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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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출가하는 새/ 황지우

금동원(琴東媛) 2017. 1. 14. 20:46

 

 

 

출가하는 새

 

황지우

 

새는 냄새 나는

자기의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자기가 앉은 가지에

자기가 남긴 체중이 잠시 흔들릴 뿐

새는

자기가 앉은 자리에

자기의 투영이 없다

새가 날아간 공기 속에도

새의 동체가 통과한 기척이 없다

과거가 없는 탓일까

새는 냄새 나는

자기의 체취도 없다

울어도 눈물 한 방울 없고

영영 빈 몸으로 빈털털이로 빈 몸뚱어리 하나로

그러나 막강한 풍속을 거슬러 갈 줄 안다

생후의 거센 바람 속으로

갈망하며 꿈꾸는 눈으로

바람 속 내일의 숲을 꿰뚫어본다

 

 

겨울-나무로 부터 봄 나무에로 ,(민음사,1985년, 재판 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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