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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그대에게 가는 길 · 5 / 임영조

금동원(琴東媛) 2017. 5. 21. 17:17



그대에게 가는 길 · 5

 

임영조

 

가다보면 길들은 자주 끊기네

끊어진 길은 때로 아련한 기억 속

메꽃빛 등불로 사운대거나

벼랑 끝에 이르면 언어로 집을 짓네

먼 마을 스치는 구름의 기척에도

마음 벽 쩍쩍 금이 가는 집

온 채가 제 무게로 기우뚱거려도

모든 길은 집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네

가파른 삶은 때로 길을 비뚤게 하고

고행은 서역처럼 멀고도 쓸쓸하나

더러는 가슴 아린 열락을 덤으로 얻네

이녘은 조용한데 밤낮 치대는 파도

그 소리 좀 엿듣다가 오던 길 놓고

한결 순해진 귀로 그대에게 가는 길

아직도 위험한 불씨를 감춘

그대 뜨거운 언어의 중심으로 들어가

나 화려하게 자폭하리라, 그 후는

바다에 떠 출렁이는 그리움되리

오래된 시집처럼 헤어진 , 그래서

눈길보다 추억이 먼저 닿는 섬

허나, 제부도는 늘

물때를 알고 가야 길을 내주네


-제 5시집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민음사, 2000)



                                 하늘에서 내려다 본 제주도의 비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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