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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 "한국은 차별공화국"

금동원(琴東媛) 2017. 3. 20. 22:11

  

[밀착취재] '냄새 난다'· '미개하다'… "한국은 차별공화국"

  이주노동자는 웁니다 / 3월 21일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국내 외국인 200만명 시대/“냄새가 난다” “미개하다” 등 절반 이상이 혐오표현 들어

  -세계일보 입력 : 2017-03-20 18: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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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에서 온 시응하이(26·여·가명)가 겪은 한국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2015년 비전문 취업비자(E9)로 한국에 들어와 경남 밀양의 한 농장에 취업한 그는 한 달에 한두 번 쉬는 게 고작이었고, 매일 10시간 이상의 중노동에 시달렸다. 악취가 진동하는 화장실과 잠금장치가 없는 숙소 등 근로조건은 열악했다. 월급은 60만원, 80만원, 90만원 등 매달 달랐다. 그나마도 2∼3개월에 걸쳐 나눠 받았다. 다른 농장에서 ‘공용 노비’처럼 일하기도 일쑤였다. 하지만 일당은커녕 물도 못 마셨다. 화장실을 많이 간단 이유였다. 

  그를 포함해 4명이 꾸깃꾸깃 새우잠을 자야했던 작은 비닐하우스의 월세는 60만원. 보일러는 없었고, 비닐로 만들어진 샤워실을 이용해야 했다. 비가 오면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졌고, 영하의 날씨에도 차가운 물로 몸을 씻어야만 했다. 고용허가제 탓에 다른 일자리를 얻을 수도 없는 처지였다. 항의를 해봐도 돌아오는 것은 폭언뿐이었다.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에 진정도 냈지만 “근로시간과 휴게시간 증빙이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한국에서 일한 죄였다.

 

 

 

 

  1966년 유엔이 매년 3월21일을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한 지 반세기가 지났고, 한국에는 200만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살고 있지만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여전하다.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 외국인에 대한 혐오, 편견은 특히 뿌리가 깊다. 

  20일 법무부에 따르면 2005년 74만명이던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2007년 1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200만명을 넘어섰다. 5년 내에는 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외국인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웃이지만 이들에 대한 시선과 태도는 아직도 냉랭하다. 

  하지만 인권위가 최근 발표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를 보면, 이주민 노동자 절반 이상이 혐오표현을 겪은 적이 있으며 이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민 노동자들은 ‘더럽고’, ‘시끄럽고’, ‘냄새가 나서’ 기피하고 싶은, ‘미개하고’, ‘무식하고’, ‘게으르’면서도 ‘돈을 밝히는’ 집단이었다. 또 ‘남의 나라에 와서 일자리를 빼앗는 집단’, ‘잠재적인 테러리스트’, ‘아이를 낳으러 팔려온 불쌍한 사람’이란 편견에 시달려야 했다. 

  동남아 출신 외국인들의 처지는 더욱 딱하다. 인도에서 온 A(33)씨는 한국에서 본인을 “영국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국적에 따라 보는 눈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은 ‘차별공화국’이다. 검은 피부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눈치를 보게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온 우완(29·여)은 “회사 야유회, 회식 등은 한국인들에게만 해당하는 일”이라며 “외국인과 한국인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다른 대우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이주공동행동 정영섭 활동가는 “한국인이 외국에서 인종차별을 당하면 벌떼같이 들고 일어서지만 정작 우리사회에선 그렇지 않다”며 “이주민과 한국인 모두 동일선상에서 바라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주노동자=잠재적 범죄자’란 시선부터 걷어야한단 목소리가 높다. 특히 도로교통법 위반 등 특별법범이 포함된 외국인 범죄 통계가 강조되면서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단 지적이다. 실제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기소된 외국인범죄 7만946건 중 죄가 비교적 가벼울 때 처해지는 약식명령이 5만7254건(80.7%)에 달했다. 

  노동자연대 김종환 활동가는 “언론 등에서 이주노동자의 범죄 등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하면서 커뮤니티 내 두려움을 조장하고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우리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고 노동계 내 외국인과 자국인 노동자의 연대 등 긍정적인 모습들을 널리 알려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지난 10년간 입법과 철회, 계류를 반복하며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도 2007년, 2012년 “한국이 다민족적 성격을 인정해야 한다”며 인종차별 금지에 관한 포괄적 법률 제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최근 대선을 앞두고 다시 이슈로 부상하고 있으나 외국인 외에 성정체성, 종교 등이 포함된 탓에 보수진영, 기독교계의 강한 반발에 맞닥뜨리고 있다. 

  한편 최근 법무부가 전국으로 확대한 ‘외국인을 위한 마을변호사’나 지자체들의 각종 ‘외국인 적응지원 정책’ 등은 긍정적인 흐름으로 평가된다.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존스 갈랑(52·필리핀)소장은 “차별금지법 제정 등 실효성있는 정책이 시급하다”며 “대립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평등한 대우를 바랄 뿐이다. 차별과 편견이 커질 수록 외국인 사회의 반발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켈리 교수 부인이 보모?'…인종차별, 우리는 자유로운가

이혜원 기자  |  hey1@newsis.com 

등록 2017-03-19 14: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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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영국 BBC와의 실시간 인터뷰 도중 4살난 딸 매리언과 8개월 된 아들 제임스가 난입해 세계적인 화제가 된 로버트 켈리 부산대학교 교수 가족이 외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BBC화면 캡처> 2017.03.15
 

  'BBC 인터뷰 사고' 켈리 교수 한국인 부인을 '보모'로
   인종 차별 철폐의 날 51년째…국내 차별 인식 여전
   한국인 4명 중 1명 "다른 인종을 이웃 삼기 싫다"
   "혈통주의·사대주의 사고방식…차별금지법 등 필요"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일인 지난 10일 인터넷에서는 또 하나의 핫 이슈가 생겨 확산됐다.

