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아프리카』
카렌 블릭센 저/민승남 역 | 열린책들 | 원제 : Out of Africa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원작인 카렌 블릭센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민승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되었다. 저자가 17년간 아프리카 케냐에서 커피 농장을 운영하면서 경험한 모험과 우정, 깨달음을 서정적 필치로 그려 낸 이 작품은 1937년 아이작 디네센이라는 필명으로 미국에서 처음 발표되었다. (저자는 영어판을 먼저 발표한 후 모국어인 덴마크어판을 같은 해 이어서 출간했다. 이번 번역본의 번역 대본이 된 것은 먼저 발표된 영어판이다.)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와는 달리 원작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진짜 주인공은 아프리카 대륙과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가 유럽인에게는 착취와 교화의 대상이던 시절에 저자 카렌 블릭센은 원주민들과 우정을 나누고 그들을 이해하려 애쓰며, 주장하기보다는 반성하려, 가르치기보다는 배우려 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단순한 이국적 추억담을 넘어 우정과 깨달음의 책이 되며, 독자는 라는 라틴어 경구에서 따온 책 제목이 암시하듯 신선한 아프리카의 생명력을 저자와 함께 생생히 호흡하게 된다.
○저자 소개
카렌 블릭센 (Karen Blixen, 1885~1962)
덴마크 룽스테드의 유니태리언파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나 코펜하겐, 파리, 로마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1913년 스웨덴인 친척인 브로르 본 블릭센피네케 남작과 약혼한 후 함께 케냐로 이주하며 이듬해 결혼해 커피 농장을 차린다. 남편과 별거에 들어간 후 그녀는 케냐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알게 된 데니스 핀치해턴과 친밀한 사이가 되어 결국 연인 관계로까지 발전하지만, 1931년 데니스 핀치해턴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고 커피 농장까지 파산에 이르자 농장을 처분하고 덴마크로 돌아가 평생을 그곳에서 보낸다. 귀국 후 본격적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하여, 1934년 아이작 디네센이라는 필명으로 쓴 첫 번째 작품 『일곱 개의 고딕 소설』이 미국에서 출간되면서 큰 주목을 받는다. 그녀의 저서는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소설집이 주종을 이루며, 이 중 『운명의 일화들』, 『바베트의 만찬』은 각각 오손 웰스, 가브리엘 악셀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헤밍웨이와 카포티 등 동시대인들의 존경을 받았고 1959년 미국 여행 때는 아서 밀러, 펄 벅 등이 그녀를 방문했다.
1939년 덴마크에서 학계와 예술계 여성 인사에게 수여하는 타게아 브란트상을 수상하고 1954년 과 1957년 두 차례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카렌 블릭센은 이후로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벌이다 1962년 77세를 일기로 덴마크의 가족 소유지 룽스테드룬에서 사망했다.
1937년 아이작 디네센이라는 필명으로 미국에서 발표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작가로서의 명성을 굳히게 해준 작품이다. 그녀의 대표작이 된 이 작품은 17년간의 아프리카 생활에서 겪은 모험과 깨달음들을 시적이면서도 담담하고 절제된 필치로 담아내어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1985년 시드니 폴락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포함한 7개 부문을 석권한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1944년 발표한 그녀의 유일한 장편 소설 『천사 같은 복수자들』과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풀 위의 그림자』 외에 『겨울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들』, 『운명의 일화들』, 『아프리카에서의 편지들』 등이 있다
○목차
카만테와 룰루
은공 농장
원주민 소년
이주민 집의 야만인
가젤
2.농장에서 일어난 오발 사고
오발 사고
마사이족 보호 구역을 달리며
와마이
와냔게리
키쿠유족 족장
3.농장을 찾은 손님들
춤판
아시아에서 온 손님
소말리족 여인들
크누센 영감
농장으로 피신한 도망자
친구들의 방문
고귀한 개척자
날개
4.어느 이민자의 노트에서
반딧불이
인생길
야생이 야생을 도우러 오다
에사 이야기
이구아나
파라와
본머
○출판사 리뷰
〈B〉유럽의 여성 작가, 아프리카와 사랑에 빠지다〈/B〉
만일 내가 아프리카의 노래를, 기린과, 등을 대고 누운 듯한 아프리카의 초승달과, 들판의 쟁기와, 커피 열매 따는 일꾼들의 땀에 젖은 얼굴에 대한 노래를 안다면 아프리카도 나의 노래를 알까? - 본문 78면
