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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민중/ 파블로 네루다

금동원(琴東媛) 2017. 5. 17. 22:15

 

 

민중

 

파블로 네루다

 

 

그 사람을 나는 잘 기억한다, 그리고 내가 그를

마지막으로 본 뒤 적어도 두세기가 지났다;

그는 말을 타거나 사륜마차를 타고 여행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걸어서

먼 거리들을

격파했다,

칼도 무기도 갖고 있지 않았고

어깨에는 그물,

도끼나 망치 또는 삽을 갖고 있었다;

그는 자기와 동류同類인 다른 사람과 싸운 일이 없다.-

그의 싸움은 물이나 흙과 하는 것이었고,

밀과, 왜냐하면 그건 빵이 되어야 하므로,

높이 솟은 나무와, 그건 목재가 되어야 하므로,

벽들과, 거기 문을 내야하니,

모래와, 그걸로 벽을 만들어야 하니,

그리고 바다와, 결실을 맺어야 하니.

나는 그를 알았고 그는 계속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마차는 부서져 산산조각이 났고,

전쟁은 출입구와 벽들을 파괴했으며,

도시는 한 줌의 재,

모든 옷들은 먼지가 되었으나

나에게는 그가 존속하고,

그는 모래 속에 살아 있다,

전에는 그만 빼고 모든게

영속할 것처럼 보였지만.

 

가족들의 왕래에서

때때로 그는 내 아버지나 친척이었고

만일 그게 아니라면, 아마도

집에 돌아오지 않은 또다른 사람이었다,

물이나 흙이 그를 삼켜버렸으므로,

기계나 나무가 그를 죽였으므로,

또는 관 뒤에서, 눈물 흘리지 않고 걸었던

관 짜는 목수였으므로,

나무로서나 금속으로서의 이름 말고는

이름을 갖지 않았던 사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그를 위에서 바라보았느니,

개미는 보지 않고

개미집만 보며;

그리하여 그가 가난하고 피곤에 지쳐 죽어

그의 발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

사람들은 그들이 보는 데 익숙지 않은 걸 보지 못했다-

이미 다른 발이 그의 발자국 속을 걸었던 것을.

 

그 다른 발은 여전히 그였다,

다른 손도 마찬가지.

그 사람은 존속했다.

그가 소모됐음이 틀림없는 것 같았을 때

그는 또다시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다시 한번 땅을 파고,

옷감을 자르고, 허나 셔츠는 없고,

그는 거기 있었지만 또 없었고, 전과 마찬가지로

그는 사라지고 스스로를 대치했다;

그리고 그는 공동묘지나

무덤을 갖지 못했으므로, 또는 그의 이름이

자기가 애써 자른 돌에 새겨지지 않았으므로,

아무도 그의 도착을 몰랐고

그가 죽었을 때 아무도 몰랐으며,

그래서 그 가난한 사람이 단지 할 수 있는 건

아무도 모르게 삶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는 괜찮은 사람이었다, 유산은 없고,

가축도 문장紋章도 없으며,

다른 사람보다 튀지 않았다;

위에서 보면 그는 진흙처럼 회색이었고,

가죽처럼 황갈색이었으며

밀을 거둘 때는 황색,

광산에서는 검은색,

고기잡이배에서는 다랑어색,

초원에서는 말색이었다-

어떻게 그를 구별할 수 있겠는가

인간의 형상으로 되어 있는 흙, 석탄 또는 바다등

그의 원소들과 떼어놓을 수 없는데?

 

그가 산 곳에서는, 그 사람이 만진

모든 것은 자라나곤 했다-

적대적인 돌들은

그의 손에

부서져

모양과 선線을 갖추고

하나씩 하나씩

건물들의 선명한 모양을 띠었다;

그는 손으로 빵을 만들었고,

기차들을 운행하게 했다;

먼 곳에서는 마을들이 들어서고,

다른 사람들은 자랐으며,

벌들이 오고,

그 사람의 창조와 배가倍加를 통해

봄은 시장으로 어슬렁어슬렁 들어섰다

빵집들과 비둘기들 사이로.

 

빵덩어리들의 아버지는 잊혀졌다,

자르고 터벅터벅 걷고, 걸어서

길을, 유사流砂를 다지고 열던 그 사람;

모든 게 존재하게 되었을 때 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그의 존재를 주어버렸고, 그는 다였다.

그는 일을 하기 위해 어딘가로 갔고 결국

그는 죽음을 향해 갔다, 강돌처럼

굴러서;

죽음이 그를 하류下流로 데려갔다.

 

그를 아는 나는 그가 굴러 내려가는 걸 보았다

그가 남긴 것 속에나 존재할 때까지-

그가 잘 알 수 없었던 거리들,

그가 살아보지 못했던 집들 속에.

 

그리고 나는 그를 보려고 돌아왔고, 매일 나는 기다린다.

 

나는 관 속에 있는 그 그리고 부활한 그를 본다.

나는 그를 동등한 모든 다른 사람들로부터

골라내는데

그럴 수는 없는 일로 보인다,

이 길은 우리를 아무 데로도 데려가지 않을 것 같으며

이렇게 계속하는 건 아무런 영광도 없는 걸로 보인다.

 

나는 하늘이 이 인간을 감싸서

적절히 구두를 신기고 명예를 회복시켜주리라 믿는다.

 

나는 그렇게 많은 것들을 만든 사람들이

그 모든 것을 소유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빵을 만든 사람이 마땅히 그걸 먹어야 한다고.

 

광산에 있는 사람들은 빛을 가져야 한다.

 

사슬에 묶인 회색 인간들은 이제 더 있어서는 안 된다!

 

창백한 잃어버린 사람들이 더 있어서는 안 된다!

 

통치자로서가 아닌 그 어떤 다른 인간으로 지나가서는 안된다.

 

단 한 여자도 왕관이 없으면 안된다.

 

모든 손에 금장갑을.

 

미천한 사람들에게 태양의 과일들을!

 

나는 그 사람을 알았고, 그리고 내가 할 수 있을 때,

내가 내 머리통에 아직 두 눈을 갖고 있고

내 목에 아직 목소리를 갖고 있을 때

나는 무덤들 속에서 그를 찾았고 그에게 말했다,

아직 흙이 되지않은 그의 팔을 누르고;

 

“모든 게 지나갈 테고, 당신은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다.

 

당신은 삶에 불을 붙였다.

 

당신은 당신의 것을 만들었다.“

 

그러니 내가 혼자인 것 같거나 혼자가 아닌 것 같거나 할 때

그 누구도 불안해하지 말기를;

나는 친구들이 없지 않으며 또 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말하니.

 

누군가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듣고 있지만,

그러나 내가 노래하는 사람들, 그걸 아는 사람들이

계속 태어나 세상에 넘칠 것이다.

  

-『충만한 힘』-파블로 네루다 시집, (2007,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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