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첫 여성총리에서 SC CEO로, 헬레 토르닝슈미트 "자신을 믿으세요."
덴마크 첫 여성총리(2011~2015)였던 헬레 토르닝슈미트, 지난 4월부터 세이브더칠드런의 CEO입니다. 10년간 덴마크 사회민주당 대표이기도 했습니다. 역시 첫 여성입니다. ‘금수저’ 출신 아닙니다. 지난 11월 11일 그가 이코노미석을 타고 런던에서 날아와 세이브더칠드런을 방문했습니다. 유리천장을 깬 비결을 물으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믿었습니다. ‘나 정도면 괜찮아, 내 의견은 멍청하지 않아’ 이렇게 생각해요. 제가 세상에 가치를 보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여자 아이들이 이걸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당신이나 당신 의견은, 최소한 다른 사람들, 다른 남자들보다 못할 것이 없습니다. 자신을 믿고 발언하세요.”
▲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본사를 방문한 헬레 토르닝슈미트 CEO
Q 한국 여자 아이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A 저는 정치 명문가 출신이 아니에요. 부모님은 이혼했고 어머니는 세 아이를 키우느라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저희 집은 차도 세탁기도 없었어요. 저는 정계에서 제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습니다. 다행히 덴마크에서는 그게 가능했죠. 부모님은 항상 저를 믿었어요. 아버지는 정말 미친듯이 저희를 믿었죠.(웃음) 아버지는 저랑 제 언니에게 항상 “너희가 원하는 그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비행기 조종사도 되고 총리도 될 수 있다.”고 했어요. 아버지는 농담이었을 지 모르지만 그 생각은 제 머릿속에 자리잡았어요. 제가 당대표가 되고 총리가 되는 데 역할을 했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믿는 겁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 대중 앞에서 말할 기회가 있었어요. 이럴 때 ‘내가 충분히 똑똑하지 못하면 어쩌지’ 걱정하게 되죠. 제 경험으론 그래요. 저나 제 의견은 적어도 남들만큼은 똑똑해요. 다른 남자들만큼은 똑똑해요. 여자 아이들이 그걸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완벽할 필요 없어요. 천재적일 필요 없어요. 자기 자신을 믿고 발언하세요.
Q 세이브더칠드런은 최근 '에브리 라스트 차일드(Every Last Child)' 캠페인을 띄웠습니다. 가장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 그 한 명까지 돌보자는 건데 그 가운데 중요한 축은 ‘Every Last Girl’, 여자 아이들입니다.
A 여자 아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해요. 소녀들이 교육받고, 꿈을 좇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반드시. 정말 해야할 일이 많아요. 여전히 소년들에 비해 소녀들은 교육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건 여자 아이들 인생 전체에 영향을 미치죠. 수많은 여자 아이들이 조혼의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조혼을 막아야 합니다. 교육 기회를 줘야 합니다.
Q 세이브더칠드런 CEO가 된 지 일곱 달이 됐습니다. 무엇이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A 아이들이 배우고 보호받을 권리를 위해 뛰고 있는 공동체의 일원이 돼 정말 기뻐요. 세상엔 슬퍼할 일이 많죠. 저는 아이들을 보면 희망이 생겨요. 시에라리온 슬럼에 사는 아이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꿈이 있어요. 요르단 난민 캠프에 방문해 한 소년을 만났는데 아직도 꿈을 간직하고 있다고 해요. 우리는 이 아이들을 실망시켜서는 안돼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아이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잖아요. 저한테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항상 아이들을 만날 때입니다.
Q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뭔가요?
A 제 목표는 세계의 목표입니다. UN은 약속했잖아요 2030년까지 빈곤을 끝내겠다고. 우리는 아이들에게 질 좋은 교육의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이게 우리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이뤄야 합니다.
Q 정말 가능하다고 믿나요?
A 저는 그럴 수 있다고 믿어요.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어렵다는 거 알아요. 혼자 할 수 없죠. 정부, NGO, 지역 파트너, 개인, 기업 모두 함께 해야 해요. 아이들이 더 잘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이 여정에 동참하고 싶어하는 모든 분들, 환영합니다.
▲ F2F 부스를 방문한 헬레 토르닝슈미트 CEO
Q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 규모 난민이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에도 난민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국내 아이들을 먼저 돌봐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는데요.
A 아동은 아동이에요. 이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난민이 됐습니다. 한국도 그런 역사가 있잖아요. 한국 분들은 정든 곳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는 걸 아실 거예요. 아이들은 아이들입니다. 가장 소외 받는 아이, 가장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도와야 해요.
Q 언제나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놀지 못해 고통받고 있어요.
A 한국 분들은 아마 제가 아이 때 얼마나 많이 놀았는지 이야기해 드리면 놀라실 거예요.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애들은 정말 많이 놀아요. 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정말 끊임 없이 친구들하고 놀았던 기억이 나요. 그때 저한테는 학교 공부보다 노는 게 더 중요했어요. 놀이는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해요. 놀이가 아이들 뇌를 발전시킨다고 생각해요. 저는 학교 가는 것도 좋아했어요. 또 교육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노는 시간이 없다면 좋은 교육이 아니에요. 저는 놀이가 더 ‘온전한 인격체’로 커가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우리는 타인과 공동으로 일하고 함께 창조해야 하는 사회에서 살아요. 저는 뇌과학 전문가는 아니에요. 엄마로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제가 그렇게 제 아이들을 키웁니다.
▲ 서울마포아동보호전문기관를 방문한 헬레 토르닝슈미트 CEO
Q 세이브더칠드런의 힘은 뭔가요?
A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를 보세요. 아동권리를 지키는 데 집중 하잖아요. 생존, 교육, 보호 받을 권리를 묶어 아이들을 위해 목소리 높이잖아요. 언젠가 한국에서 가정내 체벌이 불법이 되는 날이 올 겁니다. 그 결과를 만드는 데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가 선봉에 설 겁니다. 체벌이나 학대에 대한 전체 담론을 바꿀 겁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제가 70년대를 관통해 자란 아이라는 겁니다. 70년대 들어서면서 덴마크에서 아이들을 더 이상 때려서는 안되게 됐고 아동권리에 대한 공감대가 생겼습니다. 제 첫 정치적 경험은 제가 11살, 12살 때 ‘왕따 반대’와 ‘체벌 반대’ 캠페인을 벌인 거였어요. 분노의 편지를 쓰기도 했죠. 아이들도 발언권을 얻었습니다. 당시 덴마크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방식 전체를 바꿨습니다. 아동권리를 위한 여러분의 노력은 결실을 맺을 거예요. 덧붙여 세이브더칠드런은 120개 나라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아이들을 위해 일한다는 점이 특별하죠. 국내, 해외 프로그램을 함께 가져가는 점도요. 저는 아이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는 변화를 일굴 수 있습니다.
글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 | 사진 김도화(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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