   '깜찍한' 방송사고의 주인공은 로버트 켈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어린 자녀들. 켈리 교수는 10일 자택에서 BBC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관한 영상 인터뷰를 하던 중이었다.

  엄중한 표정으로 문답을 이어가던 중 자녀들이 차례로 방에 들이닥쳤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켈리 교수의 한국인 아내가 황급히 들어와 아이들을 끌어내렸지만 인터뷰는 수초간 정지됐다.

  그러나 이 장면은 아이들의 귀여운 행동으로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 해당 동영상은 BBC 페이스북 페이지와 유튜브에서 각각 조회수 수천만건을 기록했으며 국내외 언론사들의 보도도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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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인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주·인권·노동·사회 단체 국제연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주·인권·노동·사회 단체 회원들이 인종차별 철폐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6.03.21. 20hwan@newsis.com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일부 언론과 네티즌이 켈리 교수의 아내를 '보모'로 인식하면서 돌연한 인종 차별 논란까지 일었다. "동양 여자를 자연스레 보모로 인식하는 건 인종 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는 21일은 '국제 인종 차별 철폐의 날'이다. 국제연합(UN)이 이날을 선포한 지 51년을 맞지만 세계 곳곳에선 여전히 피부색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해 각종 갈등과 마찰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 15일 부산대에서 열린 켈리 교수 가족 기자회견에서 부인 김정아씨는 "나를 보모로 보는 시선을 많이 받아 이미 익숙해진 상태"라며 "다문화 가정이 많아졌으니 인식이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에도 인식이 바뀌는 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내 사정은 어떨까. 인종 차별을 남의 나라 얘기로만 여기기엔 한국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수가 200만명을 넘어가면서 한국도 다문화사회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 인식 속엔 '한민족'으로 구성된 단일국가일 뿐이다.

  여성가족부가 2015년 전국 만 19세 이상 74세 미만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다문화수용성지수는 100점 만점 기준 53.95점으로 나타났다.

  다른 인종을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는 응답자가 4명 중 1명(25.7%)꼴이었다. 미국(5.6%)과 네덜란드(8.2%) 등 서구 국가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다. 같은 동아시아 국가인 중국(10.5%)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다른 인종이나 종교, 문화를 가진 사람을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55.3%로 2011년(39.4%)보다 오히려 15.9%P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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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뉴시스】함형서 기자 = 설 명절을 앞둔 24일 오후 대전중구평생학습관에서 다문화가정 전통예절교육이 열려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한복을 입고 설 차례상 차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2017.01.24. foodwork23@newsis.com

 

실  제로 국내 거주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인종 차별적 시선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아프리카계 프랑스인 샴(24)씨는 "프랑스에서 우연히 케이팝을 접한 이후 한국 문화에 빠져 한국에서 1년을 지냈다"며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어 친구를 사귀는 데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낯선 사람에게선 경계심 같은 것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식당에서도 '친절한 차별'이 존재한다.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흑인이니 더 많이 먹어라'라고 할 때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중국인 장모(28)씨는 "교환학기를 한국에서 보냈는데 학교에 교환학생을 도와주는 학생 동아리가 있었다. 하지만 상당수의 친구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온 학생들과만 친해지려 했다"며 "중국인이기 때문에 나에게 먼저 다가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상대적으로 호의를 받는 백인들도 한국의 인종주의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러시아 출신 제냐(27·여)씨는 "한국에 인종주의가 상당히 만연해 몹시 놀랐다"며 "한국 사람들이 인종이나 출신 국가에 따라 대우를 달리한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에는 워낙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기 때문에 '차별 금지' 정책이 자리잡혀 있다"면서 "나 역시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주한 이민자이지만 출신 때문에 차별받은 적이 없다. 적어도 표면적으론 그랬다"고 말했다.

  3년 전 한국을 여행했다는 오스트리아인 요한나(23·여)씨는 "이전까지 받아본 적 없는 호의를 한국에서 받았지만 같은 이유로 다소 불편했다"며 "난 유럽에서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는데 이곳에선 '모델' 소리를 들을 정도로 사람들은 나의 외모를 놓고 칭찬 아닌 칭찬을 했다"고 전했다.

  한국인의 인종 차별에 UN도 우려를 표하며 개선을 권고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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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초등학교에 입학한 한 다문화 학생을 김영철(오른쪽) 교장 선생님이 입학 선물을 전달해 주고 있다. 2017.03.02. pak7130@newsis.com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이미 2007년 8월 "한국이 다민족적 성격을 인정하고 `단일 민족 국가'라는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사회의 혈통주의, 단일성에 대한 강한 신념을 비판한 바 있다.

  2012년 8월에도 인종차별 금지에 관한 포괄적 법률 제정을 권고하며 "인종주의적 혐오발언이 대중매체와 인터넷에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내리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인종주의 방지를 위해 제도적 차원의 규범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무투마 루티에레 유엔 인종차별 특별보고관은 2014년 방한 당시 "한국에 심각한 인종 차별이 존재하며 그 근간에는 대한민국 내부에 있는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적인 인종 차별은 없지만 개인 간 상호작용에서 인종 차별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가 교육 및 인식 개선을 통해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국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교육이나 생활양식이 서구화되면서 사람들 무의식이 일종의 사대주의 사고 방식에 젖게 된 것"이라며 "그 결과 우리보다 열등하다고 인식되는 인종에는 배타적이지만 백인에겐 호의적 태도를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인종 차별 문제를 개선하려면 우선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인종차별금지법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인종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절대 규범을 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ey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