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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강의 /신영복

금동원(琴東媛) 2016. 8. 17. 22:16

 

 

『강의』 나의 동양 고전 독법

 -신영복 저 | 돌베개

 

 

 

  책 소개

 

  자본주의 체제가 양산하는 물질의 낭비와 인간의 소외, 그리고 인간관계의 황폐화를 보다 근본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신영복 선생의 동양고전 강의.시경, 서경, 초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를 '관계론'의 관점으로 새롭게 읽는다.

  이 책은 '관계론'의 관점에서 고전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동양적 삶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인성의 고양'이며, 이 인성의 내용이 바로 인간관계라는 점을 강조하며 결국 인성을 고양한다는 것은 인간관계를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다. 인(人)은 인(仁)으로 나아가고, 인(仁)은 덕(德)으로 나아가고, 덕은 치국(治國)으로 나아가고, 치국은 평천하(平天下)로 나아간다. 그리고 천하는 도(道)와 합일되어 소요하는 체계로써 인성은 이웃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며 그 시대의 아픔을 주입함으로써 만들어가는 것이고 한 마디로 좋은 사람은 좋은 사회 좋은 역사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것은 서구적 가치가 개인의 존재성을 강화하고 개인의 사회적, 물질적 존재조건을 확대하고 해방하여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과 구별된다. 서구적 가치는 인성의 고양보다는 개인의 존재 조건을 고양하는 것이며 그 존재 조건들 간의 마찰과 충돌을 합리적으로 규제하는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체제가 양산하는 물질의 낭비와 인간의 소외, 그리고 인간관계의 황폐화를 보다 근본적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것이 당면한 문명사적 과제이고 그리고 특히 우민화(愚民化)의 최고수준을 보여주는 상품문화의 실상을 직시하는 것에서 비판정신을 키워가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러한 비판적 성찰은 단지 성찰에 그치지 않고 근대사회의 존재론적인 구조에 대한 철학적 체계로 정립되지 않으면 안된다.

  동양고전의 독법에 있어서는 고전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성찰적 관점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한 관점을 얻었다면 마치 강을 건넌 사람이 배를 버리듯이 고전의 모든 언술(言述)을 버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고전장구의 국소적 의미에 갇히지 않고 그러한 관점을 유연하게 구사하여 새로운 인식을 길러내는 창신(創新)의 장이 시작되는 지점에 서는 것이기 때문이고 그것은 오늘의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며, 동시에 내일의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때문이다

 

  목차

 

1. 서론
2. 오래된 시詩와 언言
3. 의 관계론
4. , 인간관계론의 보고
5. 맹자의 의義
6. 노자의 도와 자연
7. 장자의 소요
8. 묵자의 겸애와 반전 평화
9. 순자, 유가와 법가 사이
10. 법가와 천하 통일
11. 강의를 마치며

 

 

  작가소개

 

   Shin, Young-Bok,申榮福 우리 시대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 1941년 경상남도 밀양에서 출생했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숙명여대와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 육사에서 교관으로 있던 엘리트 지식인이었던 신영복 교수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고 대전 · 전주 교도소에서 20년간 복역하다가 1988년 8 ·15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976년부터 1988년까지 감옥에서 휴지와 봉함엽서 등에 깨알같이 쓴 가족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묶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큰 고통 속에 있는 인간이 가슴 가장 깊은 곳에서 길어올린 진솔함으로 가득한 산문집이다. 1989년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 한국사상사, 중국고전강독 등을 가르쳤고, 1998년 3월, 출소 10년만에 사면복권되었다. 1998년 5월 1일 성공회대학교 교수로 정식 임용되어 2007년 정년퇴임을 하고 석좌교수로 재직했다. 2014년 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2016년 1월 15일, 향년 7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생략)

 

 

 

  책 속으로

 

  지(知)와 애(愛)는 함께 이야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알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애정 없는 타자와 관계없는 대상에 대하여 알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진정한 의미의 지(知)라는 사실입니다. 엄청난 정보의 야적(野積)은 단지 인식의 혼란에 그치지 않고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폄하하게 합니다. 더구나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사람이 '팔기 위해서' 진력하고 있는 사회입니다. 모든 것을 파는 사회이며, 팔리지 않는 것은 가차없이 폐기되고 오로지 팔리는 것에만 몰두하는 사회입니다. 상품가치와 자본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입니다. 이러한 체제에서 추구하는 지식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는 한 점의 인연도 없습니다. 지(知)는 지인(知人)이라는 의미를 칼같이 읽는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회는 무지(無知)한 사회입니다. 무지막지(無知莫知)한 사회입니다.