저자 카렌 블릭센은 1913년 스웨덴인 친척인 브로르 본 블릭센피네케 남작과 약혼한 뒤 케냐(영국령 동아프리카)로 함께 이주한다. 이듬해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나이로비 근처 은공 언덕 기슭에 커피 농장을 차려 운영하고, 이후 두 사람이 4년간의 별거를 거쳐 1925년 이혼에 이른 후에는 카렌 블릭센이 남동생의 도움을 받아 농장 운영을 맡는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농장을 차린 해부터 농장 파산과 연인 데니스 핀치해턴의 사망 등을 계기로 농장을 처분하고 덴마크로 돌아가기까지 저자가 17년간의 아프리카 생활에서 길어 올린 추억과 단상들을 독자들에게 펼쳐 보인다.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에 대한 강렬한 사랑을 고백한다. 〈여성과 여성스러움을 사랑하는 것이 남성적 특성이고 남성과 남자다움을 사랑하는 것은 여성적 특성〉이듯 북유럽인인 그녀에게 〈남쪽〉 대륙에 대한 사랑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이 사랑은 아프리카의 자연과 동물들에 대한 찬탄 어린 감정과 아프리카 부족들과 여러 개인들에 대한 애정 어린 눈길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사랑의 대상을 알고 이해하기 위해 카렌 블릭센은 끊임없이 노력한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우리는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그녀의 애정과 이해의 깊이를 얼마간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키쿠유족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그런 일에 익숙하다. 백인들 대다수가 미지의 것이나 운명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 그들에겐 진정한 용기가, 위험에 대한 순수한 애호가 있었으며 그것은 운명의 공표에 대한 창조물의 진정한 응답이요 하늘이 말할 때 땅이 보내는 메아리였다. 나는 그들이 우리를 마음 깊은 곳에서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가 규칙을 맹종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들은 규칙의 지배 속에 갇히면 슬픔으로 죽고 만다.
--- 본문 30면
이러한 노력 속에서 저자는 아프리카 대륙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유장한 〈리듬〉을 온몸으로 체득하며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개의치 않고 여러 아프리카인들과 우정을 맺어 나간다. 물론 많은 순간 아프리카인의 의식 세계와 생활 방식에 위화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는 〈혹시 우리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자문하며 다른 유럽인들의 몰이해와 폭력적인 대응을 비판한다. 또한 아프리카에서 유럽인들은 객일 뿐이고 그 땅의 진정한 주인은 아프리카인임을 항상 잊지 않는다. 예를 들어 원주민 하컀이 자신의 지시를 어기고 말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이유로 백인 이주민이 하인을 폭행하고 헛간에 묶어 두었다가 그 하인이 갑자기 숨지는 바람에 벌어진 재판 사건을 언급하면서 저자는 백인 주인의 야만성을 비난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원주민 하인의 주인다운 자부심을 칭송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아프리카는 원주민의 땅이며 백인이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하건 그들은 떠날 때 자신의 자유 의지로 떠난다. 더 이상 그곳에 머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집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누가 책임져야 할까? 그 집을 물려받아 살고 있는 그 집의 주인이다. --- 본문 262면
그녀가 보기에는 타인의 긍지를 증오하거나 부정하는 사람이야말로 야만인이다. 이따금씩 저자 자신에게서도 유럽 중심주의가 얼핏얼핏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제국주의 열강들 간에 치열한 식민지 쟁탈전이 벌어지고 그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정당화가 만연하던 당시 상황에서 이러한 인식은 사뭇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은 아프리카를 향한 그녀의 사랑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그녀가 보여 준 사랑과 우정에 화답하여 아프리카인들은 그녀가 농장 생활을 접고 아프리카를 떠날 때 성대한 은고마(춤판)를 벌여 그녀를 배웅한다. 하지만 이 은고마는 영국 식민 당국의 은고마 금지 조치 때문에 도중에 중단되고 만다.(「작별」, 본문 353~355면)
영화와는 달리 남편과의 관계나 연인 데니스 핀치해턴과의 로맨스가 작품의 초점이 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의미에서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여전히 사랑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사랑의 대상은 아프리카인들과 아프리카 대륙 자체이다. 나이로비 근처 그녀의 농장 저택은 현재 덴마크 정부의 기부로 〈카렌 블릭센 박물관〉이 되어 있다.
