과 낮』을 발표하였다. 이들은 다 같이 전통적 소설형식을 따랐으나 1922년에 나온 『제이콥의 방』에서는 주인공이 주위 사람들에게 주는 인상과 주위 사람들이 주인공에게 주는 인상을 대조시켜 그린 새로운 소설형식을 시도하였다. 이와 같은 수법을 보다 더 완숙시킨 작품이 『댈러웨이 부인』(1925)이었다. 그 사이 평론 『현대소설론』(1919)과 『베넷씨와 브라운 부인』(1924)에서는 또 새로운 실험적 소설이 갖추어야 할 요소를 논하고,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진실에 대한 관점도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1927년에는 소녀시절의 원체험(原體驗)의 서정적 승화라고도 할 수 있는 『등대로』를 발표,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인간 심리의 가장 깊은 곳까지를 추구하며 시간과 '진실'에 대한 새로운 관념을 제시하였다. 친구 S.웨스트의 전기 『올랜도 Orlando』(1928)는 그와 같은 수법의 좋은 예이다. 1931년에 발표한 『물결 The Waves』은 소설이라기보다 시에 가까우며 그녀의 사상의 궁극과 한계를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그 후에 발표한 『세월』(1937) 『막간 Between the Acts』(1941)에서는 또다시 전통적인 수법으로 돌아갔다.
이 밖에 문예평론집에 『일반독자 The Common Reader』(2권, 1925∼1932), 여성론 『자기만의 방 A Room of one's Own』(1929) 등이 있다. 1941년 3월 28일 다음과 같은 편지를 남기고 우즈강에 투신 자살하였다. 원인은 소녀시절부터의 심한 신경증이 재발한 데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보, 나는 내가 다시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나는 우리가 또다시 그러한 지독한 시간을 극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다시 건강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 당신은 놀라울 정도로 나를 참아냈고, 나에게 너무나 잘해주셨습니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군요. 누군가 나를 구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당신이었을 겁니다. 당신의 호의에 대한 확신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이 나를 떠났습니다. 나는 당신의 인생을 더 이상 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어떤 두 사람도 우리들보다 더 행복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 『자기만의 방』과 『3기니』등은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으로 재평가되면서 울프의 저작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따. 특히 그녀의 작품 『자기만의 방』이 피력한 여성의 물적, 정신적 독립의 필요성과 고유한 경험의 가치는 수십년이 흐름 우리 시대의 인식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출판사 리뷰
버지니아 울프가 1941년 3월 코트 주머니에 돌을 채워 넣고 우즈 강을 걸어 들어가 생을 마감하고 난 뒤에 발굴된 원고들을 모은 것이 『존재의 순간들』이다. 회고록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남편 레너드 울프가 버지니아의 조카, 그러니까 버지니아의 언니 바네사 벨의 아들 퀜틴 벨(집필 당시 영국 서섹스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였음)에게 전기 집필을 위해 넘겨준 자료 속에 묻혀 있다가 발견된 것들이다. 퀜틴 벨이 쓴 버지니아 울프의 전기는 1972년에 발표되어 각종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존재의 순간들’이라는 제목은 1976년에 처음 책으로 묶을 때 에디터로 유고를 정리한 슐킨드(Jeanne Schulkind)가 2부 ‘과거의 스케치’에 나오는 표현에서 딴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하는 존재의 순간은 충격이나 깨달음, 계시 같은 것을 느끼는 순간으로, 개인이 존재의 실체를 온전히 느끼는 순간을 말한다. 반면에 비존재의 순간은 개인이 존재의 실체와 유리되어 있는 상태를 말하며, 먹고 마시고 자고 대화하는 등의 의식적인 생활의 대부분은 이 비존재에 속한다.
버지니아의 가족들에 대해 사전에 조금 아는 것도 이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버지니아 울프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 경은 작가와 비평가로 활동하면서 영국 문단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다. 그녀의 어머니 줄리아 덕워스는 미모로 유명한 여인이었다. 두 사람 모두 재혼이었으며, 두 사람이 결혼할 당시 레슬리 스티븐에게는 딸 하나가 있었고 줄리아 덕워스에게는 딸 하나와 아들이 둘 있었다. 레슬리 스티븐과 줄리아 스티븐이 낳은 아이가 4명이었으니, 한 지붕 밑에 3가족이 살면서,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 어머니와 첫 남편 사이에 태어난 3명에게 “타인들”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온갖 갈등을 겪으며 살았을 것이다.
1907년경, 즉 그녀의 첫 소설 『항해』(The Voyage Out)를 발표하기 8년 전에 쓴 1부는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조카(줄리안 벨)에게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울프의 언니 바네사 벨의 첫 아들 줄리안 벨에게 그의 어머니 바네사 벨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인데, 물론 그것은 버지니아 울프의 유년 시절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변에 유난히 많았던 요절이 버지니아 울프에게 미친 영향이 그려진다. 버지니아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줄리안 벨마저도 1937년에 스페인 내전에 앰뷸런스 운전병으로 참전했다가 29세의 나이로 죽는다.
2부는 언니 바네사의 독촉을 받고 쓴 글로 1939년 초부터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4개월 전까지 쓴 글이다. 영국 예술비평가 로저 프라이의 전기를 집필하는 과정에 이따금씩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쓴 글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암울한 분위기에서 죽음을 예감하며 쓴 것이 아닌가 싶다.