  내가 이 구절을 좋아하는 까닭은 자기반성을 이보다 더 절절하게 표현한 구절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도 '선생'들이 읽어야 할 구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선생들은 결과적으로 자기를 배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지요. 자신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거나 자기의 일그러진 모습을 정확하게 인식하기가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이지요. 자기를 기준으로 남에게 잣대를 갖다 대는 한 자기반성은 불가능합니다. 자신의 미혹(迷惑)을 반성할 여지가 원천적으로 없어지는 것이지요. 개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 사회 한 시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회 그 시대의 일그러진 모습을 정확히 직시하고, 그것을 답습할까봐 부단히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지요. 사회발전은 그러한 경로를 거치는 것이지요. 자기의 문화, 자기의 생산물, 자기의 언어, 자기의 신(神)을 강요하는 제국과 패권의 논리가 반성되지 않는 한 참다운 문명의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독자리뷰] 고전 독법은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

 -쎄인트saint | http;//blog.yes24.com/document/6822998

 

  같은 책을 두 번 세 번 읽는 일은 드문 일입니다. 읽은 책의 대부분은 리뷰로 남겨 놓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이 책은 2년 전에 구입해서 읽은 후 미처 리뷰도 쓰기 전에 후배가 2주 만 읽고 돌려주겠다고 하더니, 2년이 되어도 돌려줄 생각을 안 하기에 선물로 주고 다시 구입을 했습니다. 나로서는 드문 일입니다. 재 구입을 하는 일이 별로 없기에 그렇습니다. 대부분 그러하겠지만 누군가에게 책을 전해 줄때는 분명히 합니다. 빌려주는 것과 선물로 주는 것을 확실히 해줍니다. 그래야 서로 편하지요. 아예 처음부터 선물로 했으면 기다리지도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아마도 그때 역시 다시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아주 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마침 최근에 동양고전을 본격적으로 다시 읽고 싶어서 시경, 논어 등이 포함된 13권짜리 한질을 구입했습니다. 책을 쌓아놓고 보니 더욱 이 책이 간절해졌지요. 이 책 신영복 교수님의 『강의』(돌베개)는 2004년에 출간되어 2012년 4월부로 31쇄가 발행되었군요. 명실 공히 스테디셀러입니다.

  이 책의 장점은 두 가지입니다. “아. 나도 동양고전을 읽어봐야겠구나!”하는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것과 함께 동양의 고전들을 읽는 방법 그리고 그 길을 안내해주는 텍스트이기 때문입니다.

 

  책의 제목이 『강의』인 것은 저자가 그동안 성공회대학교에서 「고전 강독」이란 강좌 명으로 진행해왔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녹취한 강의록이 인터넷 신문에 연재되기도 했고 여러 곳에서 출판 권유를 받기도 했지만, 저자 자신이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마음에서 고사하던 중 전공 교수 두 사람의 검토를 거쳐 책으로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강의』라는 제목에 부제를 달기를 ‘나의 동양고전 독법’이라고 붙였는데, 그 이유는 고전을 읽는 방법이 일반적인 고전 연구서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가 역사를 읽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답니다. 과거는 현재와 미래의 디딤돌이면서 동시에 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짐이기 때문에 지혜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것을 지혜로 만드는 방법이 대화라는 것이지요. 고전 독법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면서 동시에 미래와의 대화를 선취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저자는 이 책이 꼭 고전에 대한 관심보다는 우리 현실에 대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덧붙이셨습니다.


  책에는 시경(詩經), 서경(書經), 초사(楚辭), 주역(周易), 논어(論語), 맹자(孟子), 노자(老子), 장자(莊子), 묵자(墨子), 순자(荀子), 한비자(韓非子) 외에 대학(大學), 중용(中庸), 양명학(陽明學)에 대한 강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저자가 동양고전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어려서 할아버님의 사랑방에서 배운 아련한 기억 외에 저자에 대해 아시는 분들이 많겠습니다만, 1968년 통혁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고 영어(囹圄)의 몸이 되신 후 감옥에서였다고 하십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시작되신 것이지요.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난 후 옥방(獄房)에 앉아서 생각한 것이 동양고전을 다시 읽어보자는 마음이셨답니다. 우리 것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제 마음이 찡해지면서 나의 환경에 대해 무한 감사하게 되는 귀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내가 동양고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중 우리 것에 대한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 외에 다른 한 가지는, 이건 훨씬 더 현실적인 이유였습니다만 당시 교도소 규정은 재소자가 책을 세 권 이상 소지할 수 없게 되어 있었지요. 물론 경전과 사전은 권수에서 제외되긴 합니다만, 집에서 보내주는 책은 세 권 이상 소지할 수 없게 되어 있었습니다. 다 읽은 책을 반납해야 그 다음 책을 넣어주는 식이었어요. 멀리 서울에 계시는 부모님으로부터 책 수발을 받는 나로서는 난감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책에 비해 동양고전은 한 권을 가지고도 오래 읽을 수 있는 책이지요. 주역(周易)은 물론이고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도 한 권이면 몇 달씩 읽을 수 있지요. 세 권 이상 소지 할 수 없다는 교도소 규정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나중에는 동양고전 몇 권을 한 권으로 제본해서 보내주도록 아버님께 부탁하여 받기도 했습니다. 나의 동양고전에 대한 관심은 이처럼 감옥에서 나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로 시작되었으며 또 교도소의 현실적 제약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옮기다 보니, 프로스트가 생각납니다. 프로스트의 동생이 그랬다지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려면 몇 달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읽기 힘들 것이라는.. 그대도 어딘가 갇혀 있어야 『동양고전』을 읽으시려우? 이미 다들 알고 계실만한 유머 한 꼭지가 왜 또 생각이 나는지요. 연로하신 부모님께 탐심(貪心) 많은 자녀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지요.

  '총기(聰氣) 있으실 때 정리 하시지요 (재산 나눠주시지요)'

  우리도.."총기(聰氣) 있을 때 동양 고전 읽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