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뮈
이기철
그대가 노벨 문학상을 받던 해
나는 한국의 경상도의 시골의 고등학생이었다.
안톤 슈낙을 좋아하던
갓 돋은 미나리 잎 같은 소년이었다.
알베르 까뮈, 그대의 이름은 한 줄의 시였고
그치지 않는 소나타의 음역(音域)이었다
그대 이름을 부르면 푸른 보리밭이 동풍에 일렁였고
흘러가는 냇물이 아침빛에 반짝였다
그것이 못 고치는 병이 되는 줄도 모르고
온 낮 온 밤을 그대의 행간에서 길 잃고 방황했다
의거가 일고 혁명이 와도
그대 이름은 혁명보다 위대했다
책이 즐거운 감옥이 되었고
그대의 방아쇠로 사람을 쏘고 싶었다
다시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 열광과 환희는.
그러나 나는 후회하지 않으련다
아직도 나는 반도의 남쪽 도시에서 시를 쓰며 살고 있지만
아직도 나는 백 사람도 안 읽는 시를 밤 새워 쓰고 있지만
이 병 이 환부 세월 가도 아주 낫지는 않겠지만
- 시집『가장 따뜻한 책』(민음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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