〈 B〉두고 온 사람들, 떠나보낸 사람들〈/B〉
백인이라면 편지에 예쁜 말을 써서 보내고 싶으면 이렇게 쓸 것이다. 〈나는 당신을 영원히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프리카인은 이렇게 쓴다. 〈우리는 당신이 우리를 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본문 80면
1931년 덴마크로 귀국한 뒤 카렌 블릭센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에 몰두하여 1937년 이 책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발표한다. 6년이 지났지만 저자는 그곳에서 만난 아프리카와 유럽인 친구들을 바로 옆에 있는 듯 생생히 그려 내며 그들을 그려 내는 그녀의 펜 끝은 정감으로 가득하다. 손님으로 아프리카에 머물렀던 그녀는 거꾸로 많은 손님을 자신의 농장에 맞아들였고, 거기에는 비단 사람만이 아니라 상처 입은 황새나 〈룰루〉라는 이름의 어린 가젤영양 같은 동물들까지 있었다. 열린 마음을 지닌 그녀는 프랑스의 가톨릭 신부들, 이슬람교도와 성직자들, 자신의 농장에서 일하는 일꾼과 하인들, 원주민 족장 등 종교와 인종, 신분을 가리지 않고 흉허물 없이 마음을 나누었고 그들의 장점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다리에 난 상처를 치료받은 것으로 그녀와 인연을 맺은 후 요리사로 뛰어난 솜씨를 발휘한 원주민 소년 카만테, 늘 그녀 곁에서 그녀를 보조하며 도움과 조언을 주었던 무슬림 원주민 하인 파라, 그녀와 같은 덴마크인으로 인생에서 낙오한 초라한 모습으로 농장을 찾아와 몸을 의탁했다가 결국 그곳에서 세상을 떠난 〈크누센 영감〉, 원주민들에게는 엄청난 존경의 대상이지만 그녀와는 친구처럼 지냈던 키쿠유족 족장 키난주이, 그리고 그녀의 연인 데니스 핀치해턴……. 이들 모두는 그녀의 펜에서 생명을 얻어 완전한 한 명의 인간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저자는 이들에 대한 자신의 인상과 함께 이들에 얽힌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을 소개하여 그들 각자의 개성을 생동감 있게 그려 낸다. 예를 들어 한 인도인 상인의 창고에 반기(半旗)가 걸린 것을 보고 상인이 죽었냐고 묻는 그녀의 질문에 반쯤 죽었다고 파라가 대답하는 장면(본문 22면)이나, 「베니스의 상인」 이야기를 듣고 불에 달군 칼을 쓰면 피도 안 났을 테고 조금씩 살점을 떼어 내면서 무게를 맞추면 정확히 1파운드를 잘라 낼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샤일록이 그렇게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하는 장면(「파라와 〈베니스의 상인〉」, 본문 235~236면)은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파라의 개성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데니스 핀치해턴. 그와의 사랑이 본격적으로 그려져 있지는 않다고 해도 데니스 핀치해턴을 언급하는 부분들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다사로운 감정과 애틋함이 느껴진다. 영화와 같은 내용을 기대했다가 조금은 실망한 독자라면 책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사자 사냥 장면, 아프리카 창공에서의 비행, 그녀가 자신이 지은 이야기를 핀치해턴에게 들려주는 장면 등을 읽으며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를 향한 그녀의 마음이 폭발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무래도 비행기 사고로 인한 그의 죽음을 다루고 있는 5장의 「언덕 ?대의 무덤」 부분이다.
하지만 점심 식사가 끝나자 맥밀런 부인이 나를 작은 응접실로 따로 부르더니 보이에서 사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데니스의 비행기가 거꾸로 추락하여 그가 죽었다는 것이었다. --- 본문 328면
은공 언덕의 야생 동물 보호 구역 내에 있는 첫 번째 산등성이에 내가 아프리카에서 살다가 죽으리라고 생각했던 시절에 데니스에게 내가 묻힐 곳이라고 말했던 장소가 있었다. 어느 날 저녁에 우리 집에 앉아 언덕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는데 데니스는 그럼 자기도 거기 묻히고 싶다고 말했다. 그 후 가끔 언덕 지대로 차를 몰고 나가면 데니스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우리 무덤 있는 데까지만 갑시다.〉-- 본문 330면
데니스 핀치해턴을 그가 원하던 곳에 묻은 카렌 블릭센은 농장을 정리하고 아프리카를 떠난다. 떠나면서도 그녀는 농장 사람들이 그들의 바람대로 함께 모여 살 수 있도록 사방팔방으로 애쓰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6년 후 이 책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그들 모두를 되살려 낸다. 귀국 후 카만테가 편지에 써 보낸 말대로 그녀는 그들을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벗이었고, 연인이었고, 그녀에게 깨달음을 주는 스승이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바로 그 우정과 사랑과 깨달음에 바치는 작가 카렌 블릭센의 연서(戀書)라 할 수 있으며, 이 연서는 아프리카 대륙의 생명력과 그곳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숨결을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해 주고 있다
○ 아프리카에 대한 절절한 느낌이 느껴지는...
