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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시인의 모자/ 임영조

금동원(琴東媛) 2017. 5. 21. 18:19

 

시인의 모자

 

임영조

 

나의 새해 소망은

진짜 ‘시인’ 이 되는 것이다

해마다 별러도 쓰기 어려운

모자 하나 선물 받는 일이다

 

‘시인’ 이란 대저,

한평생 제 영혼을 헹구는 사람

그 노래 멀리서 누군가 읽고

너무 반가워 가슴 벅찬 올실로

손수 짜서 씌워주는 모자 같은 것

 

돈 주고도 못 사고 공짜도 없는

그 무슨 백을 써도 구할 수 없는

얼핏 보면 값싼 듯 화사한 모자

쓰고 나면 왠지 궁상맞고 멋쩍은

그러면서 따뜻한 모자 같은 것

 

어디서나 팔지 않는 귀한 수제품

아무나 주지 않는 꽃다발 같은

‘시인’ 이란 작위를 받아보고 싶다

어쩌면 사후에도 쓸똥말똥한

시인의 모자 하나 써보고 싶다

나의 새해 소망은.

 

 

-제6시집 『시인의 모자』, (창작과 비평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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