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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까뮈/ 이기철

금동원(琴東媛) 2017. 1. 12. 09:12

 까뮈/ 이기철


  까뮈


  이기철

 

  그대가 노벨 문학상을 받던 해

  나는 한국의 경상도의 시골의 고등학생이었다.

  안톤 슈낙을 좋아하던

  갓 돋은 미나리 잎 같은 소년이었다.

  알베르 까뮈, 그대의 이름은 한 줄의 시였고

  그치지 않는 소나타의 음역(音域)이었다

  그대 이름을 부르면 푸른 보리밭이 동풍에 일렁였고

  흘러가는 냇물이 아침빛에 반짝였다

  그것이 못 고치는 병이 되는 줄도 모르고

  온 낮 온 밤을 그대의 행간에서 길 잃고 방황했다

  의거가 일고 혁명이 와도

  그대 이름은 혁명보다 위대했다

  책이 즐거운 감옥이 되었고

  그대의 방아쇠로 사람을 쏘고 싶었다

 

  다시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 열광과 환희는.

  그러나 나는 후회하지 않으련다

  아직도 나는 반도의 남쪽 도시에서 시를 쓰며 살고 있지만

  아직도 나는 백 사람도 안 읽는 시를 밤 새워 쓰고 있지만

  이 병 이 환부 세월 가도 아주 낫지는 않겠지만

 

- 시집가장 따뜻한 책(민음사, 2005)



               알베르 까뮈 오해의 줄거리와 주제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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