눈초 | 2017-03-28 |
1985년 제작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누구와 함께 보았던가 기억은 가물거립니다만, 초원에 지는 장엄한 석양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어쩌면 이 또한 잘못된 기억일 수도 있습니다만... 영화는 커피농장의 여주인과 그녀의 남편과 친구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기억들을 가지고 원작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읽기 시작했습니다만, 영화의 전개와는 전혀 다른, 오히려 아프리카에 대한 원작자의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도 영화에서처럼 연인관계였던 데니스 핀치헨턴에 관한 내용은 둘 사이의 관계를 암시하는 구절조차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저 농장에 자주 들르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묘사되었습니다. “버클리 콜과 데니스 핀치헨턴에게 우리 집은 공상주의 시설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리 집의 모든 물건이 곧 그들의 것이었고 그들은 우리 집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부족한 것들을 가져다 채웠다.(192쪽)” 뿐만 아니라 커피농장이 파산지경에 이르자 농장을 정리하고 유럽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동안에 데니스가 비행기사고로 죽음을 맞게 되는데, 그 죽음조차도 덤덤하게 적고 있습니다.
반면에 농장에서 데리고 있던 원주민들, 마사이족, 키쿠유족 등 원주민 이웃들에 대해서는 미주알고주알 적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자연에 관한 그녀의 묘사는 섬세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나무와 꽃 심지어는 공기에 이르기까지... “이곳의 나무들은 활 모양이나 둥근 지붕 모양이 아니라 수평으로 층을 이루며 자랐기 때문에 외로이 서 있는 키 큰 나무들은 마치 야자수처럼 보이거나 돛을 말아 올린 전장(全裝-‘활짱 전체에 애끼찌를 대어 만든 활’이라는 의미인데, 혹시 ‘배의 앞쪽에 있는 돛대’라는 의미의 前檣이 아닐까 싶습니다) 범선 같은 웅대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겼고, 가장자리 모양이 이상해서 마치 나무 전체가 미세하게 떨고 있는 듯했다. (…) 풀들은 백리향이나 머틀 같은 허브처럼 향이 났는데,d jEjs 곳에서는 그 향이 너무 짙어서 코가 얼얼할 정도였다.(…) 한낮에는 땅 위의 공기가 마치 타오르는 불꽃처럼 살아 있었다. 흐르는 물처럼 섬광을 발하고 물결치고 빛났으며 모든 사물을 거울처럼 비추어 둘로 만들고 거대한 신기루를 만들어 냈다.(13-14쪽)”
유럽사람들이 남쪽 나라와 남쪽 사람들을 동경했던 것처럼 그녀 역시 아프리카에 도착하면서부터 원주민에게 뜨거운 애정을 느꼈다고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주민을 제대로 알기란 쉽지 않았는데, 예민한 그들을 놀라게 하면 눈 깜박할 사이에 자신들의 세계로 숨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들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했지만, 사파리에서 혹은 농장에서 알게 된 원주민들과 사적이고도 견고한 관계를 맺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다양한 방법으로 원주민들에게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원주민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맡기도 한 것을 보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듯합니다
준비하고 있는 아프리카 여행길에 케냐의 나이로비의 은공언덕에 있던 그녀의 삶의 터전을 볼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세렝게티에서 예정되어 있는 경비행기 탑승을 통하여 그녀가 데니스의 비행기를 타고 초원을 날던 느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햇살 속에서 날았으나 산허리에는 투명한 갈색 그림자가 져 있었고 우리는 곧 그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하늘에서 버펄로 떼를 발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처음 보았을 때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생쥐들이 마룻바닥에서 곰실거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래로 하강하여 사정거리 내인 45미터쯤 위에서 맴돌며 지켜보자 평화로이 뒤섞이고 흩어지는 버펄로들의 수를 헤아릴 수 있었다.(218쪽)” 이런 묘사들을 읽다보면 이번 여행에서 같은 느낌을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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