1부와 2부는 버지니아 울프가 회고하는 시기가 서로 겹친다. 그래도 중복되는 내용은 없다. 집필 시기가 서로 다른 만큼, 그 내용을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과거라는 것도 끊임없이 현재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확인될 것이다.
3부는 ‘회고록 클럽’의 회원들 앞에서 읽기 위해 쓴 것으로 문학적으로 성숙되어 가던 시기의 글이다. 그 중에서 ‘하이드 파크 게이트’는 1921년경에, ‘올드 블룸스버리’는 1922년경에, ‘나는 속물인가’는 1936년 12월에 낭독되었다.
‘회고록 클럽’은 1920년 3월에 조직되었으며, 제1차 세계대전 동안에 느슨해진 ‘블룸스버리 그룹’을 재조직하는 의미가 강했다. 버지니아 울프와 레너드 울프, 바네사 벨과 클라이브 벨, 데스몬드 맥카시와 몰리 맥카시, 애드리안 스티븐, 존 메이나드 케인스, E. M. 포스터, 로저 프라이, 던컨 그랜트, 색슨 시드니-터너, 리튼 스트레이치 등 창립 멤버는 13명으로, 블룸스버리 멤버와 거의 일치한다.
이 모임이 강조한 것은 자신의 글에 절대적으로 솔직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버지니아 울프의 글에도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아버지가 다른 오빠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겪는 아픔이 그대로 전해진다. 약간의 바람만 일어도 금방 사라져버릴 것 같은 울프의 감수성과 생각, 예술의 세계가 아주 친근하게 다가온다. 정신이상 증세를 겪다가 자살로 생을 정리한 탓에 20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이 아쉽다.
[독자리뷰]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이해할 수 있는 책
duetto | 2014-01-25|blog.yes24.com/document/7567804
버지니아 울프의 자전적 에세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사실 무턱대고 읽어내려간 책이지만 책 맨 뒤편에 있는 옮긴이의 글에 따르면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가 1941년 봄 극적인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난 뒤에 발굴된 원고들을 모은 것이라 한다. 작품보다도 오히려 생애가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어 온 작가로서 나도 버지니아 울프의 존재는 책보다는 영화로 먼저 접했다. 그 중 하나는 댈러웨이 부인(Mrs. Dalloway)으로 버니지아 울프의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니콜 키드먼이 버지니아 울프로 열연했던 "디 아워스(The Hours)"였다. 특히 "디 아워스"는 매우 감동적인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작품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런 해제 없이 이 책을 마주대하니 이 책에서 나오는 다양한 이름들이 낯설었다. 물론 그 심연의 이야기들은 하나하나 흥미로웠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글은 세여자 줄리아 스티븐, 스텔라 덕위스, 바네샤 벨에 대한 이야기로 자신의 친언니 바네사 벨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게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여자들은 버지니아 울프에게 엄마, 언니들이 된다. 자신들의 삶은 대단히 소박하고 규칙적이었다면서 어린 시절 여자 아이들의 섬세한 감수성이 물씬 풍긴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재혼이라 배다른 형제자매들과 함께 살았는데 그들 각자의 삶이 어떤 원형을 이루는 조각들과 같다고 인식하면서 글이 전개된다. 특히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어머니의 죽음과 맏이 역할을 했던 스텔라 언니의 죽음이다. 그래서 친언니 바네샤가 매우 섬세한 예술적 재능을 드러내고 있었음에도 그 자연스러운 성장이 방해를 받았다고 적고 있다. 누군가의 죽음이 뒤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무척 파괴적으로 그리고 있어서 그런지 매우 가슴 아팠다.
그 가족에게 죽음은 비극적 상실이었을 뿐만 아니라 환멸감까지 안겨주었다고 한다. 이 책은 어머니의 죽음 역시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한 마지막 입맞춤을 차가운 강철에 입을 맞추는 느낌이었다고 묘사하면서 자신의 나이 열세 살 때 어머니가 죽었음에도 자신이 44세가 될 때까지 그것이 자신을 괴롭혔다고 고백하고 있다. 자신이 44세 때 쓴 작품 "등대로"에서 그 어머니에 대한 글을 씀으로써 어머니의 기억의 힘을 상당 부분 털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와 비교하여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애정은 더욱 심오하게 묘사된다. 아버지가 열 살 더 젊었거나 자신이 나이가 더 들었거나 아니면 중재를 할 엄마나 언니가 있었다면 자신의 고통과 분노와 외로움이 많이 덜어질 수 있었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또한 천재가 되려던 좌절된 욕구와 일류가 아니라는 깨달음이 걷잡을 수 없는 낙담과 이기적인 성격으로 아버지를 변모시켰다고 말한다.
그 밖에도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신이 어린 시절 방 침대에 누워서 본 집안 풍경들을 묘사한 것이었다. 다양한 빛깔과 소리에 대한 풍부한 표현들이 전해주는 질감은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했다. 또한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정어잡이, 레가타라는 보트 경주대회로 묘사되는 세인트 아이브스에서의 삶과 빅토리아 시대 중상류층 삶을 보여주고 있는 런던의 켄싱턴 가든에서의 삶의 모습이 대조되면서 인상적이었다. 또한 젊은 지식인들의 모임이었던 블룸스버리 모임을 주도하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특히 자신에 대한 표현이 재미있다. 자신이 너무 무식하고 교육 받은 것이 너무나 형편없다는 것, 자만심이 매우 강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로서의 자만심은 순전히 속물적인 것이었다는 것, 청교도적 기질로 거울을 쳐다보는 것도 수치심을 느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녀의 인생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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