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시인의 詩를 읽다

유리(瑜璃)의 나날 4 /이기철

금동원(琴東媛) 2016. 10. 2. 12:17

 

 

유리(瑜璃)의 나날 4

 

이기철

 

나는 오래 사색의 흰 길을 걸어왔다

우수가 밟고 온 길은 오히려 화사하고

내 신발은 언제나 진창이었다

 

고통은 늘 더운 회유를 밀어던지고 내 안에서 살(失)이 되고

작은 일락은 살구꽃처럼 져 내린다

오늘은 항상 위태롭고

수정할 수 없는 어제는 기억 속에서만 따뜻하다

 

위독한 날들처럼 삶을 긴장시키는 날은 없다

오늘 또 몇 개의 돌에 금이 가고

몇 장의 구름이 내 머리 위에서 흩어지는가

 

내 옷이 엷을 때 바람은 두텁고

내 기다림이 초라할 때 햇빛은 더욱 부유하다

누가 바람과 햇빛을 제 것이라 하겠는가

아, 어느 가게에서도 황홀한 꾸러밀 살 수 없다

 

모든 사유들은 시간의 바깥에선 이끼 끼지만

내 껴안고 있는 동안은 순금처럼 번쩍이며 타오른다

육체가 없으면 고통은 없는 것일까

투명한 육체를 지닌 유리는 깨어질 때도 천상의 악기 소리를 낸다

 

유리에 닿는 길이 나의 종교다

그 수정의 문간에 닿기 위해

나는 오래 사색의 흰 길을 걸어왔다

 

-『유리의 나날』,( 1998, 문학과 지성사)

 

 

 

https://youtu.be/rrVDATvUitA


https://youtu.be/-ywL_zokELE

->Concerto en re mineur BWV974 - Adagio d'apres Marcello - Piano & Cello

 

'시인의 詩를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의 냄새/윤의섭  (0) 2016.10.23
지기(知己)와 친구(親舊)  (0) 2016.10.15
꽁치/ 강우식  (0) 2016.09.30
방어진 해녀/ 손택수  (0) 2016.08.05
농업인의 날/ 김민정  (0) 201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