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하는 새
황지우
새는 냄새 나는
자기의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자기가 앉은 가지에
자기가 남긴 체중이 잠시 흔들릴 뿐
새는
자기가 앉은 자리에
자기의 투영이 없다
새가 날아간 공기 속에도
새의 동체가 통과한 기척이 없다
과거가 없는 탓일까
새는 냄새 나는
자기의 체취도 없다
울어도 눈물 한 방울 없고
영영 빈 몸으로 빈털털이로 빈 몸뚱어리 하나로
그러나 막강한 풍속을 거슬러 갈 줄 안다
생후의 거센 바람 속으로
갈망하며 꿈꾸는 눈으로
바람 속 내일의 숲을 꿰뚫어본다
『겨울-나무로 부터 봄 나무에로 ,(민음사,1985년, 재판 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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